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혁신을 넘어서 지자체 정책성과와 연계된 지역성장 지표 공개가 시급하다
올해 3차년도 글로컬대학30에서는 전주대학교와 호원대학교 연합이 아쉽게 탈락했지만, 전북은 이미 1·2차년도를 통해 두 개의 글로컬대학을 확보했다. 전북대학교가 1차년도에, 원광대학교·원광보건대학교 컨소시엄이 2차년도에 선정되면서 전북특별자치도에는 현재 두 곳의 글로컬대학이 운영되고 있다. 수만 놓고 보면 뒤처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정적인 기반을 갖춘 셈이다. 그러나 이제는 “몇 곳이 선정되었는가”보다 “그 대학혁신이 전북의 성장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가”를 물어야 할 때다.
최근 교육부는 고등교육을 지자체 중심으로 재편하는 RISE(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대학이 지역이 필요로 하는 산업 중심으로 특성화를 추진하면, 지자체는 그 성과를 지역산업 성장과 일자리, 청년정착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구조다. 전북 역시 RISE 시범지역으로 지정되며, 대학–산업–지자체가 함께 책임지는 성장 모델을 요구받고 있다.
전북의 두 글로컬대학도 이러한 방향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전북대학교는 미래농생명, 스마트헬스케어, 모빌리티, 첨단소재 등 전북의 전략산업과 연계된 전공을 정비하며, 지역산업에 필요한 인재 양성체계를 만들고 있다. 원광대학교·원광보건대학교는 생명·식품·보건의료·글로벌 헬스 산업을 축으로 한 특성화를 추진하며, 전북도가 내세운 ‘생명경제 도시’ 전략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대학만 놓고 보면 방향은 분명히 지역을 향해 있고, 기반도 어느 정도는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대학이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도, 정작 전북이라는 지역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쉽게 체감되지 않는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전북은 2021년 8,606명, 2022년 9,069명, 2023년 7,741명, 2024년 8,478명 등 최근 4년간 약 3만 3,900명의 청년이 순유출됐다. 해마다 평균 8,500명 가까운 청년이 전북을 떠나는 셈이다. 청년이 빠져나가는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말하기는 어렵다.
기업유치 성과도 겉과 속이 다르다. 전북도는 민선 8기 동안 130건의 기업유치와 12조 8천억 원 규모의 투자 협약, 1만 3천여 명의 고용 창출을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괄목할 만한 숫자지만, 협약된 16조 5천억 원 가운데 실제 투자 집행액은 6,399억 원으로 3.9% 수준, 계획된 고용 18,662명 가운데 실제 고용은 756명으로 4%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도 있다. 계획은 크지만, 현실의 성장은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전북특별자치도는 정부의 ‘5극 3특 성장엔진’ 전략에 발맞춰 새만금 신산업, 농생명·식품, 모빌리티·에너지 전환 산업 등을 축으로 지역산업 구조를 재편하겠다고 선언했다. 산업 측면에서도, 교육 측면에서도, 제도 측면에서도 전북은 분명 큰 기회를 맞고 있다. 문제는 이 많은 정책과 사업이 하나의 지역성장 그림으로 묶여 있느냐는 점이다.
이제 전북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글로컬대학과 RISE, 그리고 5극 3특 전략이 실제로 전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도민이 숫자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청년정착률이 매년 얼마나 개선되고 있는지, 지역대학 졸업생이 도내 기업에 취업하는 비율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유치한 기업이 실제로 투자와 고용을 얼마나 이행했는지, 전략산업 기업 수와 매출이 어떻게 변했는지 같은 지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공개해야 한다.
여기서 더 분명히 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이러한 지역성장 지표는 단지 행정 보고용 숫자가 아니라, 지자체장의 성과와 직결되는 책임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어떤 사업을 따냈느냐”가 아니라, “그 사업으로 청년 순유출이 얼마나 줄었는지,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 지역산업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로 지자체장을 평가해야 한다. 지방선거 공약 역시 대학 유치나 사업 공모 실적이 아니라, 구체적인 지역성장 지표 목표와 그 이행 계획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지자체장 또한 임기 동안 이러한 지표를 도민 앞에 매년 보고하고, 성과와 부족함을 함께 점검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RISE 체계가 말하는 “지역 주도”란 결국 대학이 아니라 지자체장과 지자체가 책임을 지는 구조를 의미한다. 대학이 혁신을 시도하더라도, 지자체가 정책과 예산, 규제 개혁, 기업환경 조성으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변화는 캠퍼스 울타리를 넘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대학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이 아니라, “지자체가 대학과 함께 책임지도록 제도를 바꾸자”는 요구다.
전북은 지금 여러 기회를 동시에 손에 쥐고 있다. 두 개의 글로컬대학, RISE 시범지역, 5극 3특 성장엔진 전략, 그리고 새만금과 생명경제 도시 구상까지.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실제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변화가 보이는 구조를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변화는 존재하지 않는 변화와 다르지 않다.
전북에는 이미 혁신의 불씨가 있다. 이제는 그 불씨를 지역성장이라는 결과로 연결할 책임이 남았다. 그 책임의 최종 주체는 지자체이며, 특히 지자체장이다. 도민은 지역성장 지표를 통해 지자체장의 성과를 평가하고, 지자체장은 그 지표를 통해 도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전북의 미래는 더 많은 사업 공모에 당첨되는 데 달려 있지 않다.
이미 확보한 사업과 대학혁신이 청년의 삶, 기업의 성장, 산업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지표로 증명하는 것에 달려 있다.
이제 전북은 성장을 말하는 단계를 넘어,
성장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