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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드러머 Mar 15. 2022

친구들과 나의 여행 방식

남자들은 여행 가서는 술만 마신다. 남자들이 주도하는 회사 워크숍도 술만 마시기는 비슷하다. 나는 초등학교 동문회에 참석하지는 않은데 여자 동문으로부터 술만 마셔대는 여행이 힘들다는 하소연은 몇 차례 듣곤 했다. 몇 해 전에 어릴 적 친구들과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친구 4명이서 한 번도 여행을 가지 않았으니 이번에 좋은 추억을 만들자면서 가까운 계곡에 놀러 갔었다. 그 후론 우린 다시는 여행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여행을 통해 서로의 스타일과 성격이 대립하는 것을 확인하는 거야 어쩔 수 없다 쳐도 여행을 가서 술만 마시는 걸 내가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여행 가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다. 그래서 혼자 하는 여행을 선호한다. 여러 명이서 여행을 가더라도 틈틈이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다. 의외로 혼자 있는 시간이 적지 않다. 조금 일찍 일어나고 조금 늦게 자면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할 수가 있다. 음악은 잠깐잠깐의 휴식시간에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혼자 하는 여행이라면 대부분의 시간을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다. 그래서 이게 여행인지 아니면 동네 카페에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건지 모를 정도다. 여행을 가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나 자신이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


위의 두 가지 사례에 대해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 틀리다 맞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술만 마셔대는 여행은 조금은 슬프다. 여행을 떠난다는 건 그곳의 문화에 담긴 스토리를 보고 듣고 그곳의 자연을 감상하기 위해서인데 내 또래 남자들은 문화에 대한 소양과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술만 마시는 것이다. 그림이나 건축물, 또는 역사와 문화에 대해  배운 적도 없고 또 먹고살기 바빠 관심을 두지도 못했다. 그들의 여행은 공기 좋은 데에서 맘 편히 술 마시는 데에 의의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나의 여행 방식이 좋다는 말 하는 것은 아니다. 남들 사진 찍고 먹고 마시는 것에 참여하지 못하고 마치 현지인과 여행객의 중간쯤 되는 위치에 어정쩡하게 서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니 그것도 여행을 제대로 즐긴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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