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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스타 Jan 27. 2023

광고모델은 우리 회사에 어떤 공헌을 할까?

필자는 성인 교육 도메인에서 기획 일을 하고 있다. 필자가 다니는 회사는 팀마다 운영하는 서비스가 다르고 각 팀이 마치 다른 회사인 것처럼 운영되고 있다. 그렇다고 팀 간 경쟁을 유도해서 가장 잘나가는 하나만 살아남게 만드는 문화는 아니었고(일부 카니발리제이션*이 있긴 했지만) 각자 맡고 있는 시장에서 1등이 되기 위해 각자도생하는 문화에 가까웠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에 옆 팀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았다. 하지만 광고 모델이 바뀌는 이벤트는 도저히 모를 수가 없었다.


*카니발리제이션 Cannibalization : 기업의 신제품이 자사 기존 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 쉽게 말해 자기시장잠식 또는 제살 깎기


바뀐 모델이 무려 신민아


옆 팀은 계약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여기저기에 광고를 내보내고 SNS 광고비도 많이 집행했으며,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이것저것 마케팅 및 프로모션 액션도 많이 진행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신규 유입이 계속 발생하고 매출액도 계속 늘어났다. 필자의 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을 그저 바라보면서 내심 부러우면서도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궁금증 1. 광고에 어떤 사람이 어떻게 반응했을까

우선 어떤 사람들이 유입됐을지 궁금했다. 광고 덕분에 상품을 처음 알게 된 사람, 원래 상품에 관심이 있었는데 광고를 보고 들어온 사람, 이탈했다가 광고를 보고 다시 유입한 사람, 광고모델의 팬 등 광고모델과 상관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광고모델과 상관없이 유입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러 유형별로 어떻게 반응(전환, 이탈, 구매 등) 했는지에 대해 어떻게 측정하고 평가할 것인지 궁금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조작 변인이 투입됐기 때문에 정확한 성과 측정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혹시라도 액션의 전후 관계를 정확하게 분석하지 않고 모든 것을 모델 덕분이라고 귀결시킨다면, 신민아가 우리 상품의 광고모델이었다는 좋은 추억만 남고 다음 일에 활용할 레슨이 없어 많이 아쉬울 것 같았다.



궁금증 2. 공헌이익이 발생했을까

매출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지만, 광고모델 섭외와 마케팅 액션에 상당한 비용을 쏟았기에 공헌이익이 발생했을까 궁금했다.


매출액 = 영업이익 + 고정비 + 변동비
공헌이익 = 영업이익 + 고정비 = 매출액 - 변동비


간단하게 용어 정리를 하고 넘어가 보자면, 영업이익은 영업활동을 통해 발생한 이익이고 고정비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면 숨만 쉬고 있어도 발생하는 지출이고 변동비는 영업활동에 따라 발생하는 지출이다. 공헌이익은 말 그대로 회사의 이익에 공헌하는 금액을 뜻하는데, 공헌이익을 발생하려면 영업이익이 고정비보다 크거나 매출액은 늘리고 변동비를 줄여야 한다.


옆 팀은 광고모델 액션을 통해 매출액과 변동비가 함께 늘었고, 필자가 볼 때 신규 유저의 유입에 상관없이 고정비 컨트롤이 가능한지 의문이었다. 물론 공헌이익을 내는 것이 옆 팀의 지상 최대의 과제는 아니었기에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으나, 필자는 기획자로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기획자는 결국 돈을 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공헌이익을 발생시키기 위해 이렇게 유입된 사람들을 빠른 시간 안에 내 상품의 팬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작정 팬으로 만들겠다고 아무런 라포(rapport)가 형성되지 않은 고객에게 그럴싸한 혜택을 준다고 해서 팬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체리피커를 만들어 변동비만 올릴 뿐이다.


고객이 상품을 구입하고 본인의 고통을 해결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내 상품의 팬이 돼야 한다. 상품 경험을 매개로 라포가 형성된 고객과 교류를 이어가면서 상품 개발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고(실제로 고객에게 일을 시킨다는 뜻이 아니다) 나중에는 고객이 스스로 상품 및 커뮤니티에 기여함으로써 내 상품의 찐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과정이 쉽지 않겠지만 광고를 적재적소에 집행하는 것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기획자가 고객의 고통을 해결하는 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해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면, 다음 스텝으로 고객을 어떻게 상품의 구성원으로 참여시킬지를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처음부터 둘을 같이 고민해도 좋다.


이건 같이 하면 안 된다


최근 많은 스타트업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 당장의 매출이나 공헌이익보다 MAU나 회원 수와 같은 유저 볼륨의 성장을 최우선으로 취하는 전략이 스타트업의 성공 공식처럼 여겨지다 보니 더욱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필자는 이 공식이 유효한 성장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썩 건강한 성장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상품(또는 회사)의 건강한 성장은 공헌이익에서 시작할 것이고, 공헌이익은 광고모델의 팬이 아닌 내 상품의 팬이 만들어 줄 것이다. 오늘의 이야기 끝.




PS. 아무것도 몰랐을 때 단순히 조회 수에 눈이 멀어 공부왕찐천재 채널에 브랜디드 오퍼 넣자고 했던 것을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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