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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드러머 Feb 10. 2022

위험한 상상

밴드 연주를 들을 때 난 가끔 이런 상상을 하곤 한다. 밴드 드러머가 갑자기 팔이 빠져버리는 거다. 이런 영화와 같은 상상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뭐를 상상하든 그것은 내 자유다. 


영화를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온다. 괴한에게 비행기가 납치된다. 그리고 총격전이 벌어지는데, 하필이면 조종사가 총에 맞아 쓰러진다. 이럴 때 영웅이 등장하면서 그가 추락하는 비행기 핸들을 잡는다. 그는 기껏해야 2인용 경비행기를 한번 몰아봤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관재탑과 교신하면서 무사히 비행기를 착륙시키면서 영화는 끝난다. 


산모가 갑자기 산통을 겪고 있을 때 어디선가 의사가 나타난다. 그는 꼭 산부인과 전문의일 필요는 없다. 의대생이거나 수의사여도 상관없다. 그는 주위에 자신을 도울 사람을 찾는데 이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등장한다. 출산과정은 순조롭게 끝나고 산모와 아이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영화는 끝난다.


드러머가 팔을 다친다. 더 이상 연주할 수 없는 상황. 수 많은 관객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다. 어떻게는 이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때 리더가 '혹시 관객 중에 드럼 칠 수 있는 분 계시나요?'라고 묻는다. 그리고 잠깐의 정적이 흐른다. 그때 내가 '제가 조금 합니다'라고 하면서 드럼 세트에 앉는다. 관객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공연은 멋지게 마무리 된다. 


다행인지 한 번도 드러머가 팔을 다치는 일은 낸 눈 앞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설령 드러머가 그런 사고를 당했다 해도 내가 그를 대신해 무대에 오르리라는 보장도 없다. 상상은 그저 상상일 뿐이다. 어쩜 드러머의 사고는 비행기 테러 사고나 갑작스러운 산모의 산통보다 확률이 낮은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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