사람이 만든 책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는 이야기가 있다. 곱씹어봐도 맞는 말이다. 이 말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없지만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더해봤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우선 새로운 단어나 개념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그리고 하고 있는 일과 관련해서 이미 친숙한 단어일지라도 구체적인 설명을 요청하면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잘 모르는 경우다. 이는 들어본 것을 알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이와 같은 착각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된다. 그동안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던 내용을 제대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어휘나 표현을 확장시킬 수 있는 것도 책을 읽는 이유가 된다.
이는 언어철학자인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다.”라는 말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같은 뜻이지만 다른 표현을 접할 수 있는 방법 또는 다양한 방식의 표현을 배울 수 있는 방법 중 가성비가 좋은 것이 있다면 바로 책을 읽은 것이다.
많은 경우 한 사람의 수준은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어휘나 표현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기도 하다.
그리고 책을 읽는 이유 중에는 다양한 사례를 접하게 되는 것도 있다.
뉴스 등을 통해 접하는 사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종류도 다양하다. 단순한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도 있지만 사례를 통해 얻는 것은 그 이상이다.
직접 현장을 찾거나 사람을 만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책을 통해 접하는 사례는 경우에 따라 자신이 직접 알아보는 것보다 훨씬 더 유용한 내용을 알 수 있다.
이상에서 제시한 책을 읽는 몇 가지 이유는 표면적이다. 하고 있는 일과도 연계되어 있다. 그러나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 한걸음 더 나아가보면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전의 생각과 책을 읽는 중이나 읽은 후의 생각은 다르다. 책을 읽기 전에 했던 생각들은 사실상 공상에 가깝다. 그리고 휘발성이 강하다. 개인에게 접목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책을 펼쳐 읽는 과정에서의 생각이나 읽고 난 후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성찰도 일어나고 아이디어가 샘솟는 경우도 있다. 현실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대입해보거나 연결해보는 계기가 되는 것도 책을 읽는 이유다.
이를 통해 경우에 따라서는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문제가 해결되거나 실마리가 잡히기도 하고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의문도 풀리게 된다.
새롭게 시도해보고자 하는 것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도 있으며 과거의 실수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만드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사람마다 책을 읽는 이유가 다양한 것과 마찬가지로 책을 읽는 방법 역시 다양하다. 소위 말하는 효과적인 책 읽기 방법은 개인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는 방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뉘어진다. 첫 번째 단계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거침없이 읽는 것이다.
잘 읽히지 않아도 무작정 읽는다. 이 단계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한 권의 책을 읽었다는 일종의 성취감이다. 내용에 대해서는 간헐적인 부분만 접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 번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장벽이 낮아진다.
두 번째 단계는 책에 있는 내용 중 개념, 사례, 비유, 비교 등을 별도의 메모장에 기록하면서 읽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록된 내용들은 주로 하고 있는 일에서 활용된다. 특히, 교육과정을 개발하거나 강의자료를 준비할 때 그리고 글을 쓸 때 유용하다. 돌이켜보면 이렇게 기록된 단편의 자료들은 상대적으로 활용빈도가 높은 편이다. 효과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세 번째 단계는 두 번째 단계와 연결고리가 있다. 그것은 읽고 있는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또 다른 책이나 자료를 찾아서 읽는 것이다. 이른바 확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논문에 빗대어 설명하면 참고문헌을 살펴보고 찾아서 읽는 경우와도 다르지 않다.
읽고 있는 책에서 언급된 내용들 중 저자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대개의 경우 출처를 표시하고 있는데 이 출처들이 결국 다음에 읽어야 할 책들의 목록이 되는 것이다.
어쩌면 책을 읽는 것은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책 속의 인물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할 수도 없고 특정 장소에서의 직접적인 경험을 할 수도 없다. 하지만 가만히 있거나 공상 속에 머물러 있는 것보다는 조금 더 나을 수 있다. 아울러 책이 밥을 먹여주지는 않지만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에 대한 여러가지 단초는 마련해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