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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스타 Mar 30. 2023

고객 관점에서 고관여 상품 vs 저관여 상품

필자는 흔히 고관여 상품을 다룬다고 알려진 성인 교육 도메인에서 기획 일을 하고 있다. 고관여 상품은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기까지 고려할 사항이 비교적 많은 상품이라고 설명할 수 있고, 저관여 상품은 고관여 상품의 반대 개념이다. 고관여와 저관여는 공장에서 스펙을 기준으로 양품과 불량을 판별하듯이 특정 기준을 가운데 두고 딱 잘라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여러 요소들의 교집합으로 정해지는 상대적인 개념에 가깝다. 대표적인 요소는 아무래도 가격이라고 할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 상품이 비싸면 고관여고 싸면 저관여인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필자는 대충 들으면 끄덕일 수 있으나 자세히 뜯어 보면 애매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던 와중에, 고관여와 저관여의 차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회사에서 강의 콘텐츠만 제공하는 10~20만 원대 교육 상품을 담당하다가, 강의 콘텐츠와 일련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400만 원대의 상품을 새롭게 담당하게 된 것이다. 가격 차이가 꽤 나는만큼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기까지의 행태가 많이 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고객은 비싸진 380만 원에 대해서만 고민이 깊어졌을 뿐, 상품 가격이 비싸졌다고 해서 이전에 하지 않았던 고민을 시작하지 않았다. 쉽게 말해, 필자가 보기에 고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비싸면 고관여라더니


필자는 태생부터 애매한 고관여, 저관여라는 개념을 상품 관점이 아닌 고객 관점으로 보면서 구체화해 보기로 했다. 상품이 고관여라서 고관여 상품이 아니라, 고객이 고관여라서 고관여 상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다. 크게 2가지를 기준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



고객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의 난도

고객 입장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난도가 높을수록 고관여다. 고관여 상품은 본인의 인생에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고객이 찾는 상품인 것이다.


올리브영에서 3천 원짜리 마스크팩을 살 때, 피부 트러블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고객은 가격, 제조사, 성분, 제형, 고객 후기 등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살 것이다. 반면 그저 오늘 저녁에 아무 마스크팩이나 얼굴에 시원하게 붙이고 자고 싶은 고객은 매대를 걸어가다가 눈에 띄는 마스크팩을 하나 집어 들 것이다. 동일한 마스크팩이라도 전자에게는 고관여 상품이고, 후자에게는 저관여 상품인 것이다.


구찌 가방을 살 때, 생애 첫 명품 가방을 마련하고자 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큰마음을 먹고 온라인에서 여러 브랜드를 알아보고 오프라인에서 실물을 살펴본 후 구찌가 가장 마음에 든다는 확신이 섰을 구매를 결정할 것이다. 반면, 구찌의 열혈한 팬이라면 별다른 고민 없이 구찌 가방을 살 것이다. 동일한 구찌 가방이라도 전자에게는 고관여 상품, 후자에게는 저관여 상품인 것이다.



고객이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필요한 정보

고객 입장에서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에 상품에 대한 정보가 많이 필요할수록 고관여다. 본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관여 상품은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기 전까지 필요한 정보의 양이 많은 상품인 것이다.


수능 재수를 결심한 고객의 입장에서 재수학원은 정보의 부재로(혹은 경험의 부재) 불확실성이 커서 구매를 결정하기 전 고관여 행태를 보일 것이다. 반면 삼수를 앞두고 있는 고객은 고민 시간이 재수할 때만큼 길지 않다. 재수생이 삼수생보다 고관여인 것이다.


자동차를 사기 위해 신차를 알아보던 고객이 중고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 고려할 요소가 곱절로 늘어나 고관여 행태를 보일 것이다. 신차 대비 가격은 저렴해졌으나 불확실성을 없애는 데 들어가는 품은 훨씬 커져 고관여가 된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고관여 고객이 모여있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만난 20만 원짜리 교육 상품을 고민하는 고객과 400만 원짜리 교육 상품을 고민하는 고객은 본인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의 난도와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필요한 정보가 비슷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격 요인을 차치하더라도 고관여 행태를 보이지 않았을까.


정리하자면, 필자는 고관여 고객이 구매하는 것이 고관여 상품이고 저관여 고객이 구매하는 것이 저관여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기획자는 내 상품의 고객이 고관여인지 저관여 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고객의 모습은 단선적이지 않고 입체적이며 이산적이지 않고 연속적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고관여의 행태와 고관여의 행태를 고객을 전환시키는 과정에 적극 활용하면 될 것 같다. 오늘의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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