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엔 아빠 생각을 조금만 할게. 조금만 슬퍼할게.
아빠 안녕,
며칠 전 책을 읽었어.
<구의 증명> 이라는 책이야.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 보낸 여자의 슬픔.
엄마도 그렇게나 아팠겠지.
나에겐 내색하지 않지만 말이야.
죽음을 묵상하는 건 괴로워.
모든 것이 부질없이 느껴져.
그래서 요즘은 순간의 쾌락과 행복을 즐겨.
장기적으로 봤을 땐 내 일에 충실하지 않다고 할 수 있지.
그래도,
곧 내일 삶이 마무리 지어진다면 어떡하지.
그래서 더 사랑하려고 해.
그 사람의 가난까지도 사랑할 수 있을까?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
본능이 이끄는 곳에 내 행복이 있다고 믿어.
날 보고 있다면 응원해줘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