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원 운동 1~2주 차
슬기로운 광주 단식원 생활, 일곱 번째 이야기
치킨에 닭다리가 왼쪽, 오른쪽 두 개이듯
체중 감량을 위해 식이요법만큼 중요한 건 역시 운동이었다.
나의 운동 루틴은 오전 유산소와 저녁 무산소.
그 두 번의 움직임이 하루의 굵직한 뼈대였다.
단식원 근처에는 광주 천변길이라는 개천이 있었다.
아침이면 여자 원장님의 공복 운동 시간을 알리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각 방문을 긁었다.
끈질기게 붙은 눈곱도 못 뗀 채, 끈덕진 발걸음으로 천변길을 무겁게 걸었다.
비몽사몽 하던 정신은 생각보다 빨리 주변 풍경에 사로잡혔다.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꽃 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돌아가듯 내 발걸음도 쳇바퀴를 잘도 돌았다.
알록달록한 풍경을 감상하며 미리 정해 놓은 위치를 찍고 돌아오면 대략 한 시간 반.
공복의 몸으로는 길고, 제법 성실한 시간이었다.
저녁에는 실내에서 헬스 기구를 이용했다.
본연의 역할에는 아무 문제없었지만, 오래되고 낡은 철판 덩어리들이라 투박하고 무거워서 서울에서보다 신경 써서 들어야 했다.
자전거는 안장이 닳아 뾰족했고, 앉기만 해도 배기는 느낌이라 포기했다.
거울이 없어서 내 자세가 맞는지, 뒤틀리는지도 모른 채, 오직 살을 깎겠다는 일념으로 차가운 쇳덩이를 움켜쥐었다.
잘하고 있는지보다, 꾸준히 하여 인에 배기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1, 2주 차에 운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바로 발가락 물집이었다.
집에서는 잘 걷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매일같이 열심히 걷기 시작하니 물집이 잡혔다.
터뜨리고, 낫기도 전에 다시 걷고, 짓무르고.. 그러다 염증이 됐다. 통증은 빠르게 쌓였다.
운동이 힘들다기보다는 발가락이 너무 아파서 매일 아침 눈물맛이 나는 땀을 흘렸다.
매일 밤 아홉 시면 방을 돌며 단식자들의 컨디션을 묻던 원장님이었다. 하지만 내가 정작 연고를 요청하며 덧난 발가락을 내보였을 때, 돌아온 대답은 아침에 방문을 긁던 그 목소리보다 훨씬 더 날카롭게 날이 서 있었다.
"연고 정도는 각자 사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것까지 우리가 다 해줄 순 없어요."
나는 대답 대신 짓물러 터진 발가락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저 작은 연고 한 줄기만큼의 온기가 간절했을 뿐인데..
타지의 낯선 공기 속에서 내 몸과 마음은 가장 얇아져 있었고, 그 차가운 반응은 기어코 내 마음의 벽을 얼리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