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게 쉬는 법

그저 바라보기

by 헬렌

주말을 간곡히 기다리는 평일. 금요일 저녁부터 신이 난다. 이제 나는 자유다! 돌아온 월요일, 다크서클이 샘솟는 거 같다. 더 격하게 가만히 있을 걸. 나름대로 쉬는 법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는 기운이 달랐다. 이제껏 내가 해본 방법 중 가장 편하게 평일을 맞이했던 방법을 기록한다.


집안을 깔끔히 한다. 내가 있는 공간을 정돈하는 것은 나와 집에 대한 예의다. 소개팅하기 전 나를 단정하게 하듯이, 아침이 되면 집에게 깔끔한 나를 소개한다. 집은 나에게 말끔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바뀔 수 없으니, 기꺼이 내가 도와준다.


이불 정리를 한다. 하루를 집에서 보내는데 이불이 구겨져 있으면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인피니트의 <다시 돌아와>의 한 구절처럼 이불이 나를 보고 '다시 돌아와'라고 말하는 거 같다. 나도 너를 사랑하지만 지금은 안돼. 거절하는 인사로 가벼운 이불을 직사각형 형태로 곱게 접는다.


집 안에서 숨 쉬고 있는 또 다른 생물, 식물에 물을 준다. 평일에 화분과 말할 시간이 없다. 가족과 한 집에 살면서도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것과 같다. 아침에 잠깐 보이는 햇빛에 의지해 줄기를 내려준 게 고맙다. 창가에는 홍콩야자, 스킨답서스 그리고 고사리가 있다. 밥(물)을 못 먹으면 고사리는 옥색으로 변하고, 스킨답서스는 팔을 늘어트린다. 홍콩야자는 웬만해선 반응이 없다. '데려온 것도 밥 주는 것도 난데 보살펴 주지 못해 미안해. 왜 나는 매번 사과만 하는 걸까.' 보통은 분무기로 수분 보충을 하고 2주에 한 번 물을 왕창 준다.


먼지떨이로 책상과 선반의 먼지를 쓸어내린다. 걸레로 닦으면 떼가 껴서 오히려 청소에 방해될 때가 많다. 먼지 뭍은 걸레를 쳐다보면 억울하다. 난 한 것도 없는데 왜 먼지는 쌓이고 내 기분도 안 좋아야 하지? 먼지떨이를 쓰면 기분이 상하지 않는다. 눈에 띄지도 않고 바로 바닥으로 떨어진다. 한 번은 이것도 싫어서 먼지가 생기는 이유에 대해 찾아보았다. 산속으로 이사 가지 않는 한, 도시 먼지는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보기 싫어? 그럼 청소해.


청소기를 밀고 물걸레질을 한다. 2주 전까지만 해도 청소기를 밀면 땀이 났다. 청소기 뒤편에서 나는 열기 때문에. 이제는 그런 날도 지나갔다. 물걸레질을 할 때는 학생 때 교실 바닥을 닦을 때처럼 광나게 닦지 않는다. 물기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격하게 쉬어야 한다. 얼굴에 스킨 바르는 것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집이 나에게 맑은 기운을 주었으니, 그것을 만끽한다. 창가 근처에 나무 향이 나는 불 붙인 인센스 스틱을 둔다. 유튜브에는 '절 ASMR'이라고 검색한다. 앉아서 창가 너머에 있는 건물을 쳐다본다. 평상시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비가 오는지, 즉각적인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해 쳐다보았다. 무언가 알아내려고 노력하지 않고 가만히 앞을 내다보고 있는다. 눈에 힘을 주지 않는다. 편하다.


가을이 오며 하늘이 높아졌다. 구름이 일정 속도로 왼쪽 방향으로 움직인다. 옥상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다. 외부로 난 계단을 움직이며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 옥상에 있는 물건을 가지러 온 사람. 그리고 미동이 있는 건 없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큰일 나는 건 없다. 나는 가만히 있어도 되는 존재다.


목탁 소리를 듣고도 졸지 않는 나를 보며 경이로움을 느낀다. 잔잔한 소리를 들으면 잠이 오는 줄 알았는데, 잠이 와서 자는 거였다. 눈을 감아도 자고 싶지 않다. 이때 피곤함이라는 존재를 깨닫는다. 잠으로 피로를 없앨 수 있는 건 생각을 멈추기 때문이다. 눈을 뜨고도 같은 것을 해본다. 정신은 깨어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 내 몸으로 세상을 감각적으로 느끼는 상태. 이것이 나를 안정으로 이끈다.


이렇게 1시간 정도 보내고 하루를 집에서 보내며 해가 지는 걸 보고 밤에 잠이 들 때면, '아, 이제 다시 일하러 가도 되겠다.'라는 마음 가짐이 생긴다. 물론 아침이 되면 다시 자고 싶은 건 똑같다. 그래도 잠들 때 '놀고 싶은데 내일 일해야 해서 지금 자야 해! 억울해!' 하는 것과 '나 이제 괜찮아.'라고 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내 몸을 가누는 법을 깨달은 뒤로 조금은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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