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성인 교육 도메인에서 기획 일을 하고 있다. 필자의 팀은 상황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사무실 자리 배치를 자주 바꿨다. 거의 두 달에 한 번꼴로 바꾼 것 같다. 회사에서 자리를 옮길 때면 물티슈로 책상을 닦는 모습부터 허리 숙여 서랍장을 밀어 옮기는 모습까지 평소에 볼 수 없던 분주한 모습이 연출된다. 자리를 옮기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서 자리를 바꿀 때면 동료들의 입에서 볼멘소리도 나오곤 하는데, 필자는 이 난리통 속에서도 그저 평온했다.
원스타님은 그냥 제 옆자리에 앉으시면 됩니다.
이유는 필자의 자리는 항상 팀장님 옆자리로 고정됐기 때문이다. K-직장인의 입장에서 팀장님의 옆자리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가끔 뉴스를 보면 자리를 복도 끝이나 엘리베이터 옆으로 보낸다고 하던데 내 책상은 사무실 안에 있다고 하니 오히려 좋다.
필자의 팀장님은 회사에서 PM으로 일하면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으셨고 경험에 비례하여 인사이트가 풍부하고 워크에식(work ethic)도 투철하셔서 본받을 점이 많았다. 필자의 장기 중 하나가 좋아 보이는 건 바로 벤치마크하는 것이라, 팀장님 옆에 앉아서 팀장님의 장점 3가지를 훔쳐 오고자 했다.
팀장님은 팀원이 업무를 진행할 때 헷갈리지 않도록 '기다', '아니다'에 대한 결정을 칼같이 하셨다. 그렇게 결정한 배경과 이유도 항상 함께 설명해 주셨다. 팀원의 기획안에 대해 의견을 말씀하실 때도 듣는 팀원이 오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구체적으로 표현해 주셨고 어젠다를 열린 결말로 끝내지 않았으며 필요시 후행 업무의 방향성까지 말씀해 주셨다. 덕분에 필자는 업무를 할 때 헷갈리지 않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리소스를 낭비하지 않았다.
필자는 회사에서 팀장님이 화를 내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흡사 AI 같이 감정을 배제하고 업무에 대한 이야기만 하셨다. 팀장님은 팀원에게 업무에 대해 지적을 할 때도 비난, 불평, 불만 등의 표현은 절대 하지 않았고, 현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내용과 개선이 필요한 내용 등 업무에 대한 내용만 깔끔하게 말씀하셨다. 업무 결과를 두고 지적하는 상황 자체가 부정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본인의 피드백을 상대방이 오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의도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팀에 신입 기획자가 작성한 기획안을 보면서 하지 말라는 말씀보다 해보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아무리 그지(?) 같은 기획이라도 장점이 있다면 캐치해서 본인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지지해 주셨다. 물론 정말 그지 같은 건 그지같다고 말씀하셨다.
기획자가 본인의 의견이 반복적으로 벽에 부딪히면 위축되기 마련이고 이 과정이 누적되면 기획자가 주도적으로 본인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피드백만 듣고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팀장님은 중간 관리자로서 난처한 부분이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신입 기획자들이 위축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언을 해 주신 게 아닐까 싶다.
직장인이 성장하는 방법으로 업무적 성취, 연봉 및 직급의 상승, 자기 계발 등과 같은 방법도 있겠지만, 팀장님을 보고 따라 하는 것만큼 가성비 좋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위에 언급한 3가지만 잘 따라 해도 직장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고 인격적으로도 지금보다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팀장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며 오늘의 이야기 끝.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글이 직장 상세에 대한 글이었다면 아래 글은 직장 동료에 대한 글입니다. 함께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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