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퇴사 후, 내 몸에 스며든 자유의 무게

단식원 입소 동기

by 마트료시카


슬기로운 광주 단식원 생활, 그 첫 번째 이야기


회사를 퇴사하고, 자유롭고 편해진 생활은 얼마 안 가 내 체형으로 고스란히 묻어났다.
음식은 밝은 낮보다, 어두울 때 먹어야 그 맛깔짐이 더 선명히 느껴졌고,
냉장고 속에 맥주캔은 틈을 보일세라 꽉꽉 채워져 냉장고 문을 열면 가장 먼저 튀어나와 인사를 건네곤 했다.
자석과도 같은 맥주는 단독으로 있을 땐 '이게 뭐 하는 녀석인가' 싶지만 음식에 갖다 대면 미친듯한 흡입력을 발휘했다.
음식과 맥주가 N극과 S극을 이뤄 환상의 짝꿍으로 내 몸속에 차곡차곡 흡수되어 갔다.


이렇게 술과 야식으로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중,
자주 입던 옷들이 점점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저 배부르게 먹어서 지퍼가 안 잠기는 거라는 안일한 생각은 공복 상태에서도 안 잠기는 참사를 낳았다.
슬슬 나를 보는 사람마다 "너 살 좀 빼야겠다"고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이에 자존심이 퍽 상했던 나는 단식원에 입소하기로 결심을 굳힌다.



단식원을 알아보며 내가 우선순위로 뒀던 건

1. 우선 가격이 합리적일 것

2. 한번 시작하면 섣불리 포기할 수 없게 되도록 집에서 멀 것

3. 기나긴 다이어트 생활이 지루하지 않게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에서 새로운 풍경들을 구경할 수 있을 것


이 조건을 기준으로 여러 후기들을 참고해 선택한 단식원은 광주에 모 단식원이었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했고, 서울집에서 거리도 멀었으며,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도시에 있었다.

비장한 각오만큼이나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산 넘고 물 건너 머나먼 길을 지나 광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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