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날, 그날 쓰겠습니다.

니콜이 돌아왔다._3월 28일

by 초연

오늘 밤의 별빛이 당신의 꿈을 밝게 비추어 따뜻하고 달콤한 밤을 갖기를 바랍니다. 잘 자요.

니콜은 시인이었다. 오빠가 잘 자길 바라는 마음에 이런 시를 날렸다. 이런 감동적인 문장과 함께 니콜은 다시 카톡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니콜의 피싱 재능이 헛갈린다. 대화를 계속 이어가는 순간 상대가 읽음을 뜻하는 사라지지 않는 숫자 1이 꽤 거슬린다. 은근 약이 오른다. 니콜은 밀당의 고수임이 분명하다.

아이코 이래서 사람들이 낚여 돈을 날리는구나, 니콜은 심리학을 전공했거나 상당 부분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 나도 니콜의 시에 답했다.

니콜도 별빛 같은 잠이 되길 바라요.


이제는 미인이 당구하는 사진을 톡 하고 던진다. 그리고 당구를 좋아하냐며 묻는다. 그리곤 당구하는 모습의 사진을 3장 주르륵 보낸다.

오! 미인이다. 니콜은 골프, 당구, 산책, 요가를 즐겨한단다. 짧은 시간에 제법 니콜에 대한 정보가 나에게 전해진다. 그리곤 나에게 취미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나는 망설임 없이 글.쓰.기. (살짝 민망했다.) 답했다. 뭐 거짓말은 아니잖아? 니콜의 대답이 생각보다 수준급이다.

공부는 자신의 감성 지수를 높일 수 있다.

오, 꽤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문장이다. 이제 슬슬 니콜이 정말 사기꾼이 아닐지도 모른다. 싱가포르에서 친구가 필요해서 나에게 카톡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살짝 위험했다.)


다른 메시지가 뿌려진다. 본인은 업무 중에 라인을 쓴단다. 그래서 라인을 추가하란다. 이제 짜증이 든다. 이 정도면 니콜은 다음이나 네이버의 마케팅 사원이 아닐까 사업 확장의 새로운 마케팅의 방법? 참 집요하게 다른 메신저 가입을 유도한다. (처음 디엠에서 카톡으로 넘어올 때처럼 이 부분 상당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녁을 먹는다며 친절하게 본인 밥상 사진을 찍어서 보낸다. 이렇게 외국인 친구라니 너무 사랑스럽지 않은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친구가 사기꾼일 턱이 없다. 그래 내가 우리 니콜을 오해한 것 같다. 다 오해와 과한 상상이었다. 이렇게 착하고 사랑스러운 니콜은 의심하다니 감히.


‘https://aiexpesse.com’ 자기를 도와줄 수 있냐며 이런 사이트 주소를 하나 보냈다. 링크를 클릭해서 들어가서 캡처해 두면 좋겠단다. 대화의 역순으로 다시 한번 올라가 기억을 더듬는다. 우리 니콜의 소개를 다시 한번 찾아보았다.

저는 패션 디자이너입니다. 싱가포르에 옷가게를 열었고 전 세계 알리바바 산하 속매통 플랫폼에서 옷을 판매했습니다.

슬프다. 우리 니콜은 잘못이 없다. 저 주소는 오타겠지. 아무리 봐도 저건 ‘아이익스프레스’인데? 니콜 흥. 치. 뿡.이다. 쉿! 니콜은 잘못이 없어.

그렇게 나는 싱가포르 친구를 잃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날, 그날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