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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드러머 Feb 09. 2022

승부욕

이기려는 욕구, 승부욕은 사람마다 많고 적음의 차이가 있다. 뭐든 그렇지만 특히 욕(慾)이 들어가는 단어(식욕, 성욕, 재물욕, 명예욕, 권력욕 등)는 너무 없어도 문제고 너무 많아도 문제다. 

승부욕이 앞서면 매너와 스포츠맨십에 문제가 생긴다.  지난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의 상황이다. 평범한 땅볼이 2루수 오재원 앞으로 굴러갔다. 오재원 선수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공. 하지만 공은 2루수 앞에서 마치 캥거루처럼 벌쩍 뛰어 2루수 머리 위로 넘어가는 안타가 됐다. 오재원 선수는 자신의 글로브를 땅바닥에 패대기치며 분을 삭였다. 이 장면을 두고 그가 승부근성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와 매너 없는 행동이였다는 평가로 의견이 갈렸다. 반대로 승부근성이 없어 질책 받는 선수가 있다. 평범한 땅볼을 치더라도 전력질주를 하다 보면 상대가 실책을 범해 살아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L 팀 소속 선수들은 평범한 땅볼을 치면 천천히 뛰어간다. 팬들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L 팀 야구를 '도련님 야구'라 비아냥거린다.  

종종 지인들과 참가비를 내고 상금과 승급을 걸고 바둑대회를 한다. 모든 경기가 그렇듯이 이기면 기분 좋고 지면 기분 나쁘다. 그렇다 보니 한 판 한 판이 살 떨릴 정도로 치열하다. 여기서도 유독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 있다. 이미 다 진 대국을 어떻게든 수를 내서 기어이 이기려고만 든다. 그러다 보면 매너 문제도 발생한다. 그렇게라도 이기면 다행인데, 만약 질 경우에 아예 바둑을 그만둬버리기도 한다. 반대로 승부욕이 없는 사람도 있다. 계속 지다 보면 지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성취도가 낮아진다. 무엇보다 흥미가 없어지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흥미가 없어지면 역시 그만둬버리는 선택을 한다. 

이기고 지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승패는 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다. 어차피 모든 경기는 승률 5할에 수렴하게 되어 있다. 매일 경기가 열리는 프로야구리그도 최고의 팀의 승률이 6할을 넘지 않고 최저의 팀도 승률 4할 아래도 떨어지지 않는다. 바둑도 급수에 따라 접바둑을 두기 때문에 5할 승률에 수렴한다.(물론 예외는 있다. 승률 6할이 넘고 4할이 안되는 팀도 나오는 시즌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패한 5할의 경기에 대해 유연해져야 한다. 그래야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경쟁 사회에서 살면서 승부를 피해 갈 수 없다. 승부에 내가 어떤 태도로 임할 건지는 삶에 있어서 중요하다. 이기고 지는 일에 일희일비하거나 반대로 아무 일도 없다는듯이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뻔한 결론이지만 과정에서는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결과엔 연연하지 않는 게 경기에 임하는 가장 좋은 자세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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