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하는가 - 5일 행복?, 2일 행복? Ch.1 | EP.08
그 일을 통해 무엇을 기여하고, 무엇을 배우며, 얼마나 나다울 수 있는가가
직무 경험의 본질을 결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Chapter 2. MZ세대는 직장에서 무엇을 기대하는가(9회)
“이 회사, 워라밸도 괜찮고 복지도 나쁘지 않은데 왜 퇴사하셨어요?”
면접관의 질문에 응답자는 짧게 웃으며 말했다.
“일이 너무 저랑 안 맞았어요. 그냥 ‘하기 싫은 일’을 ‘버텨야 하는 일’로 느끼게 됐거든요.”
이 한 문장에 ‘직장과 직무’의 차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좋은 직장이 주는 안정감과 조건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 안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와 맞지 않으면,
그 직장은 더 이상 ‘좋은 직장’이 아니게 된다.
이제 사람들은 회사를 고르는 것만큼이나,
어떤 ‘직무’를 수행할 것인지를 중요하게 본다.
그리고 특히 MZ세대에게는 이 직무의 의미가 훨씬 더 뚜렷하다.
단지 ‘무엇을 시키는가’가 아니라,
그 일을 통해 어떤 가치에 연결되는가,
그 일이 내 커리어의 어떤 단계를 구성하는가가 중요해졌다.
한 취업준비생은 대기업 합격을 포기하고 스타트업에 들어갔다.
“기업명보다 제가 어떤 일을 맡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했어요.
이왕 일할 거면, 뭔가 만들고 책임지는 경험을 하고 싶었거든요.”
또 한 경력직 직무전환자는 말했다.
“예전 회사에선 그냥 관리만 했어요.
실제 서비스와는 멀어져 있는 느낌이 너무 싫었죠.
일이 아니라 '슬라이드 작성’이 직무가 돼가는 게 답답했어요.”
그들에게 ‘좋은 직장’은 존재한다.
하지만 ‘좋은 직무’가 없을 뿐이었다.
예전에는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디에 속하느냐’가 더 중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
직무 중심 사고(Job-centric Thinking)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좋은 직장보다, 좋은 직무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나 트렌드가 아니다.
MZ세대의 일과 커리어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를 말해주는 신호다.
좋은 직무란 무엇일까?
그들은 왜 더 이상 '회사'에 목매지 않는가?
어떤 일이라야 ‘내 일’이라는 감각을 갖게 되는가?
이제 그 이야기로 함께 들어가 보자.
‘좋은 직무’라는 개념은 그동안 취업 시장에서 너무 오랫동안 모호하게 다뤄져 왔다.
많은 이들에게 ‘좋은 직무’는 마치 ‘안정적이고, 야근이 없고, 연봉이 높고, 경쟁이 덜한 일’의 조합처럼 여겨졌다.
즉, 직무의 본질적 내용이나 성격보다는 조건과 외부 환경이 우선시되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MZ세대는 이 틀을 깨고 있다.
그들은 더 이상 ‘남들이 좋다고 하는 일’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신의 관심사, 성장 가능성, 성취감, 라이프스타일과의 조화를 기준으로 삼는다.
‘좋은 직무’란, 곧 “나에게 맞는 일, 나를 성장시키는 일, 내 가치와 연결되는 일”을 뜻하게 된 것이다.
직무는 단순히 어떤 ‘포지션’이나 ‘타이틀’이 아니다.
‘업무 내용’이라는 겉포장만 보고 판단하면 실수하기 쉽다.
진짜 직무란,
내가 어떤 역할을 맡는지
어디까지 책임지는지
어떤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지
에 대한 총합이다.
예를 들어 ‘기획’이라는 이름 아래도 어떤 직무는 단순 데이터 취합이고,
어떤 직무는 제품 콘셉트를 결정하는 전략 설계일 수 있다.
겉보기엔 같지만, 일의 무게감과 주도성, 연결되는 결과물은 전혀 다르다.
예전엔 ‘연봉 높은 일’이나 ‘공기업’, ‘대기업 사무직’이라는 말만으로 ‘좋은 직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MZ세대는 묻는다.
“그 일이 재미있나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나요?”
“내가 만든 결과가 눈에 보이나요?”
“앞으로 나를 성장시켜줄까요?”
이 질문들은 모두 직무의 본질을 묻는 말이다.
직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내적 동기, 역량 향상, 주도성, 피드백을 중심에 둔다.
‘좋은 직무’의 새로운 정의는 점점 이렇게 수렴되고 있다.
1. 몰입감 – 내가 빠져들어 일할 수 있는 구조인가
2. 연결감 – 이 일이 조직과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알 수 있는가
3. 성장감 – 이 일을 통해 내가 더 나아지고 있다고 느끼는가
이 세 가지는 단지 감정적 요소가 아니다.
직무 설계, 성과관리, 협업 시스템이 영향을 주는 구조적 요인이다.
결국, ‘좋은 직무’는 개인의 역량과 열정을 최대한 발휘하게끔 돕는
구조와 문맥이 설계된 일자리를 뜻한다.
“무엇을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어떤 일을 할 때 나다워질 수 있을까?”로 바뀌고 있다.
이 질문의 전환은 단순한 세대적 감성 변화가 아니다.
이는 노동의 패러다임이 ‘의무’에서 ‘표현’으로, 생존에서 실현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다.
MZ세대는 유독 ‘일의 의미’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는 단지 감성적 성향이나 이상주의 때문이 아니다.
이 세대는 태어나서부터 불확실성과 경쟁 속에서 ‘왜 해야 하는가’를 스스로 납득해야 했던 세대다.
교육도, 인간관계도, 진로도 스스로 주도해야 했기에
일에 있어서도 ‘남들이 좋다 해서’, ‘그냥 안정적이어서’ 같은 이유는 설득력이 없다.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하죠?”
“이 일이 내 삶과 무슨 상관이 있죠?”
이 질문에 조직이 답하지 못한다면, 그 직무는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나의 일’이 되지 못한다.
1. 기여 – ‘내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가’
단순한 과업 수행이 아니라, 영향력 있는 일을 원한다.
2. 자율 – ‘내가 결정하고 설계할 수 있는가’
기계적으로 주어진 업무보다, 자율성과 주도성이 중요하다.
3. 성장 – ‘이 일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결과보다 과정의 학습과 확장 가능성을 중시한다.
4. 정체성 – ‘이 일이 나를 설명할 수 있는가’
일은 더 이상 생계 수단이 아니라 자아의 표현 수단이다.
과거에는 연봉과 복지가 직무 만족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MZ세대는 자신의 일이 조직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사회 전체에 어떤 가치를 더하는지를 보고 싶어한다.
이것이 불분명하면, 연봉이 올라가도 일에 대한 애착이 생기지 않는다.
“연봉은 올랐지만, 내가 만든 결과가 아무 의미도 없다면 무슨 소용이죠?”
이 질문이야말로, 직무 설계자와 조직 운영자에게는
가장 깊이 있는 신호이자, 일의 본질을 재설계하라는 요청이다.
한 조직에서 IT 기획팀의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이 업무가 단순 반복 같았어요. 근데 어느 날 제가 만든 기능이 고객 피드백으로 이어졌고,
그 피드백이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되는 걸 보며 일에 대한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내가 만든 것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줬다’는 연결의 감각,
‘내 일’이 시스템의 일부가 아닌 가치 창출의 출발점이 된다는 경험.
바로 이 지점에서 일의 의미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각인된다.
‘좋은 직무’란 무엇일까?
단순히 ‘야근이 적은 일’이나 ‘복지가 좋은 일’ 정도로 정의된다면, 이 질문은 진부해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MZ세대는 좋은 직무를 ‘의미’의 언어로 말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왜 가치 있는가”를 묻고,
“그 일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름: 박연지(28세, IT 고객지원 담당자)
경력: 중견 SI 기업 고객지원팀 3년차
“처음엔 단순 민원 처리였죠. 말 그대로 ‘고객 화 푸는 사람’ 같았어요.
근데 어느 날, 한 고객이 메일로 이렇게 보냈어요. ‘덕분에 이 서비스가 뭔지 처음 이해했어요.
진짜 고맙습니다.’ 순간 깨달았죠.
‘내가 이 회사의 사용 경험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자각이 생긴 거예요.”
그는 이후 팀 내 FAQ 시스템을 주도적으로 개선하고,
‘고객 여정 지도’를 그려서 상위 기획팀에 제안했다.
그의 직무는 이제 단순 고객응대가 아니라 고객 경험 설계자로 바뀌었다.
좋은 직무는 역할의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때 가능하다.
이름: 정민수(32세, 영상 콘텐츠 마케터)
경력: 브랜드 콘텐츠 스타트업 5년차
“제 영상이 올라간 날, 조회수보다 먼저 보는 건 댓글이에요.
사람들의 반응이 곧 제가 만든 기획의 답안지거든요.
기획이 잘못되면 반응이 시큰둥하고, 공감이 잘 맞으면 댓글이 폭발하죠.
그게 저를 매주 더 배우게 만들어요.”
그는 업무 시간의 절반을 타사 콘텐츠 분석과 고객 커뮤니티 모니터링에 쓴다.
회사에서는 자율적으로 배우고 성장하는 직무를 가진 사람으로 인식된다.
좋은 직무는 피드백 루프가 살아 있는 구조를 가진다.
성과가 곧 학습이 되고, 학습이 다시 성장을 자극하는 구조.
이름: 김나형(30세, 공공기관 계약직)
경력: 시민참여사업 운영 2년차
“저는 외주 행사 운영만 하다가, 우연히 회의에서 프로그램 설계를 제안했어요.
그게 실제로 채택됐고, 프로그램 이후 만족도 조사가 30% 넘게 올랐죠.
아, 이게 내 손으로 바뀌는 일이구나, 싶었어요.”
그는 이후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고, 내부 개선 회의에도 고정 참여하게 됐다.
좋은 직무는 기여가 확인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그 구조는 곧 자율성과 책임감을 높인다.
이름: 한지훈(27세, UX 리서처)
경력: 신입 입사 후 6개월
“전 대학 시절 동아리 리더할 때 구성원 인터뷰 정리하는 걸 좋아했어요.
지금은 유저 인터뷰를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 방향을 찾는 일을 하죠.
처음엔 몰랐어요. 이게 내가 잘하는 일이라는 걸요. 근데 지금은 확실해요.”
그는 리서치 페이퍼와 인터뷰 리포트를 누구보다 성실하게 작성하고 공유한다.
회사에서는 ‘문제를 가장 잘 구조화하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좋은 직무는 자신의 강점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행동의 장이다.
이제 ‘좋은 직무’에 대한 정의는 더 이상 조직이 내려주는 명칭이 아니다.
업무의 위치, 직무명, 조직의 명성은 시작점일 뿐이다.
그 일을 통해 무엇을 기여하고, 무엇을 배우며, 얼마나 나다울 수 있는가가
직무 경험의 본질을 결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MZ세대는 더 많은 자유를 원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몰입을 위해
‘좋은 직무’를 찾아 나선다.
그들이 바라는 건 게으른 직업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활동의 장(場)이다.
좋은 직무는 그런 장(場)이 되어주는 곳이다.
내가 가진 기술과 역량이 ‘도움’이 되었음을 체감할 수 있고,
일이 나를 성장시킨다고 느낄 수 있으며,
나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지고,
그 안에서 공동체의 의미 있는 일부가 된다는 감각이 드는 것.
조직은 이제 ‘직무 설계’를 다시 배워야 하고,
개인은 ‘좋은 직무’를 기다리기보다 직무를 스스로 해석하고, 관계맺고, 기여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당신에게 ‘좋은 직무’는 어떤 조건을 갖춘 일입니까?
지금의 직무가 ‘좋은 직무’가 되기 위해 필요한 변화는 무엇인가요?
당신의 강점과 관심은 현재 어떤 일에서 살아나고 있나요?
이제 이 질문들이,
당신이 ‘일을 선택하는 방식’을 스스로 설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일의 본질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습니다.
그것은 ‘사는 대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대로 살아갈 삶’을 만들어가는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