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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드러머 Dec 29. 2021

멀티태스킹

나는 멀티태스킹하다. 소변보면서 이 닦는 거나 TV 보면서 밥 먹는 수준의 멀티태스킹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나의 멀티태스킹은 조금 복잡하고 다양하다.


전화가 오면 그 자리에서 멈춰서 전화를 받는 친구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다. 친구는 걷는 것과 전화통화를 동시에 할 수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 나는 이해를 못 했다. 그런데 걷는 것과 통화를 동시에 할 수 없는 사람이 친구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있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동시에 두 가지 이상 일을 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음악 들으면서 책 읽기 또는 공부하기일 것이다. 나는 학창 시절부터 음악 들으면서 공부를 해왔었고 음악 들으면서 책을 곧잘 읽었다. 물론 집중력은 조금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음악에만 집중할 경우 악기 소리를 구분해서 듣고 리듬과 멜로디, 구성까지 파악해서 듣지만 책을 읽으면서 음악을 들으면 그 정도까지는 하지 못한다.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을 때도 공부만 하거나 책만 읽을 때보다 약간 집중력이 떨어지긴 한다. 하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하는 이유는 공부나 책 읽기를 조금 더 오래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 들으면서 책 읽기 수준을 뛰어넘는 멀티태스킹도 가능하다. 나는 문서 작업을 하면서 전화를 받고 카톡을 하기도 한다. 3가지 일이 섞이지 않는다. 직원하고 대화하면서도 카톡으로 다른 친구와 대화하고 업무 보고서를 만들 수도 있다. 물론 3-4가지 일이 동시에 터지는 일은 몇 분의 짧은 순간이다. 하지만 이 짧은 순간이라도 동시에 두 가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카톡이나 문자를 잘못 보내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된다. 나는 동시에 몇 개의 카톡과 문자를 하지만 대화가 섞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음악을 듣더라도 한 음악만 줄곧 듣는 사람이 있고 책도 한 권을 정독할 때까지 다른 책을 안 읽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음악을 듣더라도 여러 음악을 듣고 책도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다. 차에서 듣는 음악이 다르고, 휴대하고 다니는 음악이 다르며, 집에서 듣는 음악이 다르다. 회사에서 읽는 책, 책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차 타면서 읽는 책, 집에서 읽는 책이 모두 다르다. 


동시에 다른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할 수 있고 책이나 음악처럼 서로 다른 책과 음악을 동시에 읽는 게 가능한 멀티태스킹한 능력때문에 나는 모드 전환을 쉽게 할 수 있다. 국어 공부를 하다가 지치거나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으면 그걸 붙들고 있는 게 아니라 수학 공부를 하거나 음악을 듣는 식이다. 책을 읽다가 어느 순간에 지겨워지거나 지치면 다른 책을 보고나 음악 감상같은 다른 일을 하는 식이다.


이러한 멀티태스킹한 능력은 집중력은 조금 떨어져서 하나의 일을 빨리 끝내고 다른 일을 끝내지는 못하지만 동시에 여러 일을 지치지 않고 하면서 하기 때문에 결승점에서는 더 많은 일을 하는 장점이 있다. 이는 마치 CPU가 여러 개가 있는 것과 같으며 전류로 치면 병렬연결이냐 직류 연결이냐 하는 문제와 비슷하다. 뭐가 좋다 나쁘다는 할 수 없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능력, 그리고 오래 버티는 능력이 더 각광받는 거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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