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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kuen Kim Apr 09. 2018

好不好 갈리는 염소고기

잔치에는 빠지지 않는 히자~(염소) 국과 사시미 

"한국 사람들도 히자~(ヤギ、염소를 뜻하는 오키나와 방언) 먹나요?"

"네 주로 한방재료를 넣어 약재로 만들어 먹곤 합니다"


오키나와 지인 중 한 분이 히자카이(염소모임?)가 있다고 해서 평소 염소국을 좋아하기에 참석하고 싶다고 하고 지난 주말에 조금은 낯선 모임에 참가를 해서 옆 자리에 앉은 오키나와 분들에게 받은 수많은 질문이다.  



건축자재 관련 일을 하시는 분께서 예전 회사 동료분들과 업무 관련 지인들과 모여 일 년에 몇 번씩 염소고기를 먹고 있고 마침 지난 주말에 모임이 있다고 해서 염소고기를 좋아하기에 기대를 갖고 참석을 했다. 50여 명이 앉은자리는 나무 목재들이 쌓여 있던 작업장이었고 한편에 블루시트(일본에서 보통 바닥에 깔거나 방수포로 사용하고 또는 범죄현장에서 현장을 가리기 위한 위장막으로 사용하는 파란 비닐)를 벽에 붙여 간이 무대를 만들어 민요팀이 오키나와 민요를 라이브로 부르고 있는 조금 특이한 장소였다. 


오키나와 방언으로 히자~라고 하는 염소는 국으로 또는 회(사시미)로 잔칫날 빠질 수 없는 음식이기도 하고 보통 식당에서도 작은 국그릇 한 그릇에 1200엔 이상 하는 고급 음식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염소 고기 소비량은 오키나와가 톱일 정도로 오키나와에서는 소울 푸드로 손을 꼽을 정도인데 최근 들리는 뉴스에 의하면 오키나와의 염소 수입량이 줄은 반면에 일본 본토에 이슬람권, 네팔 등의 유학생들이 늘면서 수입량이 늘어 오키나와가 염소 수입 1위 자리를 내어 줬다는 신문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https://ryukyushimpo.jp/news/entry-633451.html


사실 오키나와 사람들이 모두 염소고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독특한 냄새가 있어 국의 경우에 그 향을 줄이기 위해 쑥과 간 생강을 넣어 먹긴 하지만 그 특유의 냄새로 인해 못 먹는 사람들이 주위에도 꽤 있다. 스테미너 음식에는 특히 강한? 한국인들에게 있어서도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호불호가 갈릴 정도로 매니아적인 음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염소 국 안에 들어간 고기의 부드러운 맛과 지한 국물 그리고 쑥과 생강이 더한 맛의 매력에 빠지게 된 나로서는 이날의 히자~(염소)카이(모임)은 모처럼 영양을 보충하는 날이었다. 염소국과 함께 테이블에 세팅된 염소회(사시미). 히자~사시라고 해서 오키나와의 술인 아와모리와 어울리는 고소한 맛이다. 


테이블에 놓인 히자~사시를 주섬 주섬 맛있게 먹고 있으니 옆에 앉은 분이 더 먹으라며 몇 그릇을 더 가지고 오시면서 역시 한국인들도 염소를 먹는다며 신기해하셨고 또 다른 분은 한국의 개고기와는 맛이 어떻냐며 궁금해하기도 한다. 

  



오키나와의 모임에서 빠지지 않는 빙고게임으로 상품도 받고 맛있는 음식들을 나누면서 어린 시절 시골에 살면서 경험했던 동네잔치와 같은 느낌을 받아 마치 한국의 한 시골 동네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의 정겨운 모습이었다. 오키나와 사람들의 전형적인 잔치의 모습은 오키나와 악기 산신의 음률에 맞춰 손을 위로 들고 좌우로 흔드는 카차~시로 클라이맥스로 향하고 그런 모습을 보는 사람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 차 오키나와만의 멋을 만들기도 한다. 



이 날의 메인이벤트는 살아 있는 '염소 한 마리' 상품이 걸려 있는 가위바위보 대회.

참가를 원하는 사람들이 500엔의 참가비를 내고 30여 명이 모여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염소를 가져가는 이벤트로. 이날 염소를 가지고 가게 된 주인공이 바로 이날 모임을 초대해 준 지인. 차를 타고 모임 장소로 이동하면서 농담으로 염소를 얻게 되면 어디서 키우지~라는 말을 했는데 실제 염소를 얻게 될 줄 몰랐다며  2차로 술 한잔을 하면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하루였다. 

  


오키나와의 삶에 녹아들어가 있는 "염소고기". 

어찌 보면 염소고기가 메인이 아니라 '염소고기'라는 소재를 갖고 사람과 사람이 모여 술 한잔 할 수 있는 매개를 만들어 삶의 '락(樂)'을 즐기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문화일지도 모르겠다. 


배부르게 먹고 마시고 웃으며 즐겼던 매력적인 오키나와의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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