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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 Jun 02. 2019

계획 말 것


아이는 완강하다.

종아리가 젖어 있으면 무릎을 굽히지 않는다.

내복 바지에 비누거품이 묻기라도 할까 봐.


아이는 눈을 질끈 감고 아랫입술을 앞으로 쭈욱 내밀고 섰다. 

볼록하게 뭉쳐진 눈두덩이와 미간 사이로 흐른 물이 도톰해진 입모양 위에 떨어진다.

똑, 똑..

자, 이제부턴 신속 그리고 정확해야 한다. 

단 다섯 번의 손놀림으로 아이 얼굴을 말끔히 닦아 내리라. 

똑.


"아아, 엄마 얼른 닦아!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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