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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Sep 17. 2018

한류(韓流)는 존재하는가?

그 뿌리깊은 의문에 답한다

한류(韓流), 해외에 부는 한국문화 열풍을 한류라 합니다. 90년대 후반부터 태동하기 시작했던 한류의 씨앗은 2000년대 초반의 드라마 한류에 이어 영화 및 K-pop으로 확장되었고 지금은 전세계 수많은 인구가 한국의 문화콘텐츠를 즐기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류가 처음으로 화제가 될 무렵부터 꾸준히 제기되는 의문이 있습니다.

과연 한류가 실제로 존재하느냐는 것이죠. 


이러한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은 한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데 사람들이 일부의 현상만을 가지고 괜히 오바한다는 겁니다. JTBC의 인기프로였던 <비정상회담>에서 이 주제를 다루기도 했었죠. 이런 종류의 의문은 뿌리가 깊습니다.

90년대 후반, <사랑이 뭐길래>, <별은 내 가슴에> 등의 드라마가 중국에서 크게 인기를 얻으며 한류(韓流)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문화수준이 낮은' 중국이니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 말했습니다. 문화수준이 높은 나라에서는 한류가 있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초반,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일본에 한국 드라마 열풍이 불었을 때는, '아줌마들의 특이한 취미'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대개 중년 여성이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적극적 문화 향유층인 청년들이나 남성들은 한국 드라마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죠.

그 후, 중동 및 동남아시아에서 <대장금>이 인기를 끌었을 때는 한국 드라마는 '후진국'에서나 인기가 있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미국이나 유럽같은 '선진국'에서는 먹히지 않을 거라는 얘기였습니다. 


한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K-pop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국과 아시아에 K-pop이 유행하자, 사람들은(일부 어떤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문화수준이 낮은 후진국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원더걸스가 미국 진출에 실패하고 돌아오자 이러한 주장에 힘이 실리기도 했죠.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히트를 쳤을 때도(2012년) (어떤) 사람들은 예술적, 문화적 가치가 아니라 싸이의 독특한 춤과 퍼포먼스 때문이라며 일회적인 사건일 뿐 미국에서 K-pop이 유행하는 건 어불성설이라 주장했습니다. 


9월 3일,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1위에 올랐습니다. 올해 5월에 이어 두 번째 일입니다. K-pop이 대중문화의 본고장(?) 미국의 중심에 우뚝 선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한류의 존재를 믿게 되었을까요?

K-pop은 여러 나라의 음악차트를 휩쓸고 한국 가수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세계의 팬들이 몰려듭니다.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콘텐츠들이 제작되기 시작했으며, 한국의 예능 포맷이 해외로 수출되는 일도 이제는 흔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류의 존재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의 근거는 이런 것들입니다. "내가 미국 갔을 때 보니까 K-pop 듣는 사람 별로 없더라" "어린 애들이나 열광하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던걸?" 


우선, 자신의 주변에서 얻은 표본으로 전체에 일반화하는 것은 '표집의 오류'입니다. 잘못된 표집에서는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수 없습니다. 사회현상은, 특히 문화현상은 그런 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주변에는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어떠한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쉬운 예를 들겠습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류보다 훨씬 먼저 시작된 하나의 문화현상이죠. 그러나 우리나라나 어디 다른 나라의 어르신들은 일본 애니 별로 안 보십니다. 우리 부모님도 장인장모님도 안 보십니다. 그럼 일본 애니메이션은 인기가 없는 것일까요?

우리 동네에 이거 본 사람 거의 없음

문화란 복잡한 현상입니다. 어떤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그 문화를 '공유'한다는 뜻이지 모든 사람이 그 문화를 따른다는 뜻은 아니란 말씀이죠.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K-pop 등의 한국 문화콘텐츠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것을 즐기려는 문화가 확산되는 것 자체가 한류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끝끝내 한류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대개 '한국이 세계적으로 유행할 만한 문화를 만들 수 있을 리 없어'라는 가여운 도식을 가진 분들입니다. 그러니 한국 문화 같은 것에 열광하는 이들이 문화를 향유할 능력이 안되는 후진국이거나 일부 철모르는 어린 애들로 보이는 것이죠.


이런 사람들은 한때 미국 문화가 그랬듯이, 전 세계 어떤 촌구석에서라도 TV만 틀면 한국 드라마가 나오고, 라디오 어떤 채널을 틀어도 K-pop이 흘러나와야 한류의 실제를 믿을 모양입니다만, 8,90년대의 미국 문화처럼 한 나라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려면 8,90년대의 미국처럼 전세계의 미디어를 독점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전세계가 연결된 시대입니다. 옛날처럼 거대 방송국이나 배급사가 아니라 유튜브 같은 1인 미디어가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시대라는 것이죠. 이렇게 달라진 매체 환경은 오늘의 한류가 확산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K-pop, 비보이, 드라마, 영화 등 한국의 문화콘텐츠를 감상하고 유튜브에 올리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영상을 찾아보며 한류는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분화된 소비자들이 가치없는 콘텐츠에 열광할 리 있겠습니까. 한류의 확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죠.


현재 한류는 K-culture, 즉 한국 문화 전반으로 확장되는 추세입니다. 패션, 뷰티 등의 영역으로부터 한국음식, 한복, 전통문화 등으로 관심사가 넓어지는 중이죠. K-pop 가수의 옷차림, 화장법을 따라하며,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나온 장소를 가 보고 나왔던 음식을 먹으며 더욱 적극적으로 한국 문화를 배우고 소비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때 '한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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