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nkuen Kim Apr 02. 2018

Birthday party

술 한잔의 핑계 만들기

"몇 월 며칠 저의 생일 축하 파티가 있습니다"

"무슨 생일자가 직접 파티를 주최하고 홍보하냐"


 


위 말은 평소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과 술 한잔을 하기 위한 핑계로 생일 파티를 한다고 SNS에 올렸더니 친구가 한 말이다. 뭐 가지가지 술 핑계를 대는 것도 좋지만 번듯하게 파티를 한다고 했으니 장소를 예약하고 인원을 확인하고 하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기에 가능한 대로 구색을 갖춘 이벤트로 만들어 보려고 노력을 했다. 덕분에 단골인 한국식당 오너가 사진을 이용해 포스터도 만들어 홍보를 해 주는 감사한 일도 있었다. 


신기하게도 같은 날 생일은 후배가 있어서 같이 생일 축하를 하기로 하고 또 이벤트 장소인 한국식당 오너도 이틀 전에 생일이었기에 같이 축하해 주는 자리를 준비했고, 예정대로 많은 인원이 모여 맥주, 소주, 아와모리, 위스키 등을 마시며 분위기는 잔칫날의 시끌벅쩍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하이라이트는 생일 케이크와 생일 축하 노래가 아니라 매년 생일이 되면 신세를 졌던 오키나와분 중 한 분께서 '요루노토라이아스론(夜のトライアスロン; 밤의 철인 삼종경기란 이름의 폭탄주)을 부탁하곤 하는데 이 술은 위스키에 맥주 그리고 아와모리 세 종류의 술을 섞어서 만든 폭탄주로 정말 괴상한 맛이 난다. 초대에 응해 축하의 자리를 만들어 준 많은 분들을 위해 연거푸 세잔을 마시면서 입가에 웃음은 끊이지 않았으나 정신은 점점 희미해져가고....



한국 사람들 반 오키나와 사람들 반 정도의 비율로 참가를 한 이날 자리에서 한국 사람들 못지않게 술을 잘 마시는 오키나와 사람들과 섞여 삶에 대한 이전 저런 이이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갖다 보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렀던 것 같다. 오키나와에서 년수로 10년을 살아가고 있는데 아직 오키나와에 대해 모르는 것도 많고 일본어도 서툴지만 이런 작은 이벤트가 자연스레 만들어준 오키나와와 한국 간의 교류의 모임이 언젠가는 큰 힘이 되어 줄 거라 믿고 있다. (가만히 보면 이것도 핑계를 위한 핑계인 듯)

작가의 이전글 古酒 구~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