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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누구의 편인가

회의와 분열, 그리고 종교의 몰락

13세기 유럽, 중세를 지배하던 교황권은 서서히 힘을 잃기 시작했다. 교황이 ‘신의 대리인’이라 자처하며 이끈 십자군 원정은 결국 실패로 귀결되었고, 그 와중에 유럽을 휩쓴 흑사병은 교회에 결정타를 안겼다. 수많은 이들이 거리에서 죽어가고, 신을 향한 기도가 공허하게 울릴 때, 사람들은 묻기 시작했다.

“신은 정말 우리를 지켜주는 존재인가?”


이 회의는 단순한 의문에 그치지 않았다. 교회의 권위가 무너지고, 신앙은 의심받으며, 수많은 ‘이단’과 대안적 종교운동이 등장했다. 이는 종교개혁의 토대가 되었고, 마침내 마르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은 그 회의의 물꼬를 결정적으로 터뜨렸다. 즉, 종교의 권위는 질문과 비판 앞에 결코 절대적일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 시대였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이와 유사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극우 정치와 결탁한 일부 기독교 세력은 교리를 외면한 채 권력을 좇고 있으며, “기독교가 사회적 도덕의 기준이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정치집회에 ‘신의 이름’을 들먹이며 태극기와 십자가를 함께 드는 풍경은, 종교가 더 이상 영혼의 문제를 다루지 않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사람들은 다시 묻는다. “신은 누구의 편인가?” “왜 신을 말하는 자들은 권력과 돈을 좇는가?”

그리고 이 물음은 새로운 ‘이단’—즉, 제도화된 종교 밖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낳고 있다. 명상, 자연주의, 공동체 기반의 새로운 영성 운동들이 그것이다.


신은 권위 뒤에 숨어 있는 존재가 아니다. 신은 질문 속에서 살아 있고, 회의 속에서 다시 발견되며, 비판 속에서 진실을 드러낸다. 교회가 이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결국 신앙은 사라지지 않더라도 교회는 사라질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물어야 할 때다.

“신은, 정말 누구의 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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