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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ious Lee Nov 15. 2024

조직문화는 처음이라 미숙해 #11 : 모래시계

 그 선배는 첫 입사 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을 밤 11시 넘어 퇴근하고는 했습니다.

무언가를 새롭게 학습할 때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러닝커브를 최대한 빨리 넘기고 싶다고 말하던 선배는 어느 순간 퇴근시간이 빨라졌다 싶을 때면 다시 어김없이 야근 모드에 들어가고는 했습니다.

마치 세워둔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떨어져 산을 이루고 나면, 다시 그 모래시계를 뒤집어 새로운 산을 만드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처럼 말이죠.

가끔씩은 힘들어 하면서도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던 선배는 어느새 평소 가고싶다던 곳으로 이직을 했고, 그때쯤에서야 저도 뒤늦게 모래시계를 뒤집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일상의 루틴을 벗어나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고자 할 때면 필연적으로 부딪히게 되는 벽들이 있지만, 벽으로 가로막힌 길은 잘못된 길이 아니라 극복하고 나아가야할 유일한 길이죠.

그 길 위에서의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는 행위의 고통에 비해 그 결과는 미비할 수 있지만, 매 순 간 떨어지는 모래가 축적되어 언젠가 커다란 산을 만들게 됩니다.


 어떤 학자는 인류를 '호모 파수스', 즉 '고통을 감수하는 인간'으로 정의하며 고통을 통해 인간은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여전히 글쓰기는 어렵고 새로운 학습은 힘들지만, 이 모든 시간들이 매일 새로운 산을 만드는 모래시계 뒤집기라고 생각합니다. 열한 번째 뒤집힌 오늘의 모래시계를 이만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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