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선생 Feb 05. 2017

사주팔자는 미신인가?

사주에 대한 오해 총정리

사주.. 보러 가 보신 분 계십니까? 많이들 계실 겁니다. 하지만 누가 '사주 본 적 있냐?'고 물어보면 대답이 쉽게 안 나오지요. 사주 본 적 있다 하면 21세기에 누가 그런 걸 믿냐..는 말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는 핑계가, '난 재미로 봤다', '심심풀이로 봤다'.. 이런 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사주 보면 왜 안되나요? 사주가 미신이라서? 비과학적이기 때문에? 믿는 종교가 있어서?

누가 그러던가요?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은 사주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던가요? 

오늘은 사주에 대한 몇 가지 사소한 오해를 밝혀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사주는 미신이다?

가장 대표적인 오해는 사주가 미신이다..라는 것입니다. 사전에서 미신을 찾아보면, 종교적으로 보편성을 갖지 못하고 일반인들 사이에서 헛되고 바르지 않다고 인정되는 믿음이나 신앙..이라 나와있습니다. 사주는 과연 미신일까요?


사주가 종교적인 어떤 것이라는 오해는 사주를 보시는 분들 중에 스님이나 무속인들이 계시기 때문에 생기는 것 같은데요. 사주는 이론체계를 갖춘 인간의 운명에 대한 설명방식으로서 초자연적 존재(신)가 있고, 교단, 교리가 있는 종교하고는 1도 상관이 없습니다. 


특히 무속인들이 점사를 볼 때 의뢰인의 사주를 풀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무속인이 모시는 신이 공수를 준다는 얘기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사주이론을 자신의 종교적 바탕에서 풀어내는 것일 뿐, 사주 자체는 종교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사주는 무엇일까요?


사주의 이론체계

사주는 어떤 사람의 태어난 생년, 월, 일, 시를 간지(干支)로 환산해서 그의 운명을 예측하는 방법입니다. 간지는 천간(天干)과 지지(地支)의 약자인데요. 천간은 여러분 운전면허 시험보실 때 많이 듣게 되는 갑(甲), 을(乙), 병(丙), 정(丁).. 으로 시작되는 그것이고, 지지는 태어난 해의 띠, 즉 쥐(子), 소(丑), 호랑이(寅), 토끼(卯).. 하는 그것입니다.


천간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의 10개이고요.

지지는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의 12개입니다. 12지신 들어보셨죠? 


이러한 천간과 지지는 우주와 자연이 생성하고 변화하는 원리를 담고 있는데요. 이를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이라고 합니다. 음양오행하면 중국영화에 나오는 도사나 일본의 음양사.. 이런 거 연상하시는 분들 많은데, 오해십니다. 음양오행은 원리이자 이론입니다. 


음양이란

간단히 말씀드리면 음양은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는 이론입니다. 하늘이 있으면 땅이 있고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불이 있으면 물이 있고 남자가 있으면 여자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음양은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상대적으로 순환하는 개념인데요. 


음양으로 볼 때 물은 음이지만, 예를 들어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이 있을 때 위로 떠오르는 뜨거운 물은 양이고 아래로 가라앉는 차가운 물은 음이 됩니다. 빛이 양이라고 하지만 더 밝은 빛이 있다면 더 밝은 빛이 양이 되고 그 전의 빛은 음이 되는 것이죠.


태극

이런 원리는 태극문양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음양론이 의미하는 바는 에너지와 물질이 서로 변환될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E=mc²)과 동일합니다. 에너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氣), 즉 양(陽)이며, 물질은 눈에 보이고 형태와 무게를 갖는 질(質), 즉 음(陰)이니까요.


오행이란

오행론은 우주를 구성하는 원소에 대한 이론입니다. 서양에서는 예전부터 우주가 물, 불, 흙, 공기의 4원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본 데 비해, 동양은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 물(水)의 다섯가지 원소로 본 것이죠. 


여기서 또 작은 오해가 발생하는데요. 세상에 원소가 얼마나 많은데(92개인가요..) 겨우 다섯개라니 이 얼마나 비과학적이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상징(symbol)이라는 설명체계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오해에 불과합니다.


서양의 4원소나 동양의 5원소는 실제 그것이 의미하는 대상이 아니라 그러한 기운(氣)을 상징합니다. 예를 들면, 나무(木)는 실제 나무가 아니라 나무의 기운을 가지는 모든 것들이라는 것입니다. 나무의 기운은 땅을 뚫어 뿌리를 내리고 줄기는 하늘로 솟구치며 가지는 사방으로 뻗습니다. 이러한 기운이 목(木)이라는 것이죠. 


그러한 다섯가지의 기운은 서로 상호작용을 합니다. 이것을 오행의 상생상극(相生相剋)이라고 하는데요. 말은 어렵지만 원리는 쉽습니다. 자연법칙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예를 들면, 불(火)을 피우려면 나무(木)가 있어야 합니다. 즉 나무(木)는 불(火)을 낳죠(生). 나무(木)가 자라려면 물(水)이 필요하고 쇠(金)는 흙(土)에서 나오는.. 이러한 작용을 오행의 상생(相生)이라 하구요.

초록색이 상생, 빨간색이 상극

반대로, 나무(木)는 도끼(金)로 찍습니다. 불(火)은 물(水)로 끄고, 홍수(水)가 나면 흙(土)으로 제방을 쌓습니다. 이렇게 오행이 서로 억제하는 작용을 상극(相剋)이라고 합니다. 우주만물은 이렇게 음과 양, 오행의 상생과 상극작용을 통해 나타나고 변화하며 사라집니다. 고대인들의 우주와 자연에 대한 오랜 관찰의 결과라고 할 수 있겠죠. 


사주이론의 성립

사주이론은 이러한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구성되었습니다. 10개의 천간과 12개의 지지를 갑자(甲子)부터 순서대로 조합하면 계해(癸亥)로 끝나는 총 60개의 조합이 나옵니다. 이것이 60갑자입니다.


해(年)를 기준으로 이 60갑자가 한 바퀴 돌아 다시 원래의 갑자로 돌아오는 것을 환갑(還甲)이라고 하는데요. 한국나이로 61번째 생일이 바로 환갑입니다. 평균수명이 짧았던 옛날에는 60년을 사는 것 자체가 잔치를 벌여 축하할 만한 일이었던 것이죠. 태어난 해가 같은 사람들을 동갑(同甲)이라 하는 것도 갑자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이 60갑자는 해(年)에도 달(月)에도 날(日)에도 시간(時)에도 적용됩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자기가 태어난 해, 달, 일, 시에 해당하는 네 개의 갑자, 즉 간지(干支)를 갖게 되는데요. 그것을 각각 기둥 주(柱)자를 써서 연주(年柱), 월주(月柱), 일주(日柱), 시주(時柱)라고 합니다.

사주 예시

즉, 네 개의 기둥이 나오는 것이죠. 그래서 사주(四柱)는 네 개의 기둥이란 뜻입니다. 그러면 사주팔자 할 때의 팔자는 어디서 나온 걸까요? 그것은 사주의 글자수 8개를 뜻합니다. 각 기둥에 천간지지 2자씩 있으니까 네 기둥에 총 8자(八字)가 되죠. 


그래서 사주와 팔자는 근본적으로 같은 뜻입니다. '난 사주는 좋은데 팔자가 나빠' 이런 표현은 말이 안되는 얘기죠. 이런 기둥(천간과 지지)로 시간을 표시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한나라(漢) 후기쯤이라고 하구요. 시간까지  더해서 사주(四主)를 바탕으로 사람의 운명을 읽어내는 이론이 성립된 것은 송나라(宋)때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운명의 이치를 따지는 학문’이라는 뜻에서 이를 명리학(命理學), 일본에서는 ‘운명을 추리한다’고 하여 추명학(推命學), 중국(대만)에서는 ‘운명을 계산해 본다’는 의미의 산명학(算命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사주이론은 대략 10세기 후반에 송나라의 서자평(徐子平)이라는 사람에 의해서 이론체계가 정립되었다고 추정됩니다. 


사주는 통계다?

사주에 대한 또 하나의 오해로 '사주는 통계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비슷한 때 태어난 사람들의 자료가 많이 축적되다보면 그 사람들이 걷는 인생의 비슷한 패턴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이론화한 것이 사주풀이 아니냐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사주를 푸는 방법은 음양과 오행의 관계를 적용하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예를 들어, 여름에 나무로 태어난 사람이 있습니다. 그 나무가 자라는 땅은 거칠고 주변에는 물이 부족합니다. 그럼 그 나무가 잘 살아가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여름이니까 햇볕과 열은 충분할 것이고, 나무가 계속 살아가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물이겠지요. 그리고 너무 척박한 땅이 좀 고운 흙이면 더 좋겠구요. 그래서 사주를 푸는 사람은 그 나무(의뢰인)가 현재 환경에서 가장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비유와 상징을 통해서 이야기해 주는 것입니다. 


사주가 통계라는 오해는 사주를 푸는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통해 과거의 비슷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사주의 풀이 자체는 이론적인 체계를 따릅니다. 


정리하면서

사주는 동양에서 발달한 운명예측의 한 방법입니다. 물론 현대적인 의미에서 과학적인 방법은 아니죠. 하지만 오랜시간의 관찰과 사유에서 비롯된 철학적, 이론적 뿌리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에게 사주는 문화이자 사고방식으로 자리잡아 사람들의 경험과 행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죠.


내가 잘 모른다고 해서 그것을 비과학, 미신이라고 낙인찍고 이해할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과학적인 태도일까요? 과학이 이렇게나 발달한 시기에 왜 아직도 사람들은 사주를 보고 거기에 의존하려 하는지.. 그것을 이해해보려는 것이 과학의 본질에 가까운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왜 한국만 '한국 나이'를 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