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스타 Feb 02. 2023

동료를 가르치려 들지 말자.

필자는 성인 교육 도메인에서 기획 일을 하고 있다. 필자가 팀에 처음 합류했을 때 PM(Project Manager)은 딱 2명이었다. 필자와 팀장님. 2개월 정도 둘이서 눈코 뜰 새 없이 고군분투를 하던 중, 드디어 3번째 PM으로 A님이 팀에 합류했다. 필자는 A님이 당장 내일이라도 출근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생각밖에 없었고, 2개월 먼저 경험했던 업무의 맥락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A님의 적응을 도왔다. 필자의 노력이 가상했는지 A님은 내일도 모레도 계속 출근을 하셨다.


안정적인 온보딩 후 필자와 A님은 각자 프로젝트를 하나씩 맡았다. 둘 다 성과가 신통치 않아 프로젝트 개선 작업을 고강도로 진행했고, 다행히 필자의 프로젝트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먼저 나왔다. 필자가 먼저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원인은 고객에게 중요한 것보다 고객이 좋아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리서치해서  짧은 기간 동안 가설 수립과 실행을 많이 했고 실패한 경우 왜 실패했는지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반복하지 않은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필자가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있을 때, A님은 본인의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고통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필자는 눈앞에 동료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보고도 모른 채 하고 지나칠 수 없었다. 필자가 2개월 먼저 경험한 업무의 맥락과 노하우를 공유했듯이, 이번에도 먼저 성과를 냈던 맥락과 노하우를 알려주며 A님이 봉착한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밤낮 할 것 없이 같이 고민했다. 며칠 후 A님의 개선안이 나왔고, 개선안에는 필자의 흔적을 티끌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필자는 A님에게 무엇을 잘못했을까?


진짜 맹세코 이렇게 하지 않았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기획에 정답은 없다. 필자가 위에서 성과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성과가 곧 성공이나 정답을 의미하지 않는다. 단지 실패를 거듭하다 뭐 하나 얻어걸린 것에 불과하다. 얻어걸린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활용하기 이전에 성과의 논리가 다른 케이스에도 적용될지 안 될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천 번 만 번 양보해서 필자의 성과가 정답이라 하더라도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정답들 중 겨우 딱 하나 알게 된 것이지 모든 것을 통달한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자는 시장에 도전하는 입장으로써 겸손한 자세로 더 많이 실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후 실패한 과정을 왜곡 없이 학습하고 다음에 적극 활용하면 된다. 하지만 그땐 필자의 성과가 이 시장을 관통하는 정답이라고 생각했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른 분야에 족보처럼 활용하려 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A님한테 이래라저래라 한 것이다.



상대방은 들을 생각도 없는데

듣는 사람도 들을 준비가 필요하다. 본인의 프로젝트에 현재 무엇이 문제고 어디에서 사고가 막혔으며 어떤 제약사항들 때문에 해결책이 묘연한지 스스로 정의하는 과정을 겪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면 알아서 조언을 구할 것이다.


그때 당시 A님은 주변의 도움이나 조언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더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는 오답노트를 갖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A님에게 오지랖을 부리고 훈수를 둔 꼴이 됐다.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면 필자는 A님에게 "그건 이렇게 하세요."라고 말하기 보다 "제가 도와드릴 게 없을까요?"와 같이 질문을 먼저 할 것이다. 이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이 돌아온다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대화를 시작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지랖을 참기 힘들다면 어디 숨어있는 것도 괜찮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동료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필자의 일념은 이기적인 생각이었던 것 같다. 동료를 돕고 싶은 마음과 팀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스스로 지적 허영심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진정 동료를 걱정한다면 먼저 동료의 입장부터 생각해야 한다. 도움을 줄 때는 자신이 아는 것만 가지고 동료를 가르치려 들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같이 진흙탕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의 이야기 끝.

매거진의 이전글 광고모델은 우리 회사에 어떤 공헌을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