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한선생 Aug 24. 2018

그들은 왜 이스라엘 국기를 들까?

미국, 이스라엘, 한국의 연결고리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소위 '보수세력'의 집회에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많이 벌어집니다.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2015) 때의 굿판과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의 성조기에 이어 최근에는 이스라엘 국기가 등장했는데요. 문화연구자로서 매우 흥미로운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 국기가 등장한 집회는 탄핵무효 집회, 3.1절 맞이 구국기도회를 비롯, 최근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구속촉구(?) 집회 등 대개 보수성향의 노인들이 많이 참석하는 반정부 성격의 집회입니다. 관련된 현안과 이스라엘의 연관성은 겉으로 보기에 전혀 없어 보이는데요.


문화적 현상은 사리에 맞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만으로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반정부 집회에 나타난 이스라엘 국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의 보다 심층적인 부분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보수집회에 나타나는 이스라엘 국기는 종교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수집회에서는 이스라엘 국기 이전에 성조기를 볼 수 있는데요. 한선생은 이 분들이 성조기를 드는 이유가 기독교 신앙과 관련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그들이 성조기를 드는 이유ttps://brunch.co.kr/@onestepculture/169).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한국인들은 조선왕조가 문을 닫으면서 500년 동안 자신들을 지탱하던 정신적 기준(유교)을 잃어버리게(혹은 파기하고) 됩니다. 치열한 고민 끝에 한국인들이 새시대의 기준으로 찾아낸 것은 '기독교'와 '공산주의'였습니다. 

한국을 찾아온 두 손님, 기독교와 공산주의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남한은 '기독교'로 북한은 '공산주의'를 선택했습니다. 사실, 기독교와 공산주의는 등치될 수 있는 사상이 아닙니다. 한쪽은 종교고 한쪽은 경제에 대한 이념이니까요. 그러나 새 시대를 살아갈 기준이 필요했던 100여년 전의 한국인들에게 그 차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미국처럼 강하고 부유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기독교를 선택했고, 소련처럼 크고 힘있는 나라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공산주의를 받아들인 것이죠. 이후 한국전쟁이 터지고 전쟁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고마운 나라, 아름다운 나라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서 대리하는 나라라는 의미를 갖게 됩니다. 


집회에 성조기가 나오게 된 배경은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야 하는데요. 


한국의 초기 기독교사를 보면, 처음에는 북한 지역의 교세가 남한보다 강했습니다. 전통적으로 양반, 지주들이 많았던 남쪽보다 차별받고 소외되었던 북쪽 사람들이 '새 질서'로서의 기독교를 더 빨리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양반 상놈 구별없고 예수만 믿으면 모두 잘 살 수 있다는 것이 기독교의 가르침이었으니까요.


그러다가 북한이 공산화되면서 북쪽의 기독교인들은 엄청난 박해를 받고 남한으로 피해 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재산을 빼앗겼죠. 이때 북에서 피해온 분들이 남한 기독교의 기틀을 형성하게 되는데요. 그 결과  한국(남한)의 기독교는 대단히 강한 반공적 색채를 띠게 됩니다. 소위 '멸공 기독교'가 된 것이죠. 


오랜 시간동안 남한의 위정자들이 반대 세력을 '공산주의자(빨갱이)'로 낙인찍으면서 기독교인들의 정치색도 자연 보수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에게 공산주의자와 공산주의자들의 나라 북한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철천지 원수였으니까 말입니다. 


보수집회를 주도하는 단체들 중에는 기독교(개신교)에 뿌리를 둔 단체들이 많은 이유입니다. 일부 교회 목사들이 설교에서 공공연하게 정치색을 드러낸다는 얘기 들으셨을 겁니다. 한창 탄핵반대 집회가 열릴 때는 일부 대형교회들에서 시위 인원들을 동원기하기도 했죠. 


그들은 박근혜 탄핵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상황을 북한과 종북주의자들이 일으켰다고 (실제로) 믿습니다. 

 

이분들은 작금의 혼란을 종교(神)의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중입니다. 


그것도 아주 절박하게 말입니다. 이것이 주말마다 광화문에 모이는 소위 '태극기 부대'의 심리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정치적 집회가 아닌 처절한 기도회인 것입니다. 여기서 미국은 신을 대리하는 나라니만큼 미국의 국기인 성조기도 들어 줘야 하는 것이죠. 


세계 제1의 초강대국인 미국의 힘이면 변방의 약소국(?)인 한국의 정세를 바꾸는 것 쯤이야 식은 죽 먹기 아니겠습니까. 현재의 국제 정세와 나라들 사이의 관계는 이분들에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미국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힘이니까요.

그렇다면, 이스라엘 국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어떤 나라입니까. 유태인들이 세운 나라입니다. 유태인들은 성경의 백성이죠. 


구한말,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던 한국 기독교인들은 나라를 빼앗긴 자신들의 처지를 성경의 백성, 유태인들과 동일시했습니다. 유태인들도 한국처럼 옛날부터 이집트, 바빌론, 로마, 독일 등 강대국으로부터 고통받아온 역사가 있었거든요. 최근 (무려) 2000년 동안은 나라 없이 각지를 헤매며 박해를 받았었고 말입니다

중세 유럽에서 박해당하던 유태인들

그런데 바로 그 이스라엘이 다시 나라를 찾았습니다. 수없는 박해와 고초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중동 국가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지역의 강국으로 자리매김했죠. 이 모든 일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기독교 세력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세계사를 목격하면서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우리도 기독교를 열심히 믿으면 이스라엘처럼 다시 나라를 찾고 부강하게 될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 미국이 그것을 도와줄 거라는 믿음도요.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미국은 일본을 패망시키고 한국에 독립을 가져다주었을 뿐 아니라,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북한에 빼앗겼던 나라를 되찾아주었습니다.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이스라엘의 역사와 맞아떨어지는 한국의 역사에 깃든 하나님의 뜻에 감동하는 한편, 한국도 이스라엘 같은 성경의 백성임을 확신했을 겁니다. 


따라서 한국, 이스라엘, 미국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이는 것이죠. 하나님이 뜻이 있으셔서 한국과 이스라엘에게 고난을 겪게 하시고 미국으로 하여금 그들을 구해 내신 것입니다. 아마도 새로운 세상에서 크게 쓰시려는 뜻이겠지요. 


이미 그렇게 믿고 있는 한국의 (일부) 기독교인들에게 이스라엘의 종교(이스라엘은 기독교가 아닌 유태교를 믿습니다)나 이스라엘을 둘러싼 복잡한 세계 정세는 전혀 중요한 사실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은 성경의 백성으로서 우리와 같은 편이자 우리가 믿고 기댈 힘일 뿐이죠. 



이 글은 한국의 기독교인들을 비하하거나 폄훼하려는 의도로 작성되지 않았습니다. 독립운동을 비롯하여 일제강점기와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의 기틀을 세우기까지,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기독교의 역할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도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낮고 어두운 곳에서 이웃을 위해 사는 기독교인들이 많이 계시죠. 


하지만 '태극기 부대'로 상징되는 현재의 사회적 갈등은 일부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현상임은 사실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배경을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들은 왜 부채춤을 추었나?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