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덕분에 출근을 합니다.
직주근접 덕분에, 여덟시 가까이 느지막히 일어나 출근준비를 슬렁슬렁하고, 가는길에 좋아하는 커피도 한잔씩 마셨던 나의 지난 날의 출근 모습이 달라졌다. 달라진건 출근 모습뿐일까? 퇴근 시간에는 여유있게 업무를 보기위해 오히려 자진 야근을 하기도 했고, 서점에 들르거나 친구들을 만나거나, 주기적으로 필라테스수업이나 피부관리를 받았고, 남편과 같이 일찍 끝나는 날이면 강남이나 여의도에서 번개로 만나기도 했던 우리의 퇴근 모습도 바뀌었다.
여섯시 반 언저리에 기상하시는 따님 덕분에, 우리는 모두 다 부지런한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새가 된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새는 먹이를 일찍잡는게 아니라, 그냥 피곤한거래 딸아,,,좀 천천히 일어나주렴,,, !
비몽사몽 우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나서, 남편과 나는 번갈아 후딱후딱 씻는다. 그러고 나면
오전 7시 언저리,,, 그때부터 분주하게 아이의 아침을 준비하고나면, 8시 전후로 친정부모님이 와주신다.
그때부터는 한숨 돌리고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남편과 함께 출근,,,! 아빠엄마 출근하는게 서럽다고 엉엉 울기라도 하는 날에는 엘베타고 아파트 밑에까지 내려가서 산책을 돌며 짹짹 참새를 보여주어야 진정한단다. 그렇게 정신없는 아침을 보내고 나면, 이미 지하철에서 우리 부부는 땀뻘뻘,, 기진맥진 출근도 전에 벌써 집에가고 싶어지고 만다.
출근하고 나서는, 본격 업무에 돌입해서, 그날 일은 그날 끝날 수 있도록 부리나케 일들을 쳐낸다. 예전같으면 오전에 동료들과 중간중간 티타임을 가지기도 하고, 잠시 앉아서 수다떨며 어영부영 보내는 시간들도 꽤 있었는데, 그렇게 하기에 마음에 여유가 너무나 없다. 오늘의 나는 불가피한 업무가 있는게 아니라면 야근을 할 수가 없고, 칼퇴를 해야하니까! 그래야 부모님도 우리집에서 퇴근을 하실 수 있으니깐,,,!
그러다가 꿀같은 시간이 찾아오는데, 그게 바로 점심시간이다. 아가랑 함께 간다면 고려해야하는 상황들이 많지만, 지금의 나는 노키즌에서 식사를 해도 괜찮다.
아기의자 없는 곳, 내가 먹고 싶은 메뉴, 심지어 여유있게 동료들과 수다를 떨 수가 있으며, 맛있는 음식을 내 속도로 먹을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행복한 꽉찬 1시간의 점심시간.
이 시간의 힐링이 지나고나면, 오늘의 아이는 어떠한지 상황을 한번쯤 체크하려 집에 전화를 한다. 아직 어린이집에서 낮잠자기 전에 하원하는 아이는 대게 이 시간쯤 집에와서 간식을 먹고 낮잠 잘 준비를 한다고 한다. 아프기라도 하는 날이 있다면, 똑딱 어플로 근처 소아과를 예약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날들이 꽤나 많아서 속상하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가들에게 감기는 어쩔수 없는 숙명인걸까,,,!
퇴근시간 언저리가 되면, 마음은 이미 분주하고 엉덩이는 드릉드릉한다. 회사에서 지하철 역까지 걸어서 15분 남짓, 경의중앙선 열차는 한번 놓치기라도 한다면 배차간격이 꽤나 길기 때문에, 평소 타는 열차를 타기위해서 발에 불이 붙은 듯 뛰어간다. 그리고 도착하고 나서는 그날의 육아 Time 시작 ! 직장인 김대리에서, 다시 엄마가 되는 시간...!
저녁도 먹여주고, 함께 근처 산책을 가기도 하고, 놀고 장난치면서 아빠가 퇴근 하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아빠가 퇴근하고 나면 엄마와 바톤터치를 해서 잠시나마 숨을 돌린다. 아빠를 워낙 좋아하는 아가는 어렸을때부터 줄곧 아빠가 재워왔는데, 그 덕분에 수면교육은 아빠가 담당한다. 9시쯤 아가가 자고나면, 그때는 김대리 off, 엄마 off, 찐 퇴근이 시작되어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마저도 한시간 남짓,,,
매일같이 10시면 기절하는 마법이 일어난다. 불면증,,,이 뭔가요,, 하하
이렇게 6개월간을 보내고 나니, 아이가 없던 예전의 삶이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이다.
숨가쁘게 보내는 하루하루를 지나고 나면, 나 이렇게 살고 있는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렇게 꽉찬 하루하루들이 쌓여져 가고보니 분명한 것은,
이 시간동안 많은 이들의 배려를 받고 있다는 것이 깨달아 진다는 점이다.
워킹맘은 누군가의 덕분으로 오늘도 출근을 할 수 있고, 일을 하고 있다.
주양육을 담당해주고 계시는 친정 부모님이 아니라면, 회사를 다닐 수 조차 없을 것이고, 회사에서도 배려해주시는 부분이 분명 있기 때문에 일과 가정의 양립을 어느정도 이루어 내고 있음이 그저 감사하다. 또 육아를 전적으로 도와주고 있는 슈퍼맨 같은 남편 덕분에, 나는 오늘 하루도 버텨내었으며, 무엇보다도 건강하게잘 자라주고 있는 딸 덕분에 이렇게 일하는 엄마로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배워나가고 있다.
모두의 덕분으로 보내고 있는 나날들,
세상의 모든 엄마들, 우리 힘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