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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허들 속에서 피워낸 나의 글

[브런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작가의 꿈]

남극의 겨울.
끝없이 흩날리는 눈발과 영하 수십 도의 바람 속에서 펭귄들은 서로의 몸을 맞댑니다.
이 작은 원을 사람들은 ‘허들(Huddle)’이라 부릅니다.


바깥쪽에 선 펭귄은 칼바람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안쪽에 선 펭귄은 그 체온을 나누어 받으며 잠시 숨을 돌립니다. 그러나 그 자리는 결코 오래 고정되지 않습니다.
한동안 추위를 견디던 펭귄은 안쪽으로 물러서고, 안쪽에 있던 펭귄은 다시 바깥으로 나가 바람을 막아냅니다.
서로가 서로를 지키기 위해 자리를 내어주고, 체온을 나누며, 그렇게 끝없는 순환 속에서 모두가 살아남습니다.


내 삶도 그 허들처럼 흘러왔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세상은 그저 먹고사는 것조차 벅찼습니다.
나는 언제나 바깥쪽에 서 있는 듯했습니다.
쉴 틈 없는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오늘 하루를 버티는 일만으로도 온 힘을 다해야 했습니다. 미래를 꿈꾸기에는 너무 차갑고 고단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추위 속에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 작은 불씨 하나가 꺼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왜 살아가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물음이 나를 한 걸음, 또 한 걸음 앞으로 이끌었습니다.


대학에서 철학과 심리학을 공부하며, 나는 처음으로 허들의 안쪽에 들어선 듯한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철학은 삶의 의미를 묻는 길을 열어주었고, 심리학은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창이 되어주었습니다. 석사 과정에서 직업상담을 공부하며, 누군가의 불안을 함께 나누는 일은 얼어붙은 펭귄 곁에 나의 체온을 내어주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박사 과정에서 인력경영을 탐구하면서, 나는 깨달았습니다. 삶은 홀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살려내는 거대한 허들 위에서 이어진다는 것을.


이제 나는 나 스스로 하나의 허들이 되고자 합니다.
청년들의 곁에 서서 그들의 추위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습니다.
내 글은 그들을 향한 체온이자, 바람을 막아내는 나의 작은 어깨입니다.
나는 끊임없이 전하고 싶습니다.
“너는 혼자가 아니다. 이 세상은 너 홀로 견뎌내는 곳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감싸며 버티는 곳이다.”


브런치에서의 글쓰기는 나에게 커다란 허들이 되어주었습니다.
《AI로 준비하는 자소서와 취업전략》, 《리워크 시리즈》, 《AI 시대, 진로를 묻다》, 《청년의 시대, 다시 철학을 묻다》, 《HR 멘토링 스토리》.
이 책들은 단순히 기록이 아닙니다.
펭귄들이 서로의 자리를 바꾸며 살아남듯, 나와 독자가 체온을 나눈 흔적입니다.
때로는 내가 바깥쪽에 서서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쓴 글이 독자들에게 위로가 되었고, 또 때로는 독자들의 공감과 반응이 나를 허들의 중심으로 이끌며 따뜻하게 감싸주었습니다.


글은 결국, 허들입니다.
작가와 독자가 서로를 버티게 하고, 살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브런치는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허들을 이루어온 공간이었습니다.
나 또한 그 안에서 꿈을 꿀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나는 글을 통해 전하고 싶습니다.
삶은 언제나 춥고 고단할 수 있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서로를 감싸며, 추위를 견디며, 언젠가 따뜻한 빛이 다가올 때까지 함께 버틸 수 있습니다.


내 글이 그 허들의 일부가 되어, 누군가에게 작은 체온이 된다면.
그것이 내가 꿔온 작가의 꿈이며, 앞으로도 지켜야 할 나의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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