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이었다.
누군가 바깥에서 교실 문손잡이를 흔들었다.
문을 밀어야 열리는데 자꾸 당기는 탓에, 흔히 있는 일이라 여겼다.
다시 덜커덩거리는 소리에 어쩔 수 없이 하던 수업을 멈추고 문 쪽으로 갔다.
문을 활짝 열자,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검은 마스크 너머로 동글납작한 얼굴, 뽀글거리는 짧은 머리.
허리는 여전히 꼿꼿했다.
반들반들한 단추만 한 눈.
복자 어머니였다.
한 달 만에 한글교실로 돌아오신 것이다.
나는 덥석 손부터 잡았다.
그 사이, 맹렬했던 여름은 가고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복자 어머니는 지난해 봄부터 결석 한 번 없이 출석한 모범생이었다.
모르는 글자가 나오면 대놓고, 큰소리로 “몰라!”하고 외쳤다.
어머니의 의외의 반응에 교실은 웃음바다가 됐고,
“복자 어머니 없으면 재미가 없다”는 말이 자연스레 돌았다.
작년 겨울, 김장철에 “선생은 갓김치 좋아한다며?” 하시며
비닐 팩에 꾹꾹 눌러 담은 김치를 가져다주시기도 했다.
그런 어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안 보였다.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으셨다.
며칠 뒤 순자 어머니가 병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야기를 전해줬다.
남편분이 많이 아프시다고,
복자 어머니가 울면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 교실이 술렁였다.
조용한 한숨들, 안타까운 표정들,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옥자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식사 잘 챙겨 드세요. 잠 잘 주무시고요.”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오늘
문을 열고 어머니가 들어오셨다.
“아이고, 어머님, 오셨어요.”
나는 얼른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잡아당기며 교실 안으로 들어오시길 권했다.
“와봤다.”
단출한 말 안에 많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잘 오셨어요. 보고 싶었어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 맨 앞줄에 앉아 있던 순자 어머니가 소리쳤다.
“영감님, 어찌 됐어요?”
나도 궁금했지만 망설이고 있었는데,
복자 어머니가 짧게 대답하셨다.
“그만 갔다.”
그제야 푸석한 얼굴, 부어 있는 눈이 보였다.
순자 어머니 얼굴이 일그러졌고, 곧 한숨과 함께 위로의 말이 따라 나왔다.
“고마 잘 됐어요.
우리도 다 가야 하는 인생 아인교.
우리보다 쪼매 일찍 간 거라예.
섭섭게 생각 마이소.”
복자 어머니 눈에 금세 눈물이 고였다.
나도 모르게 어머니를 안았다.
순자 어머니는 옷깃으로 눈물을 훔쳤다.
어머니는 아무 말도 못 한 채,
그저 눈물만 흘렸다.
나는 감정을 더는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 교탁 쪽으로 돌아왔다.
몇몇 어머니들이 상황을 알아채고, 차례차례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큰일 치르느라 고생했겠어요. 어서 여기 앉으세요.”
이번 학기에 새로 등록한 어머니들까지
복자 어머니를 몰랐지만 그 자리에 머물며 조용히 말을 건넸다.
복자 어머니는 눈물을 닦고 또 닦았다.
“집에서 어째 보내고 있어요? 아이고, 마음 아파 죽겠네.”
“그냥 있제. 멍하니.
금방 방문 열고 들어올 것 같아.
자꾸 그 생각이 나.”
이쯤에서 수업을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나는 마음먹었다.
그렇지 않으면
더는 감정을 추스를 수 없을 것 같았다.
홀로 남겨진 슬픔을 마주하기엔 아직 나는 많이 서툴렀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어머니가 다시 교실로 돌아온 사실에 조용히 안도하고 있었다.
그 무거운 시간 속에서 조금은 숨 쉴 공간이 생길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