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하는가 - 5일 행복?, 2일 행복? Ch.1 | EP.09
우리는 지금, ‘일’이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한때 일은 생존의 도구였다. 가족을 부양하고, 명함을 얻고, 체면을 지키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Chapter 2. MZ세대는 직장에서 무엇을 기대하는가(9회)
“그냥… 하고 싶은 일이 없어요.”
상담실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상담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마음도 복잡했다.
능력이 없는 것도, 지원 조건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이 청년은 그냥 ‘하고 싶은 일’이 없단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일을 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눈빛이었다.
이제는 흔한 장면이 되었다.
누군가는 게으름이라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통계는 이 장면이 개인의 나태함이 아니라 세대의 질문임을 말해준다.
2025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일하지 않는 청년 비경제활동인구 중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취업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사람은
57만 7천 명.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수치였다.
이 수치는 2017년 이후 최고치이자,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지금 청년 세대는 왜 일해야 하는가를 다시 묻고 있다”는 시대의 목소리였다.
어느 순간부터 ‘일’은 생계를 위한 필수 조건이 아닌
‘내가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수단이 되었다.
취업은 더 이상 단순한 사회 진입의 과정이 아니다.
정규직, 연봉, 대기업이라는 키워드보다
‘내가 이 일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가’, ‘이 일이 내가 원하는 삶과 연결되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에 도달하지 못할 바엔,
차라리 ‘미정 상태’로 머물겠다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2020년대 초반부터 이미 징후는 나타났다.
하지만 그때는 모두가 팬데믹 때문이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2025년의 수치는 우리에게 말한다.
이건 유행도, 변덕도, 일시적 충격도 아니다. 이건 경향이다.
그리고 이 경향은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말 속에 담긴
복잡한 감정을 꺼내어 보자고 우리를 부른다.
언론은 이 현상을 다각도로 해석했다.
국민일보는 이를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구조적 현실’이라 했고,
조선비즈는 ‘일의 조건이 아니라, 일의 이유가 결여된 시대’라고 진단했다.
즉, 이들은 일의 유무보다 의미의 유무를 먼저 따지는 세대다.
MZ세대는 자신이 일할 곳이 ‘어떤 조직’인지보다 ‘무엇을 하는 일인지’를 더 궁금해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 일 안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고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기에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말은 청년들이 현실을 포기했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너무 치열하게 의미를 찾고 있는 중이다.
이 말은 곧 “나는 쉽게 타협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다.
스스로의 ‘일’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누구보다 오래 갖고 있는 이 세대는,
이전 세대가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커리어를 정의하고, 설계하고, 거부하고, 선택하고 있다.
이 회차에서 우리는 이 수치들이 말하는 진짜 메시지를 읽어보려 한다.
그들은 왜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는가?
의미를 찾지 못한 일은 왜 견딜 수 없는가?
그리고 그 질문이 우리 사회의 일터, 조직, 직무의 구조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가.
이것은 단지 청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미래의 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일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에요.
다만, 그냥 아무 일이나 하고 싶진 않아요.”
이 말은 감정의 토로인 동시에 통계가 뒷받침하는 현실이다.
통계청의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는 169만 5천 명에 달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57만 7천 명(34.1%)이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취업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는 2024년 대비 8.3%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즉, 취업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기준이 달라진 것이다.
청년들은 더 이상 생존을 위해 아무 직장이나 붙잡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기준으로 일자리를 선택하거나 유보한다.
이러한 태도는 단지 ‘자기중심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말은 단순히 무기력함의 신호가 아니라,
‘일의 질’과 ‘자기정체성의 연결성’을 묻는 목소리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수치는 ‘경제활동 참가율’이다.
청년층 경제활동 참가율은 53.1%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이면을 보면 단순히 취업 준비 중인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당수는 ‘고용 상태에 들어가지 않은 채 의미 있는 커리어 탐색’을 장기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백수’라 불리던 이들이,
지금은 자기 주도적 진로 설계자(Self Career Planner)가 되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변화는 노동 시장이 아닌 ‘노동 인식’의 재편을 시사한다.
· 직장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과거 세대와 달리,
· 지금의 청년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 의미 있다고 느끼는 일이 일치하기를 바란다.
이는 그저 사치스러운 이상이 아니다.
지금 청년들에게는 ‘일의 의미’가 ‘생계의 안정’만큼 중요하다.
또한, 다른 지표들도 이를 뒷받침한다.
▶ 2025년 청년층 조사에서 자기계발 및 자격 취득 준비 중이라는 응답 비율도 증가했으며,
▶ ‘창업이나 프리랜서 활동을 준비 중’이라는 청년도 점점 늘고 있다.
▶ '좋은 직장'을 고르는 기준도 연봉이나 안정성이 아닌 ‘자율성, 유연성, 성장 가능성’ 등 비물질적 가치가 상위를 차지했다는 민간 조사도 다수 존재한다.
통계가 보여주는 건 단지 수치가 아니다.
일이라는 개념 자체의 위치 이동이다.
이제 ‘일’은 ‘회사 소속’이나 ‘정규직’이라는 형식보다,
‘내가 원하는 방식의 삶을 이루는 도구’로 재정의되고 있다.
그리고 이 변화는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청년들의 선택은 기업의 조직문화, 인사 정책, 채용 기준, 직무 설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직은 이제 단순히 인재를 ‘모집’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몰입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그냥 참고 다녀. 그게 사회생활이야.”
“하고 싶은 일은 취미로 하고, 일은 월급 주는 곳에서 하는 거지.”
이런 말들은 기성세대의 기준에서 봤을 때 ‘상식’이었다.
‘직장’은 곧 ‘생활의 기반’이고,
직장에 충성하고 참아내는 것은 ‘성실함의 미덕’이었다.
이 관점에서는 ‘일’이란 삶을 위한 수단이며,
당연히 힘들고, 고단하며,
그 대가로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 구조가 당연시되었다.
하지만 MZ세대는 이 상식을 낯설게 바라본다.
“왜 참아야 하죠?”
“일 때문에 내 삶이 무너지는 게 당연한 건가요?”
“그렇게 일하고도 행복하지 못했던 부모님의 삶을 보면서, 우리는 다르게 살고 싶었어요.”
이러한 질문과 태도는 단순한 ‘반항심’이 아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삶의 중심 가치가 달라졌고, 일의 위치도 함께 재조정되었다.
과거에는 ‘좋은 직장’이 좋은 인생의 조건이었다면,
지금은 ‘내가 원하는 삶’을 기준으로 일이 설계된다.
다시 말해, 일이 삶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일을 선택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나 X세대가 성장한 시기는 ‘성장’과 ‘안정’이 가치의 중심이었다.
경제는 꾸준히 성장했고, 기업에 오래 다니면 승진과 보상이 뒤따랐다.
그러나 MZ세대가 마주한 현실은 다르다.
▶ 고용은 유연화되고,
▶ 정년은 짧아졌으며,
▶ 직장은 더 이상 ‘가족 같은 공동체’가 아니라 성과 중심의 계약관계에 가깝다.
이런 구조에서 MZ세대는 스스로 질문한다.
“이 구조에 내 삶을 맡길 수 있을까?”
“이 직장이 나의 가능성을 확장해줄 수 있을까?”
결국 이들은 ‘충성’ 대신 ‘기여’를, ‘소속’ 대신 ‘성장’을 중시하게 되었다.
MZ세대에게 일은 단지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들에게 ‘일’은 자아를 실현하는 공간이며,
자신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다.
▶ 누군가는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중요시하며,
▶ 누군가는 일의 사회적 의미와 기여도를 기준 삼는다.
▶ 또 다른 누군가는 유연성과 자유도를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
이렇듯, 동일한 ‘직무’를 두고도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다.
이는 ‘직업’의 의미가 사회적 틀에서 벗어나
개인의 서사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직업은 ‘남들이 인정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납득하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태도 변화는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조직은 ‘복지’보다 ‘자율’을 요구받고,
· 상사는 ‘명령’보다 ‘설득’을 요구받으며,
· 인사제도는 ‘연차’보다 ‘성과와 신뢰’를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
기성세대는 때때로 MZ세대의 이런 태도를 ‘이기적’이라고 바라본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들은 보다 자기 책임적인 태도로 커리어를 설계하려는 실천자들이다.
다만, 그것이 기존 시스템과 충돌하면서 불협화음처럼 보일 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세대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한 ‘중간 언어’와 ‘상호 이해의 시도’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각 세대가 일에 대해 갖는 ‘의미와 기대’의 차이를 정확히 인식하는 데 있다.
“요즘 애들은 열정이 없다.”
“조금만 어려워도 바로 관둬버린다.”
“자꾸 의미, 가치만 따지니 불편하다.”
MZ세대를 향한 이 말들은
그들의 ‘이직’, ‘퇴사’, ‘번아웃’, ‘조용한 사직’ 같은 행동을
‘게으름’이나 ‘무책임’의 징후로 해석한 전통적 시각의 흔적이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이들 세대의 선택은 전혀 다른 의미로 보인다.
이들은 ‘게으름’ 때문에 회사를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더 이상 의미 없는 구조 안에
자신을 억지로 가두지 않겠다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무엇이든 질문을 던지는 것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특히,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은
자신의 욕망과 가치, 사회 구조와 환경,
그리고 미래 가능성까지 직면해야 하는 복잡한 질문이다.
MZ세대는 이 질문을 회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집요하게 묻는다.
▶ “내가 여기에 시간을 쓰는 이유는?”
▶ “이 일이 내 성장에 도움이 되는가?”
▶ “10년 후, 나는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는 게으름이 아니라, 치열한 의미 추구의 과정이다.
의미 없는 반복과 불합리한 권위에 ‘그렇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왜?’라고 묻는 것.
그 물음은 결국 조직이 아니라 ‘자기 삶’의 책임자로 살겠다는 선언이다.
MZ세대의 퇴사율은 높지만, 완전한 노동 포기자는 아니다.
오히려 퇴사 후에도, 이들은 다른 방식의 일, 다른 종류의 성장을 찾아 나선다.
· 누군가는 프리랜서로 자신의 시간을 통제하는 삶을 선택하고,
· 누군가는 직무 전환 교육을 통해 새로운 커리어를 모색하며,
· 또 다른 누군가는 창업, 창작, 독립 프로젝트로 ‘의미의 공간’을 넓혀간다.
이들은 ‘일을 버리는 사람들’이 아니다.
일을 ‘자기답게’ 가져가려는 사람들이다.
기존의 조직이 이들의 기대를 담지 못할 때,
이들은 그 틀을 벗어나 다른 구조를 실험한다.
기성세대는 일과 의미를 ‘분리된 것’으로 본다.
· 일은 돈을 버는 것이고,
· 의미는 봉사, 가족, 여가, 혹은 은퇴 후에나 가능한 영역이라는 식이다.
하지만 MZ세대는 일에서조차 가치를 경험하길 원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 일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즉, ‘연결감’과 ‘기여감’이다.
이 감각이 결여될 때, 그들은 이직하거나 퇴사를 선택하고,
때로는 커리어 전체를 새로 설계한다.
이는 사회적 문제이자 동시에 기회다.
조직이 이들의 기대를 이해하고 ‘의미 중심의 커리어 설계’를 지원할 수 있다면,
그 누구보다 강한 몰입과 책임감을 가진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관점의 전환이다.
MZ세대를 ‘열정 없는 세대’, ‘기성질서에 적응 못 하는 세대’가 아니라,
“새로운 일의 조건을 정의해가는 탐색자”로 바라봐야 한다.
그들이 걷고 있는 길은 느릴 수 있고, 종종 불안정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길은 ‘의미 있는 일’에 닿고자 하는 끈질긴 여정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세대 구분조차 무의미해질 정도로,
모두가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일’이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한때 일은 생존의 도구였다. 가족을 부양하고, 명함을 얻고, 체면을 지키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일은 곧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
‘사회와 연결되는 수단’,
‘삶을 구성하는 이야기’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그 변화를 이끄는 중심에 MZ세대가 있다.
그들은 조직을 떠나며 말을 남긴다.
“이 일이 나를 설명해주지 않아요.”
“기여하고 싶지만, 방식이 틀렸어요.”
“의미 없는 구조에 남고 싶지 않아요.”
이들의 언어를 단순히 개인의 나약함이나 이기심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오히려 그 말 속에는,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도 일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그들은 회사 밖으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일을 ‘내 삶의 중심’으로 다시 가져오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 그 여정은 불완전하고,
실험은 위태롭다.
하지만 누군가 그 실험을 계속해주었기에,
우리는 오늘의 일터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졌고,
조금 더 인간다운 조건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는 이 질문을, 우리 모두에게 다시 던져야 한다.
“나는 지금 어떤 의미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이 일이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할 만큼 중요한 일인가?”
“만약 중요하지 않다면, 나는 무엇을 바꾸어야 할까?”
이제 이 질문은 더 이상 MZ세대만의 것이 아니다.
모든 세대가 자신에게 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이 질문에 성실히 답한 이들이,
조직의 미래를, 일의 본질을, 커리어의 방향을 바꾸어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