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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스타 Mar 25. 2023

오래가는 콘텐츠 비즈니스의 조건

필자는 성인 교육 도메인에서 기획 일을 하고 있다. 이 업계는 코로나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포맷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당했고, 그 대가로 플레이어들의 예상범위를 벗어나는 성장 그래프가 나왔다. 여러 업체들이 이 현상을 기회라고 봤는지 너도나도 달려들어 온라인 교육 시장의 붐업이 일어났다.


필자의 메인 분야인 코딩 및 개발자 취업 교육은 온라인 교육 시장 붐업의 선두주자다. 매스컴에 대기업의 대항마로 네카라쿠배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그동안 3D 업종으로 유명했던 개발 직무는 직장인이 선호하는 직무 1위가 됐으며, 전통적인 산업현장에서 업무 방식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굴기가 발생했다. 커져가는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많은 회사들의 경쟁이 시작됐다.


필자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1주일에 1번씩 현존하는 거의 모든 경쟁사의 웹사이트를 둘러보는 '경쟁사 투어' 시간을 가졌다. 경쟁사의 웹사이트를 둘러보면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나 분석하는 것이다. 필자가 경쟁사 투어를 시작할 때 즐겨찾기에 60여 개 회사를 저장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더니 지금은 1/4 수준으로 줄었다. 이 정도면 적자생존을 넘어서 온라인 교육 사업 접으라고 누가 칼 들고 협박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온라인 교육 상품은 크게 보면 콘텐츠와 서비스를 포함하고 있지만, 필자는 철저한 콘텐츠 중심의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사라진 회사를 보면서 여기부터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고, 업자로서 어떤 점이 문제였는지 알아보고 반면교사 하기로 했다.


그 많던 친구들은 왜 사라졌을까


고객은 콘텐츠를 필요할 때 찾는다

필자는 콘텐츠를 문제 해결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심심하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튜브, 넷플릭스 등에서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고, 배고프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당을 가서 음식 콘텐츠를 소비하는 식이다. 대체로 고객이 문제를 마주치고 해결책을 떠올리고 콘텐츠를 소비하기까지 과정이 자연스럽다.


교육 콘텐츠는 다르다. 고객이 문제를 마주치고 나서 교육이라는 해결책에 관심이 생겨 교육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솔직하게 말해서 억지로) 교육 콘텐츠를 소비한다. 고객이 인생을 살면서 본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고통이 없었다면 굳이 교육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고 알아서 문제를 해결했을 것이다. 이를 이해하고 있는 업체는 살아남았고, 고객이 교육 상품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회사는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고객이 콘텐츠를 경험하게 만들었다

고객이 콘텐츠를 구매하는 것 자체로 제 몫을 하는 콘텐츠(예를 들면 굿즈, 피규어 등)가 있는가 하면, 대부분의 콘텐츠는 고객이 콘텐츠를 경험해야 의미가 있다. 콘텐츠는 알고 보면 경험재인 것이다. 콘텐츠 제공자는 고객이 콘텐츠를 경험하게 하고 나아가 완전히 소비하도록 하기 위해 갖은 리소스를 투입한다. 이를테면 영상 콘텐츠의 예고편, 상품의 광고, 고객의 후기, 주변인의 추천, 게이미피케이션 시스템, 포인트 적립, 푸시 알림 등의 방법을 활용한다.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회사는 고객이 콘텐츠를 사서 보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상품을 통해 공부하게 만들어야 하는 특명이 있다. 온라인 교육 업계에 만연한 사실 중 하나인 완강률 약 5%는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대부분의 고객은 교육 상품을 사놓고 경험하지 않는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회사의 미션으로 여기고 고객을 공부시키려고 한 곳은 살아남았고, 강의를 팔고 땡인 곳은 회사의 운명도 같이 종을 쳤던 것 같다.



고객이 콘텐츠를 통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일단 고객은 콘텐츠를 통해 본인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영상 콘텐츠를 보면서 심심하지 않아야 하고 음식을 먹고 배가 부르거나 맛있게 끼니를 때워야 한다. 한 번 콘텐츠를 경험한 고객이 콘텐츠에 효용가치를 느꼈다면 다음에 또 찾을 것이다. 대신 이 가설이 명제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은 콘텐츠가 뾰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뾰족해야 한다는 것은 기존에 고객이 문제 해결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부분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콘텐츠를 핀 포인트로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교육 콘텐츠는 한 단계 더 나아가서 고객이 목표를 달성해야 의미가 있다. 영어 교육 콘텐츠를 통해 고객이 영어를 하게 만들어야 하고, 취업 교육 콘텐츠를 통해 고객이 직업을 가져야 하며, 재테크 교육 콘텐츠를 통해 고객은 돈을 벌어야 한다. 잠재 고객은 기존 고객의 목표 달성 여부와 성취도를 보고 그들처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매를 결정할 것이다. 고객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회사는 살아남았고, 그렇지 않은 회사는 강의 팔이 플랫폼으로 전락했던 것 같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필자도 유사 콘텐츠 비즈니스 종사자(혹은 콘텐츠 비즈니스 종사자 호소인)로서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콘텐츠로만 고객을 전환시키는 것이 힘드니까 서비스를 붙이고 마케팅에 골머리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콘텐츠 비즈니스는 콘텐츠로 끝장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가는 콘텐츠 비즈니스는 저마다의 이유로 고객에 유효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고객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필자는 예전에 경쟁사 투어를 할 때 그저 살아남기 위해 검투사의 마음으로 돌아다녔지만, 최근에는 치열한 예선전을 거친 후 살아남은 회사들을 보며 경외감을 느낀다. 오늘의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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