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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드러머 Mar 15. 2022

작은 손

나는 손이 작다. 물건이나 재물의 씀씀이가 깐깐하고 작다라는 의미의 손이 작은 게 아니라 진짜 손이 작다.  가끔씩 내 두 손을 길게 펼쳐본다. 마치 키를 잴 때 조금이라도 크게 보이기 위해 몸을 쭉 늘리듯이 손가락을 쭉 늘려본다. 아무리 봐도 작긴 작다. 


다행이라면 손이 작은 건 그렇게 티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키는 말할 것도 없고 발이 작아도 꽤나 화제가 되기 일쑤다. 아버지 친구분 중에 유독 발이 작으신 분이 한 분 계셨는데 어릴 적 우리 집에서 계모임이 있는 날이면 어른들은 그분의 발로부터 이야기 꽃을 피우곤 했었다. 


신체의 모든 부위엔 사이즈가 있어서 M부터 XL까지 규격화되어 있다. 하지만 손엔 사이즈가 따로 없다. 장갑을 선물할 때 사이즈를 확인하고 선물하지는 않는다. 손의 크기의 표준편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손의 크기에 대해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의 손을 떠올려 봐라. 그들의 손이 작은지 큰지 기억나지 않을 것이다. 서로 손의 크기로 불편을 겪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단지증이 아닌지 걱정했던 적도 있다. 단지증을 검색하면 메간폭스와 박신혜가 연관으로 뜬다. 탐 크루즈도 단지증이라는 얘기가 있다. 단지증은 정확히 말해서 10개의 손가락 가운데 한두 개가 짧은걸 말하는데 나를 포함해 사례로 든 유명인은 그저 손이 조금 작은 뿐이다.  


손이 작아서 할 수 없는 일은 거의 없다. 노래를 부르거나 연기를 하는데 아무런 지장도 주지 않는다. 뭔가를 만지고 쓰고 잡고 치고 하는 데에도 큰 불편이 없다. 공을 마음대로 컨트롤해야 하는 농구 선수나 야구 선수는 손이 큰 게 유리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손만 큰 게 아니라 운동하기에 적합할만큼 모든 게 큰 사람들이다. 악기를 다루는 데 있어서도 큰 손이 유리할지 모르겠다. 내가 기타를 못 치는 이유로 작은 손을 들면 그건 핑계일뿐이라는 걸 누구나 안다. 손이 큰 사람이 악기를 잘 다룬다면 모든 음악가는 손이 커야만 한다.  


내 두 손을 활짝 펴본다. 작긴 작다. 하지만 이 작은 손때문에 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 그래서 불만은 없다. 뭐든 해내는 내 손을 난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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