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007 치킨 첩보 작전

단식원 담장 안의 몸보신

by 마트료시카


슬기로운 광주 단식원 생활, 여섯 번째 이야기


나 혼자 만의 비밀스러운 일탈을 아주 조심스럽게 풀어보려고 한다.


사실 3주 차 일요일, 나의 몸보신은 나주곰탕만이 아니었다.

나주곰탕에 소주를 마시고 돌아온 나는 적당한 배부름에 취해 누워 있었다.
그때 손끝에서 나를 애타게 부르는 듯한 간절한 저릿함이 느껴졌다.
바로 단짝 친구처럼 친근한 배달 어플에서 보낸 알림이었다.


마치 내게 잘 지내냐고,
요즘 왜 이렇게 소식이 뜸하냐고 안부를 물으며,
자기 근황을 늘어놓는 듯한 알림.


배달 어플은 오늘 파티를 할 건데,
혹시 놀러 오지 않겠냐며 내게 초대장을 보내왔다.
치킨을 애정하는 내 취향까지 기가 막히게 알고 있는 내 베프는 치킨 할인 쿠폰까지 친절하게 끼워 보냈다.

마침 호남-광주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치킨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터라,
그때부터 머릿속이 조금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할인 쿠폰과 내 의지의 대결이었다면
나는 기꺼이 이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내 호기심과의 싸움이었다.
'아주커치킨' 이름만으로도 얼마나 양이 많고, 육질이 다부질지 궁금증을 마구 자극했고,
광주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브랜딩의 특수성까지 더해지자 고민은 점점 더해갔다.

휴대폰을 들 때의 무게는 매우 가벼웠으나,
휴대폰을 내려놓을 때의 무게는 매우 무거웠다.
결국 뿌리치지 못하고 그대로 배달 어플을 켜서 치킨을 주문했다.

단식원에서는 외부 음식 반입이 금지되어 있었기에
주소를 단식원에서 조금 떨어진 식당 앞으로 설정하고 그 앞에서 받겠다는 요청 사항을 남겼다.

문제는 장소였다. 닭둘기들을 관객 삼아 치킨을 박박 뜯을 순 없으니 결국 위험을 무릅쓰고 방으로 들여오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007 치킨 첩보 작전이 시작되었다.
치킨을 받아 들고 들어오다가 단식원장에게 걸리기라도 하면 창피함과 함께 어떤 조치를 당할지 몰랐기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명탐정 코난에서 괴도 키드가 변장하 듯, 비장하게 모자를 푹 눌러쓰고, 점퍼 지퍼를 턱끝까지 올리고는 목적지로 나갔다.
약속된 장소에서 무사히 치킨을 받은 나는
커다란 가방 속에 치킨을 후다닥 구겨 넣고, 단식원 안으로 진입했다.
정문이 아닌 주차장 문으로 들어와 계단을 이용해 조용히 올라갔다.
그때 마침 여자 원장님이 키우는 고양이들과 딱 마주쳤다.
가방 속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는 냄새에 이끌린 건지,
3주 동안 볼 수 없던 개냥이의 모습으로 내 주변에 몰려들었다.
잠시 숨이 멎는 줄 알았다.
평소와는 다르게 자꾸 발끝에 치이는 고양이들을 냉정하게 지나쳐 무사히 방까지 치킨을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방문을 잠그고 나서야 비로소 참았던 숨이 터져 나왔다.
가방에서 내 진땀이 고스란히 베어든 듯한 축축한 치킨상자를 꺼냈다.
​조심스럽게 닭다리 하나를 집어 들었다. 바삭한 껍질을 베어 무는 순간, 뜨거운 육즙과 함께 고소한 기름기가 터져 나왔다.

입안에서 기름기를 타고 부드럽게 혀와 탱고를 추다가 목구멍으로 미끄러지는 육질은 불쾌할 정도로 황홀했다.

하지만 입술에 묻은 기름기를 닦아낼 때마다 느껴지는 자책감은 이 007 작전이 선사한 씁쓸한 디저트였다.


치열한 절제와, 단식원이 만들어낸 기묘한 모험 속에서 쟁취해 낸 이 처절했던 일탈은,

두고두고 곱씹을 인생 치킨 맛을 선사한 나만의 은밀한 추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