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세상이 변했다. 한동안 현실을 부정하고 깊은 슬픔에 빠진 페친 몇몇은 책과 음악으로 시름을 달래기 시작했다. 세상일과 궤를 같이하는 우리 집은 직격탄을 바로 맞았다. 한마디로 폭탄이 우리 집 마당에 떨어진 셈이다. 위기다.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고 하루 이틀 지나니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해야 할 일들이 하나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우선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세상이 더 좋아지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만으로는 세상은 바뀔 수 없다. 행동해야 한다. 시름에서 벗어난 몇몇 페친들은 그 답을 정치적 행동에서 찾기 시작했다. 적어도 차별과 혐오가 이 세상을 좋아지게 할 순 없다고 믿는다. 차별과 혐오를 막아야 한다. 각자 저마다 그러한 생각들은 품고 있을 것이고 각자 행동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 정답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곧 답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본격적으로 홍보 관련 책 쓰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책 집필에 도움이 되는 전문 홍보 멘토링 활동도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지인을 통해 1인 기업 브랜드를 위한 글쓰기 수업도 곧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있다. OO에서 마련해 준 작사 작곡 교육 과정을 포기한 건 아직도 아쉽다. 작년부터 하고 싶었던 과정이고 그래서 계속 기웃거렸던 교육과정이다. 이번에 운이 좋아 그 기회를 잡았는데, 신상의 이유를 들어 제의를 번복했다. 지금으로서는 좋아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을 여유가 없다. 최소한 불필요한 일들을 줄여나가야 한다.
직장인밴드 리더인 후배에게도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밴드 활동이 부담이 된다고 알렸다. 그도 이번 일로 큰 충격을 받고 있던 터라 내 말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해줬다. 조금씩 활동을 줄여나가거나 밴드 활동을 중단할 수도 있다. 작년 7월부터 시작한 바둑 학원은 내가 이곳 직장을 다니는 동안 계속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그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 1년을 채울지 그 전이 될지는 모르겠다. 인생에서 다시는 없는 기회여서 아쉽긴 하다. 봄부터 라이딩을 시작하기 위해 자전거 매장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마음에 둔 자전거도 있지만 있던 자전거를 수리해서 타기로 했다. 수리하면 얼마나 좋아질지 모르겠지만 몇 년은 더 탈 수 있을 것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Klaatu의 Hope를 듣는 순간 울컥했다.
"모든 믿음은 사라지고 삶의 의욕이 사라질 때 희망마저 버린다면 모든 것을 잃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