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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드러머 Feb 15. 2022

oo 없는 날

차 없는 날이라고 있다. 차 없는 날은 1997년 프랑스 라로쉐에서 교통량 감축과 환경개선을 위해 시작됐다. 지금은 전 세계 40개국 1500여 도시가 매년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차 없는 서울시 거리는 생각보다 넓었다. 이렇게 넓은 도로와 길을 차들이 점령하고 있었나 싶을 정도다. 수 많은 차들이 마치 화가 나있듯 으르렁 거렸던 거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만큼 조용했다. 차가 없으니 길이 보였고 그 길 위에 걷는 사람들, 그 길 위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사람들이 보였다. 차가 없으니 하늘도 맑고 공기도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루로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하루라도 인간의 욕심으로 더러워진 지구가 조금은 깨끗해졌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달력엔 손 없는 날이 표시되어 있다. 결혼이나 이사 개업 같이 중요한 날은 손 없는 날을 택해서 한다. 인공지능과 메타버스가 등장하는 시대에 웬 손 없는 날일까 싶지만 실제로 손 없는 날엔 이사비용이 더 비싸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손없는 날을 믿고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 후보도 손 없는 날을 따르니 손없는 날을 민간신앙이라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2020년에 택배 없는 날이 만들어졌다. 이날은 전국의 택배 기사들이 하루 쉬는 날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택배 물량이 많아지면서 하루도 쉴 수 없는 택배 기사들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총성 없는 날도 있다. 유엔이 정한 전 세계의 전쟁과 폭력이 중단되는 날이다. 세계 평화의 날로 불리는 이 날은 경희대 설립자이자 세계대학총장회의 의장을 지낸 고 조영식 박사가 제안했다.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도 있다. 과소비 문제를 다루는 날로 1992년 멕시코에서 처음 시작됐다. 현재 참가국은 65개가 넘는다.


대부분 OO없는 날은 문명의 이기를 과다하게 사용해서 생기는 문제들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업이 OO없는 날을 제안하는 건 자기 스스로 자기를 부정하는 일이다. 어쩔 수 없이 OO없는 날은 시민단체가 만들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도 하루쯤 없어도 되는 날 몇 가지 생각해봤다. 


'일' 없는 날

'신문' 없는 날

'밥' 없는 날

'돈' 없는 날

'약속' 없는 날

'시간' 없는 날

'술' 없는 날

'커피' 없는 날

'컴퓨터' 없는 날

'핸드폰' 없는 날

'싸움' 없는 날

'거짓말' 없는 날

'쓰레기' 없는 날

'정치' 없는 날

'생각' 없는 날

'추억' 없는 날

'이별' 없는 날

'의미' 없는 날

'슬픔' 없는 날

'음악' 없는 날

'너' 없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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