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은둔형 청년 증가 대비, ‘일머리’ 교육이 혁신되어야 한다
인공지능(AI)의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기업의 직무 구조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과거에는 실무직이 반복적인 작업을 맡고, 중간관리자가 그 위에서 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제 AI는 보고서 작성, 자료 정리, 기초 분석 등 실무 영역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술 혁신에 그치지 않고, 인력 구조의 축소와 이동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AI 도입으로 중간관리자의 많은 업무가 자동화되고 있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간관리자의 업무 중 약 49%가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또한, HR 분야에서는 “아래위로 일을 전달하는 중간관리자가 사라지고 조직구조가 압축(flattening)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변화는 전통적인 ‘신입 → 실무 → 중간관리자’라는 커리어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 청년은 실무직으로 사회에 진입해 경력을 쌓고 중간관리자로 올라갔지만, 현재는 중간관리자가 실무까지 수행하며 신입이 진입할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2025년 들어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약 95만 개 일자리가 사라졌다.
아마존은 물류와 AI 자동화 도입을 이유로 1만 4천 명을 감원했고,
메타는 조직 재편 과정에서 600명의 AI 관련 인력을 정리했다.
또한 LG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주요 기업들 역시 AI 전환과 효율화를 명분으로
구조조정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AI 해고를 단행한 기업의 55%가 ‘후회한다’고 응답했다는 ZDNet Korea의 최근 보도다.
AI 대체로 인한 단기 비용 절감보다, 조직 내 경험 축적과 문제해결 역량의 손실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인력 감축으로 숙련 인력이 빠져나가면 남은 인력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조직의 ‘일머리’가 단절된다.
그 결과 기업들은 신입을 새로 길러내기보다 즉시 투입 가능한 경력직을 선호하게 되며, 신입 채용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노동시장 변화 속에서 기술기능만 익힌 채 사회에 진입하는 청년은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더 이상 “기능을 배웠으니 신입으로 들어가면 된다”는 공식은 유효하지 않다.
국가데이터처가 2025년 11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쉬었음’으로 분류된 인구는 264만 1천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15~29세 청년층의 34.1%가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 쉬고 있다”고 답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3.3%p 상승, 2020년 이후 최고치다.
청년 고용률은 17개월 연속 하락했고, 시간제 근로를 희망하는 비율은 26.9%로 2016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즉, 청년들이 ‘일을 시작하고 경력을 쌓을’ 기회 자체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은 이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본 경험’을 갖춘 ‘일머리(work-sense)’ 있는 인재를 원하고 있다.
AI 시대에는 기술기능만으로 경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문제를 정의하고 그 해결책을 설계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도구를 써도, 누군가는 명령어만 입력하지만, 일머리 있는 사람은 그 결과를 해석하고 의사결정으로 연결할 수 있다.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기술이 아닌 문제를 이해하고 일의 흐름을 설계하는 능력에 있다.
그동안 기업은 신입사원에게 일머리를 가르치며 직업인을 육성해왔다.
그러나 AI의 등장과 업무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더 이상 기업이 신입 교육에 긴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
이제 ‘일머리를 배우는 공간’은 기업이 아닌 대학과 직업훈련기관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학과 교육기관은 직업의 기초역량과 일머리를 체계적으로 기를 수 있는 전초기지 역할을 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교육기관이 여전히 기술 위주의 강좌에만 머물 경우, 청년들은 경력 없이 시장에 진입하고,
AI와 구조 변화 앞에서 생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청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문제 해결 경험을 쌓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업들이 단순히 자격증이나 학점, 근무경력을 중요시하는 기존의 채용 방식을 과감히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지원자가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인지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러한 경험은 대학과 교육기관이 제공해야 한다.
프로젝트 중심의 경험 기반 교육이 필수적이다.
AI와 자동화의 흐름이 가속화되면 청년실업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은둔형 청년(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증가도 우려된다.
국내에서도 비경제활동 인구 중 취업 의사 비율이 20.4%로 2018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청년층은 성인층보다 실업과 비경제활동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대학 및 직업훈련기관은 기능·기술 중심 교육을 넘어서 기업 문제 발굴, 설계, 실행을 포함하는 교육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기업과 교육기관이 협력하여 청년들에게 실제 직무 경험을 제공하고, ‘경력 없는 신입’이 아니라 ‘프로젝트 경험 있는 인재’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구조전환이 필요한가?
첫째, 대학과 직업훈련기관은 기술 교육에서 벗어나,
기업과 연계한 문제 발굴, 설계, 실행형 프로젝트 수업을 정규 교과에 포함시켜야 한다.
학생들이 실제 산업현장의 문제를 다루며 AI 시대에 요구되는 현장 적응력과 협업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기업은 기존의 근무기간과 경력 연속성을 중시하는 이력서 중심 채용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
대신, 지원자가 대학이나 기관에서 수행한 프로젝트 경험을 핵심 평가 요소로 삼아야 한다.
‘경력 없는 신입’이 아니라 ‘프로젝트로 검증된 실무형 인재’를 선발하는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정부와 지자체는 대학–기업 간의 협력을 통해
AI를 활용한 실무형 문제해결 프로젝트 플랫폼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AI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학은 교육과정에서 이를 실험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니즈가 높다.
두 영역을 연결해, 학생들이 AI를 활용한 산업 문제해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그 결과가 정식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AI 시대는 단지 기술의 혁신이 아니라, 일의 철학이 바뀌는 현장이다.
기업은 더 이상 일머리를 가르칠 시간이 없고, 대학은 그 역할을 떠안게 되었다.
청년은 완벽한 선택보다 빠른 실행과 이동을 통해 성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AI 시대의 생존 조건은 기술이 아니라, 일머리이자 유연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