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에 대한 소중함은 그것이 박탈되거나 빼앗기기 전에는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제한을 받는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그 무엇인가가 물이나 공기 혹은 시간처럼 일상에서 당연시되거나 존재감을 느끼지 않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그 무엇인가에는 사람도 있고 일도 있다. 하나 하나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 무엇'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일상'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동안 일상의 소중함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지내온 날들이 적지 않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당연함에서는 소중함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일상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자의는 아니었고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14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상황이야 어째든지 간에 온전히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은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스스로는 이 상황을 즐겨보려고 했다.
그래서 평소보다 운동도 더 많이 하고 책도 열심히 읽었다. 때때로 영화를 보기도 했고 라디오를 들으며 사연을 보내기도 했다. 그야말로 이 핑계 저 핑계를 들면서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하면서 지냈다. 그리고 며칠 정도는 이런 생활에 나름의 만족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모로 제한된 상황에서의 나만의 공간과 나만의 시간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동의 자유가 없다보니 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되었고 시간이 갈수록 무기력감도 훨씬 더했다.
게다가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하다보니 일상에서 그리운 것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평상시에는 전혀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것들이 많았다.
카페에서의 커피 한 잔도 그리웠고 운전도 그리웠다. 가끔씩 들리는 도서관과 가벼운 산책도 마찬가지였다. 하다못해 재활용 분리수거하러 가는 것조차 그리웠다.
아울러 갑작스럽게 자가격리가 되다보니 그 기간 중에 약속된 모임들도 자연스레 취소되었다. 꽤나 오래간만에 만나는 지인들의 모임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있을 때 잘해라, 할 수 있을 때 해라 혹은 만날 수 있을 때 만나라 등과 같은 말들이 머릿속을 수차례 스쳐갔다. 돌이켜보니 맞는 말이다. 그리고 뒤로 미뤄서 잘 된 것이 그리 많지 않기도 했다.
이제 2주간의 짧은듯 길었던 자가격리 기간이 끝났다. 동시에 방탈출과 함께 자유도 다시 얻었다. 물론 대단한 변화는 아니다. 단지 일상으로 복귀한 것일 뿐이다.
그렇지만 더 이상 일상은 당연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 일상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소중한 것은 대개 지키게 마련이다.
불과 2주 정도의 시간이었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일상을 바라봤던 경험은 새롭고 소중했다. 남은 것은 이 느낌을 얼마나 유지해 나갈 수 있느냐다. 기록은 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