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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드러머 Apr 15. 2022

캐릭토님

이름이 중요하다. 많은 기업을 만나는데 그 중에서도 그 회사가 하는 일을 설명하지 않아도 이름으로 알 수 있는 회사 이름이 가장 좋다. 서비스하고 아무 상관이 없어서 매칭할 수 없는 이름은 몇 번을 들어도 기억하기 힘들다. 

  

이름으로 인물의 외모, 성격, 직업 등의 특징을 나타내는 문학기법이 있는데 이를 캐릭토님(Charactonym)라고 한다. 우리나라 말로 '의도적인 이름'이나 '어울리는 이름'쯤 된다. 고골의 소설 <외투>의 등장 인물 중에 아까끼 아까끼예비치가 있다. '까까'가 우리나라 말로 '응가' 정도 된다고 하니 아까끼 아까끼예비치가 어떤 캐릭터일지 짐작이 간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주인공 지안은 이를 지, 편안할 안으로 편안함에 이르다라는 뜻이다. 캐릭터의 이름으로도 최고지만 이름 자체가 이 드라마의 주제이기도 해서 최고의 이름을 부여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드라마의 마지막 대사는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네." 


하지만 너무 남발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드라마에 몰입하기 힘들다. 한때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캐릭토님을 많이 썼었다. '나순진', '한성질', '배신자', '기운찬', '엄청난' 등이 그렇다. 하지만 이런 이름들은 너무 장난스럽고 직설적이다. 캐릭터를 묘사로 통해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름으로 손쉽게 끝내버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인상을 받게 한다. 


딸아이 친구 중에 선율이라고 있다. 어머니는 성악을 하셨고 선율이는 닉네임으로 멜로디를 쓰며,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다. 이름과 캐릭터가 완전히 일치한다. 어릴때 봤던 선율이는 그 이후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지만 자기 이름대로 지금도 살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선율이가 피아노조차 치지 못한다고 하면 본인뿐만 아니라 선율이라는 이름을 들은 상대방도 실망이 클 것이다.  


이름이 캐릭터를 만들고 캐릭터는 그 사람의 운명을 만들며 이미지대로 살아간다. 자기 이름은 만들 수 없지만 자기가 만든 것이라면 진지하게 이름을 부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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