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먹고 싶은 음식은

그녀가 해준 된장국

by 헬렌

웬만한 집안일은 다 할 수 있는 내가 유일하게 힘들어하는 것은 요리다. 음식이 되어가는 걸 지켜볼 때는 집중하고 정성을 들여야 하지만, 어쩐지 바라만 보고 있는 게 재미없게 느껴진다. 라면을 끓일 때도 물이 뜨거워지면 스프와 건더기를 넣고 바로 면을 넣는다. 면을 공기 중에 노출시켜야 쫄깃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3번 정도 건져 올린 다음 방치해 둔다. 그러고는 빨래를 개거나 상을 닦는다. 면이 뿔면 맛이 없으니까 얼른 먹어야 하지만, 나는 다른 일이 끝날 때까지 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주말은 회사에 가지 않는 날이다. 쉬는 건 좋다. 하지만 내가 알아서 챙겨 먹어야 하는 건 신경 쓰이는 일이다. 무엇을 어떻게 언제 해 먹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건 머리를 복잡하게 할 뿐 기쁘게 해주진 못한다. 다른 사람들은 평일에 못 먹었던 음식을 실컷 먹는다던데, 나는 주말이나 평일이나 별로 다르지 않다. 우리 회사 사람 중 한 명은 요리를 해서 어울리는 그릇에 담아 알차게 먹는 것이 행복이라고 했다. 나는 기쁘지도 원하지도 않는 것을 경제적/신체적 건강을 위해 해야 했다.


이번 주말은 다른 때보다 요리에 대한 의지가 넘쳤다. 왜냐하면 요리 휴식기가 길었기 때문이다. 하이라이트에 불이 들어온 지 2개월은 된 거 같다. 보통 주말에는 나가 있거나 전자레인지로 데워먹을 수 있는 것만 찾았다. 이번에는 해야 하는 이유도 있었다. 헌혈 때문이었다. 8주 간격으로 전혈 헌혈을 하는데, 2주 전 검사에서 살면서 처음으로 10.2라는 혈색소 수치를 보았다. 12.5가 넘어야 전혈을 할 수 있다. 수치가 3번 연속 떨어져서 조치를 취해야 했다. 계란. 저번 헌혈 이후로 계란을 먹은 적이 없었다. 이전에 헌혈 직전에 계란을 먹고 전혈을 했던 기억이 있어서 다시 시도해 보았다.


단백질 폭탄 조합으로 삶은 닭가슴살 위에 계란을 얹고 밥에는 참기름과 간장으로 양념해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갑자기 소 씨가 이전에 "나는 원래 계란말이 할 때 양파 다져서 계란이랑 같이 넣는데, 오늘은 양파가 없으니까 그냥 할게."라고 말하며 계란을 풀었던 모습이 떠올랐다. 어쩐지 그녀가 해준 걸 먹은 척하고 싶어서 싹이 날지도 모를 양파를 꺼내서 선이 난 방향의 수직으로 썰었다. 작은 사각형으로 다시 나누는 것도 귀찮아서 삼겹살 먹는 척하며 양파를 구웠다. 전자레인지의 편리함에 현혹되어 달달한 양파의 맛을 놓치고 살았다니. 입안에 닿는 순간 반달 모양의 눈이 감기고 짜릿하게 감정이 올라왔다. 집에선 혼잣말을 자주 한다. "아, 내가 했는데 너무 맛있네 ㅋㅋ"


오늘 집에 들어오는 길에 마트에 들렀다. 근래엔 삶은 목살을 먹고 싶어 평일 내내 노래를 불렀는데, 어쩐지 소 씨가 해준 된장국이 생각나서 그녀가 해준 것처럼 먹고 싶어서 팽이버섯과 두부 1모를 샀다. 그녀는 애호박을 넣었는데 깜빡했다. 내가 된장국을 끓일 때는 미역을 넣는다. 미역국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방식도 괜찮다고 느껴질 거다. 자른 미역이 담긴 봉투에 적힌 대로 10g일 거 같은 양을 바가지에 붓고 물에 불리고, 물을 끓여 된장을 한 스푼 반을 떠서 채에 푼 다음에, 미역, 자른 팽이버섯, 직사각형의 두부를 넣고 간장으로 간을 하면 10분 안에 먹을 수 있다. 미역국보다 좋은 점은 요리하는 시간이 짧다는 거다. 음식을 하면서 나는 냄새 때문에 이미 밥을 먹은 거 같아 식욕이 떨어져 요리를 안 좋아하는데, 이 요리는 내 식욕이 떨어지기 전에 끝났다.


소 씨가 나에게 해준 것처럼 나도 다른 사람에게 밥을 해줄 수 있을지 궁금했다. 평소 짜고 달고 시고 매운 걸 못 먹는 사람이라 내가 한 걸 먹으면 "야, 소금 좀 줘라"라고 할 거 같다. 누군가 해달라고 하면 해줄 수는 있지만 달갑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래도 다른 사람이 나중에 나를 떠올리면 인상적인 선물을 준 거 같아 뿌듯함 100점을 채우고 춤을 출 거 같다. 누군가 나에게 "밥 해줘!"라고 하면 싫은 내색 다 하고 양껏 먹을 수 있게 내어주고 싶다.



요리하다(料理하다) 헤아릴 요 / 다스릴 리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심란(心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