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nkuen Kim Mar 27. 2018

古酒 구~스

아와모리를 3년 이상 숙성시킨 프리미엄 술

한국어 강좌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 주차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모퉁이를 돌아 길가로 나가는 순간 오키나와에서 평소 신세를 많이 지고 있는 스승님과 같은 존재인 한분이 종이 가방을 들어 보이며 "키무 집에서 구~스 들고 와서 지금부터 미야기 스토어에 가서 다 같이 한잔 할 건데 같이 가자!"라고 말씀을 하시기에 지난주부터 일이 있어 연일 음주를 하고 있어 와이프님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35년이 지난 구~스의 유혹에 빠진 나는 "에라 모르겠다~~"라며 미야기 스토어로 향하고.....




나하 슈리의 아와모리 주조사인 미즈호(瑞穂)가 1848년 창업 후 13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83년에 한정판으로 회사 이름으로 생산한 미즈호(瑞穂). 오키나와의 술 아와모리는 3년 이상 숙성을 하면 고주(古酒, 오키나와 방언으로 구~스)라고 해서 프리미엄이 붙게 되는데 35년이 지난 술이라니.. 이전에 같은 회사에서 만든 록 보이(Rock boy)라고 하는 35년 고주를 맛보면서 "우와 이렇게 맛있는 술이 있을까"라는 탄식이 나온 적이 있는데 이번 고주 미즈호의 경우에는 한정판이다 보니 더욱 관심이 있어 유혹에 빠지게 된 것 같다. 




우선 현재 판매되고 있는 동일한 크기의 다른 아와모리와 비교를 해 보니 35년 가까이 된 술이 2cm 정도 양이 자연 증발로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었고, 뚜껑을 따자마자 냄새를 맡아보니 아와모리 특유의 향이 거의 없고 희미한 향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주위의 어르신들이 5분 정도만 기다렸다가 다시 한번 아와모리 냄새를 맡아보라고 하셔서 그렇게 해보니 처음 개봉 시의 희미한 냄새보다 강한 아와모리 향이 올라왔다. 드디어 시음 시간. 평소 아와모리를 마시는 방식인 미즈와리(컵에 얼음을 넣고 술을 따른 뒤 물을 섞어 마시는 방식) 보다는 작은 잔에 스트레이트로 먹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니 슈퍼 한편에서 한 모금도 안 들어가는 작은 잔을 찾아 흘리지 않게 조심해서 따라 먼저 향을 맡고 입술 끝을 대 보니 너무나도 부드러운 느낌이었고 한 모금 마셔 보니 30도의 술이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게 넘어간다. 음미하며 마시는 나를 보던 주위 분들이 "역시 한국인 술 잘 마셔~라며 더 마셔"라며 작은 잔을 연거푸 채워주는 것을 감사하다 받으며 스트레이트로 마시니 적당히 기분이 좋아진다. 


 


오키나와의 술 아와모리는 태국 쌀을 주원료로 흑곡 균(黒麹菌)을 사용해서 발효를 시켜 증류를 해 만든 술이다. 각 지역마다 대표하는 주조회사가 다양한 아와모리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며 20도에서 60도 이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술이 있어 오키나와에서의 대표적인 서민의 술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오키나와 분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미군정의 오키나와에서는 아와모리보다는 위스키가 더 인기가 있었고 아와모리가 맛있다고 할 정도의 품질이 좋은 아와모리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십여 년 전부터라고 한다. 아무리 맛있는 술이라도 많이 먹으면 그 좋은 것도 모르게 되는 게 당연하지만 이번에 맛 본 35년 구~스는 혼자서 한병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취하지 않을 소중한 맛이었던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Beach Part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