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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은 개나 줘라

우리나라 항공우주 기술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인재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노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위성 분야에서만 4명의 연구원이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삼성전자 등 IT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지난해 발사체, 위성, 행정 분야 등에서 10명 이상이 자리를 옮긴 데 이어 이탈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항우연의 인재 이탈은 단순히 한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핵심 과학기술 인프라에 대한 우려로 확장된다. 정치권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공공 부문의 인재들 사이에서 '자부심은 개나 줘라'라는 패배의식이 확산될 위험이 크다. 이는 단순히 급여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공직을 어떻게 인식하고 가치를 부여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정부 정책의 시급성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첫째, 정부는 과학기술 분야를 비롯한 공공 부문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여기에는 급여 구조 개선, 연구 환경의 질적 향상, 그리고 연구 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연구자들의 성과를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보상하는 체계를 마련하여 공직에서의 자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둘째, 국가 차원의 인재 육성 및 유치 정책도 중요하다. 이는 우수한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 국내에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해외 유학이나 연구 경험이 있는 인재들이 국내로 돌아오고자 할 때 그들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공공 부문의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공직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하는 국가 차원의 캠페인을 통해 공공 서비스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공직을 선택하는 인재들에게 자부심과 소속감을 제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권과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하고 개방적인 소통을 해야 한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 연구자, 그리고 국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이는 국민들과의 신뢰를 구축하고 공공 부문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자부심은 개나 줘라'는 식의 부정적인 인식이 고착화될 위험이 크다. 이는 결국 국가의 미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지금이야말로 공직에 대한 가치를 재정의하고 국가의 핵심 인프라를 지키며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을 마련할 절호의 기회이다.


공직에 대한 자부심과 인재의 유출 문제는 단지 급여 인상이나 고용 안정성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보다 근본적인 사회적, 문화적 인식의 변화를 요구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공공 부문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공직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인재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공공 부문,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인재 유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단기적인 대책을 넘어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가 경쟁력의 핵심은 인재에 있으며, 이들이 국내에서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자부심은 개나 줘라'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고, 공직이라는 직업이 가진 진정한 가치와 중요성을 사회 전반에 걸쳐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공공 부문의 직업을 선택하는 인재들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공공 부문에서 일하는 모든 인재들이 그들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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