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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드러머 Mar 28. 2022

날아간 생각

생각이라는 놈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특히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생각은 마치 컴퓨터 자판을 하나하나 찍듯이 머릿속에서 자판으로 선명하게 찍힌다. 

'아니 내가 이런 멋진 생각을 하다니'

책의 한 챕터를 그렇게 완성해 냈다. 그리고 갈등한다. 다시 일어나서 그 생각을 정리할까 아니면 내 머리를 믿고 그냥 잘까. 대체로 이 싸움은 내 머리를 믿고 그냥 자는 쪽이 이긴다. 


아침에 일어나 잠들기 전에 생각해낸 멋진 아이디어를 떠올려 보지만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는다. 답답함이 몰려온다. 멋진 생각일수록 더 답답하다.

'도대체 뭐였지?'

그건 마치 훌륭한 기획안을 만들고 저장을 하지 않고 날린 것과 같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좋은 생각이 날 때,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타이핑하면 자동으로 파일로 저장되거나 프린트를 지원해 주는 거 말이다. 생각뿐만 아니라, 작가라면 글을, 음악가라면 음악을 생각하는 대로 저장해 주는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귀찮아서 메모하지 않아 세상에 태어나지 못한 생각과 글과 음악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위와 같은 기계가 나온다면 세상은 훨씬 좋은 생각과 글과 음악이 남았을 것이지만, 그랬다면 너무 많은 생각과 글과 음악이 세상에 넘쳐나 정신이 없을지도 모른다. 모든 자료를 다 기록하면 오히려 많은 자료에 묻혀 중요한 자료를 찾을 수 없는 것과도 같다.


어제밤 붙들지 못한 생각은 세상에 남고 싶지 않은 생각이라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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