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은 자란다

노년에도 학습하는 뇌

by one oak

"이 나이에 배워서 뭐하노. 돌아서면 다 잊어버리는데."

"아이고, 공부를 못해서 그게 한이 되어 오긴 했는데, 당췌 늘지를 않아요."

성인문해교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특히 받아쓰기를 하는 날이면 이런 푸념이 들린다. 생각보다 받아쓰기가 어렵고, 만점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쉬운 문제만 낼 수 없어서 나는 매번 두세 분 정도가 만점을 받을 수 있도록 문제를 조정하려 애쓴다.

그런 푸념을 들을 때마다 나도 마음 한켠이 무거워진다. 나이 들수록 기억력은 떨어지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어머님들이 금세 지치고, 때로는 자신감을 잃고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나 또한 나이 들어가며 점점 외우는 일이 어려워지는 걸 체감하고 있다. 그래서 섣불리 "잘하고 계세요."라고 말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정분남 어머님을 보면서 내 생각이 달라졌다. 올해 아흔(90세)을 넘긴 정분남 어머님은 초등학교도 나오지 않으셨지만, 문해교실에 성실히 다니며 눈에 띄게 실력이 향상되었다. 단순히 받아쓰기를 잘하는 정도가 아니다. 문장을 이해하는 능력, 즉 문해력이 날마다 깊어지고 있다. 받아쓰기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글을 읽고 자기 생각을 말하는 데 점점 더 익숙해지고 계신다. 정분남 어머님의 성장은 다른 어머님들께 큰 귀감이 된다. 이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자연스레 뇌과학 연구와 연결짓게 되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노인의 뇌도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학습하며 신경망을 재구성할 수 있다고 한다. 마치 근육처럼 뇌도 잘 사용하면 더 강화된다는 것이다. 특히 글자를 익히고 반복해서 쓰는 행위는 집중력과 기억력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지영 교수의 연구 자료도 있다. 노인이 지속적으로 지적 자극을 받으면 인지기능 저하가 늦춰지고, 우울감도 완화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적 자극'은 새 글자를 새로 배우고, 일기를 쓰고, 받아쓰기를 해보는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

이처럼 뇌는 나이가 들어서도 자극을 받으면 새로운 회로를 만들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자극'은 시험 점수나 결과가 아니라, 배우고자 하는 마음과 배우는 과정을 지속하는 데서 생긴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외우고 정확하게 쓰느냐보다 그 과정을 즐기고 꾸준히 이어가는 태도가 뇌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

나는 어느 날, 푸념을 늘어놓던 어머님들께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님들, 콩나물 시루 아시죠? 물을 부으면 금세 다 빠져나가는데, 그래도 콩나물은 자라잖아요."

어머님들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지금 머리에 들어오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도, 매일 물 주듯 꾸준히 하면 꼭 자라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어머님들은 콩나물처럼 조금씩 자라고 있다. 결과보다 더 값진 것은 지금 이 순간 배우려는 그 마음이라는 것을, 어머님들이 오래도록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