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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드러머 Apr 13. 2022

마사지가 알아낸 나의 비밀

한때는 마사지 샵엘 자주 갔었다. 이날의 사건 이후부터는 발길을 끊었다. 


이날 덩치 큰 남자가 마사지사로 들어왔다. 야리한 여자보다는 덩치 큰 남자가 힘이 있어 선호하는 편이다. 그의 힘있는 마사지가 시작됐다. 자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들은 어떻게든 손님을 재우려고 작정한듯하다. 재워야 대충 마사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의 마사지에 잠들지 않으려고 갖은 노력을 한다. 대체로 이 싸움은 내가 지는 편이다. 


역시 시원했다. 너무 시원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방구라도 뀔까봐 그곳에 힘을 주고 있었다. 내가 좀처럼 잠들지 않았는지 그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작전을 바꾼 모양이다.


마사지사 : 이곳이 안 좋죠?

나 : (그렇게 세게 누르면 아픈 건 당연하다) 네 아프네요

마사지사 : 이곳이 안 좋으면 소화기 계통이 안 좋은 겁니다

나 : 저 소화 잘 되는데요

마사지사 : ......

마사지사 : 전날 술 마시면 좋지 않죠?

나 : (전날 술 마시고 좋은 사람도 있나?) 우유 마시면 설사하곤 해요

마사지사 : 이쪽이 안 좋으면 소화계통이 안 좋다는 증거거든요


그는 마치 자신이 한의사라도 된 양 의기양양해져서 더욱 힘 있게 그 아픈 곳을 마사지했다. 아마 많은 사람을 마사지하면서 경험의 감이라는 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나 : 제가 설사를 자주 해서 어렸을 때는 설사 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어요

마사지사 : 정말요? 그런 대회가 있어요


이런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주다니. 그리고 그는 몇 군데를 지압하면서 여기가 안 좋네 저기가 안 좋네하며 마치 한의사라도 된듯 나에게 신체 비밀을 알려줬다. 이건 고도의 영업 전략일뿐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아무튼 그는 내가 자주 설사한다는 걸 알아버렸다. 그는 마사지를 통해 나에 대해 얼마나 많은 비밀들을 알아내고 있는 걸까? 진짜 비밀을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단순한 겁주기일까? 영업의 기본은 겁주기다. 겁주기가 가장 많이 통하는 곳이 바로 학원이다. 부모에게 아이에게 이런저런 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뒤쳐진다라고 하면 안 들어줄 부모가 없다는 걸 학원은 너무 잘 알고 있다.


조금 더 마사지를 받다가는 그는 나의 모든 신체 비밀을 알아 챌지도 모른다. 그가 나의 신체 비밀을 다 털어가기 전에 얼른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는 나의 비밀을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진짜 나의 비밀을 알고는 있는 걸까?


어쩔 수 없이 서비스를 받다 보면 나의 비밀을 털어놓아야 할 때가 있다. 의사 앞에서는 나의 신체적 약점을 모두 얘기해야 한다. 상담사에게도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무서워하는지를 다 얘기해야 한다. 의사와 상담사야 내가 자발적으로 나의 비밀을 털어놓는 것인데 반해 마사지사는 내 몸을 만져 가면서 나의 신체 비밀을 마치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듯이 알아간다. 그래서 그들에게 함부로 몸을 맡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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