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보다 자율, 명령보다 설득

MZ세대는 직장에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Ch.2 | EP.01

이들은 자율성을 통해 몰입하고,
설득을 통해 동의하며,
맥락을 통해 기여하고자 한다.



Chapter 1. 왜 일하는가 – 5일을 행복할 것인가, 2일을 행복할 것인가(10회)

Chapter 2. MZ세대는 직장에서 무엇을 기대하는가(1/9회차)



12화. 복지보다 자율, 명령보다 설득








“회사, 너무 잘해줘서 힘들어요”





“팀장님, 정말 감사하긴 한데요… 저 이번 달 리프레시 휴가 그냥 안 써도 될까요?”
“어? 아니, 왜? 너 지난달에도 야근 많았잖아. 꼭 쉬어.”
“그게… 쉬는 것도 좋지만, 요즘 제 일 흐름이 좋아서요. 그냥 리듬대로 가고 싶어요.”


서울 강남의 한 IT 스타트업.

입사 2년 차 디자이너 민경은 회사의 복지 제도를 ‘감사하지만 좀 부담스럽다’고 느낀다.

회사는 직원 만족을 위해 명절마다 대형 백화점 상품권을 주고,

점심은 호텔식 뷔페, 한 달에 하루는 무조건 휴무다.

생일엔 반차와 함께 대표이사가 직접 케이크를 들고 나타난다.

일하기 좋은 회사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하지만 민경은 여전히 이직 사이트를 뒤적인다.

이유는 하나, ‘내가 일을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갑자기 업무가 바뀌거나, 중요도가 뒤바뀌는 경우가 많아요.

일에 대해 미리 설명하거나, 동의 과정을 거치는 게 아니라

윗선에서 ‘이게 좋을 거야’라고 밀고 들어오니까요.

저한텐 고급 간식보다도,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더 중요해요.”


복지는 기업의 성실한 애정 표현이지만,

그것이 곧바로 몰입이나 애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회사가 주는 다양한 혜택이 도리어 ‘이만큼 해주는데 왜 만족 못 해?’라는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는 비단 민경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다.
‘청년은 돈만 많이 주면 열심히 일한다’는 공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고연봉으로 MZ세대를 유치한 일부 대기업에서도 이직률이 줄어들지 않는 현상은, 복지보다 근본적인 요소가 조직 만족에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때 핵심이 되는 키워드가 바로 ‘자율성과 설득’이다.


“왜 이걸 해야 하지?”라는 질문에 대한 납득 가능한 설명.
“이렇게 하면 어때?”라는 제안에 대해 나도 선택할 수 있다는 여지.
이런 구조 속에서 비로소, 청년들은 자기 일을 자기 일처럼 여긴다.






복지를 최대로 주는 회사인데도 퇴사가 이어지는 이유,
반대로 복지는 적지만 몰입도 높은 팀이 존재하는 이유.


그 차이는 명확하다.
명령 중심 구조냐, 설득과 자율의 구조냐.


이번 회차에서는 MZ세대가 조직에서 진짜로 기대하는 것,
그리고 ‘잘해주는 회사’에서 ‘잘 일하게 해주는 회사’로의 관점 전환을 살펴본다.
복지보다 자율, 명령보다 설득.
이 구조적 차이를 조직은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









복지가 몰입을 보장하지 못하는 이유





많은 기업은 여전히 ‘좋은 조직’을 복지의 총합으로 정의한다.
비싸고 고급스러운 간식, 눈에 띄는 인테리어, 월간 문화의 날, 헬스장 무료 이용권, 심지어 반려동물 지원 제도까지.
이러한 복지 혜택은 기업의 문화적 경쟁력으로 소개되곤 한다.


하지만 수많은 청년 구성원들은 이런 질문을 품고 있다.
“좋은 복지를 받는데도, 왜 나는 이 조직이 싫을까?”
“회사에 불만이 없는데, 왜 이직 사이트를 매일 들어갈까?”


이는 단순히 ‘복지가 부족하다’는 불만이 아니라,
복지가 몰입의 동기가 되지 못한다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1. 복지는 ‘소비’이고, 몰입은 ‘생산’이다



복지란 결국 조직이 외부에서 제공하는 것이다.
음식, 여행, 선물, 휴식 등 대부분이 소비 형태로 제공된다.
소비는 순간적인 만족감을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곧바로 일에 대한 몰입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좋은 식사를 했다고, 업무 회의가 더 창의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면, 몰입은 전적으로 내부 동기에서 비롯된 생산 활동이다.
‘내가 이 일에 영향을 주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이 팀의 성과에 연결된다’,
‘내가 이 목표에 동의한다’는 감각이 몰입의 본질이다.


즉, 복지는 몰입의 조건이 아니라, 몰입을 방해하지 않아야 하는 배경 요인에 가깝다.






2. 복지가 몰입을 ‘대신할 수 없는 이유’



문제는 조직이 복지로 몰입을 유도하려 할 때 생긴다.


예를 들어, 야근이 잦은 팀에서 간식을 푸짐하게 준비하거나, 연봉을 더 올려주는 식이다.
하지만 그 일이 왜 반복되고 있는지, 왜 야근이 필요한 구조인지에 대한 논의 없이 주어지는 복지는,
오히려 ‘당근과 채찍’의 변형된 구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일부 MZ세대 구성원은 말한다.
“연봉 올려주시는 거 좋은데요, 그거 말고 팀장님이 제 의견 먼저 물어봐주는 게 더 중요해요.”
“복지 좋죠. 근데 그만큼 ‘통제당하는 느낌’도 세져요.”


이들의 말 속에는 한 가지 공통된 정서가 숨어 있다.
“나는 이 조직 안에서 존재로서 존중받고 있는가?”






3. ‘복지가 풍성한데 왜 이직하죠?’



2023년 한 대기업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이직자 중 절반 이상이 ‘조직 문화’와 ‘의사결정 방식’을 주된 퇴사 사유로 꼽았다.
놀랍게도 ‘복지 부족’은 5위 밖이었다.


복지보다 더 강력하게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나를 하나의 주체로 대우받는 경험’이었다.


실제로 많은 구성원들은 복지를 포기하면서도
더 자율적인 구조, 더 수평적인 문화, 더 의미 있는 업무를 위해
작은 기업, 스타트업, 혹은 창업을 선택한다.


이것은 단순한 유행이나 이상주의가 아니라,
몰입의 본질을 어디에서 찾는가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다.






복지 = 감정의 위로 / 자율 = 몰입의 동력



복지는 구성원의 감정을 ‘위로’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일의 맥락을 설계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동기를 유발하는 것
복지가 아니라 ‘구조’이며, ‘리더십’이며, ‘일하는 방식’이다.


몰입이란, 누가 뭘 해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감각에서 시작된다.


그렇기에 아무리 복지가 풍성해도,
명령 중심의 구조 아래에선 자율과 주인의식은 태어나기 어렵다.










왜 자율과 설득의 구조가 필요한가

– 몰입을 유도하는 심리적 메커니즘






우리는 일을 잘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단순히 잘하게 되는 게 아니다.
그 바탕에는 ‘자율성’이라는 심리적 자원이 있다.






1. 몰입은 자율성에서 시작된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디시(Edward Deci)와 리처드 라이언(Richard Ryan)이 주장한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은
인간의 동기가 자율성(Autonomy), 유능감(Competence), 관계성(Relatedness)이라는 세 가지 기본 심리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자율성은,
‘내가 선택했다는 느낌’, ‘나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감각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지시 없이 혼자 일하는 ‘방임’ 상태와는 다르다.
구조 속에서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감각,
‘설득된 자율성’이 핵심이다.






2. 명령은 복종을 만들지만, 설득은 몰입을 만든다



직장에서 지시와 명령은 빠르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몰입은 빠르게 명령하는 방식으로는 얻기 어렵다.


누군가가 일을 하며 몰입하게 되는 순간은,
“이 일이 왜 필요한지”, “왜 지금 이 방식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납득한 뒤에야 가능해진다.


설득은 시간이 걸리지만,
그 시간 동안 구성원은 자신의 생각과 일의 목적을 연결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을 통해 구성원은 ‘업무의 주인공’이 된다.






3. 명확한 목표보다 중요한 것: 이해와 공감



어떤 리더는 말한다.
“왜 요즘 MZ세대는 일을 주면 바로 안 하고, 자꾸 질문부터 하죠?”
“과거에는 그냥 시키면 했는데, 요즘 애들은 왜 이리 따져요?”


하지만 이는 ‘의욕 없음’이 아니라
‘납득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태도’의 반영이다.
즉, 일을 하기 전 ‘이해와 공감’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MZ세대는 단순히 “무슨 일인지”보다는
“왜 이 일을 하는지”, “이게 우리 조직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설명이 설득력 있게 다가올 때,
그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몰입한다.






4. 자율은 책임감으로 연결된다



자율을 부여받은 사람은, 책임을 회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이건 내 선택이었고, 내가 동의한 일이니까.”


이는 ‘지시된 일’에서보다 훨씬 더 깊은 몰입을 만들어낸다.
조직에서 몰입하는 사람은 ‘시킨 일’을 넘어,
스스로 일을 찾아내고 구조화하며 실행하는 주체가 된다.


결국, 자율과 설득은 구성원을
수동적인 피고용자 → 능동적인 공동 설계자로 변화시킨다.






5. 회의 문화 하나만 바꿔도



예를 들어보자.
회의 시간에 팀장이 다음 주 업무를 지시하듯 브리핑하는 방식과,
같은 회의에서 업무의 맥락과 필요성을 설명한 뒤, 팀원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실행안을 정리하는 방식.


후자의 방식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구성원들은 일에 대한 동기와 주인의식을 훨씬 강하게 갖게 된다.


이 작은 차이가 결국
몰입의 구조를 바꾸는 큰 시작이 된다.






요약하자면,

복지는 외부에서 제공하는 자원이지만,

자율성과 설득은 내면에서 몰입을 생성하는 구조적 조건이다.

이 조건이 갖춰질 때, 구성원은 자신을 ‘실행자’가 아닌 ‘창조자’로 인식하게 되고,

조직의 목적이 자신의 가치와 연결된다고 느낀다.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설계로

– 자율을 가능케 하는 구조의 조건





“자율을 줄 테니 알아서 해.”
이 말만큼 자율을 오해하게 만드는 말도 없다.


자율은 ‘방임’이 아니라
‘맥락 안에서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다.


이 구조를 바꾸는 첫걸음은,
수직적 명령 체계를 해체하고, 수평적 신뢰 구조로 전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1. 수직적 구조가 자율을 억제하는 이유



수직적 구조는 정보의 흐름과 의사결정의 중심이 상층부에 집중되는 시스템이다.


결정은 위에서 내려오고,

아래는 실행에만 몰입한다.

‘왜’보다는 ‘얼마나 빨리’가 중요해진다.


이런 구조에서 구성원은 ‘받아들이는 존재’일 뿐이다.
자율성은 줄어들고, 몰입은 감소한다.
내가 하는 일이 조직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알 수 없다.






2. 수평적 설계란 무엇인가



수평적 설계란 단순히 직급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구성원이 ‘이해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으며,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한 세 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① 정보의 투명성

무엇을, 왜 하는지 공유되고 있는가?

결정은 어떻게 내려졌고,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보가 위계 없이 공유될 때,
구성원은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맥락’을 갖는다.



② 역할의 명확성

수평 조직에서도 혼란은 일어난다.
그 이유는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자율’은 ‘방임’과는 다르다.
자율적 구조는 ‘선명한 경계 안의 주도성’을 보장한다.
각자가 어디까지 책임지고, 어떻게 연결되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③ 피드백 루프

수평 구조는 ‘지시’ 대신 ‘조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짧은 주기로 피드백이 돌아오는 구조가 중요하다.


피드백은 단지 평가가 아니라
‘정렬(alignment)’을 위한 지속적인 대화 구조다.
이를 통해 구성원은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이 팀의 전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수정해나간다.






3. ‘권한 이양’이 아니라 ‘역할 설계’



많은 조직이 자율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기존의 수직적 권한 구조를 유지한 채 ‘자율’을 요구한다.


그 결과는 예측 가능하다.

책임은 없는데 결과만 요구되거나

리더는 ‘알아서 하라’고 하고

구성원은 ‘뭐라도 기준을 주면 좋겠다’고 느낀다.


자율의 전제는 ‘권한 위임’이 아니라 ‘역할 중심의 공동 설계’다.
리더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함께 설계자로 참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4. 실제 조직 설계 사례



예컨대, 어떤 IT 스타트업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수평 구조를 실현했다.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 방식으로 팀 목표를 세우고,

주간 회의에서는 리더가 ‘지시’하는 대신, 팀원들이 각자 이번 주 계획을 설명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구조

회고 미팅을 통해 업무에 대한 메타적 논의를 정례화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업무 효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율성과 몰입’을 자연스럽게 발생시키는 조직 설계 방식이다.






5. ‘수평’은 이상이 아니라 전략이다



종종 수평 구조를 이상주의적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창의성이 핵심 자산이 된 환경에선
속도보다 방향,
명령보다 조율,
복종보다 ‘동의’가 훨씬 더 전략적이다.


수평적 설계는
몰입을 자산화하고, 주도성을 확장하는 전략적 방식인 셈이다.










정리 메시지





“좋은 복지가 주어지는데 왜 자꾸 회사를 떠날까?”


그 질문의 답은 단순하다.
복지는 ‘기분’을 좋게 할 수 있지만, ‘일에 몰입하게 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MZ세대는 복지 혜택보다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나의 일하는 방식이 존중받는지,
이런 질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이들은 자율성을 통해 몰입하고,
설득을 통해 동의하며,
맥락을 통해 기여하고자 한다.


몰입은 선물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설계되어야 하는 환경에서 자란다.
자율성과 의미가 없는 구조에서
복지가 오히려 퇴사를 미루는 유예기간처럼 작동하는 현실은
바로 이 구조 설계의 실패를 말해준다.


우리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은
‘더 좋은 의자’를 원해서가 아니라,
‘더 설득력 있는 일’을 원한다.


그렇다면,
복지를 뛰어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설계해야 할까?









오늘의 질문




� “당신은 지금 ‘복지를 누리며 견디는 중’인가요,
아니면 ‘자율 속에 몰입하는 중’인가요?”


또는,


� “당신이 팀장이라면,
‘무엇을 더 줄 것인가’보다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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