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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Aug 03. 2018

한국인 마음의 특징

주인성(agentive) 마음: 주관적 경험의 강조

한국 토착심리학에서는 한국인들의 마음 구조를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습니다. 기질성 마음, 느끼는 마음, 주인성 마음이 그것이지요.

첫 번째, 기질성 마음은 개인이 갖고 있는 성격이나 기질, 가치관 등의 개인적 특성과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도식, 지각 및 인지적 특성을 포함합니다. 성격(personality), 가치관(values) 등 유형화할 수 있거나, 지각(perception)이나 인지(cognition) 등 경험과정에 관한 것들로서 현대 심리학에서 대상화하여 탐구하고 있는 영역입니다. 문화와 관계없이 인간의 심리에서 보편적으로 존재하며 또 나타나는 과정이지요.


두 번째, 느끼는 마음은 사건이나 자극을 접해서 일어나는 내적인 마음상태를 뜻합니다. 마음이 외현적으로 발현되는 이 상태는 정서적인 느낌뿐만 아니라, 대상에 대한 태도, 상황이나 자극으로 인해 촉발된 생각, 인지, 표상, 도식, 생리적 반응까지 모두 포괄합니다. 


느끼는 마음 중에서 객관적 대상화가 가능한 부분들은 정서심리학과 인지심리학에서 다루어지고 있고, 상황 및 대상과 관련된 부분은 사회심리학(예, 특정 상황 혹은 대상에 대한 감정)에서 연구되고 있습니다. 

특정 상황에 대한 감정

그러나 이와는 달리 개인의 특징(기질성 마음)과 상황이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총체적 상황을 주관적으로 경험하고 느끼는 맥락적인(contextual) 경험이 있습니다. 객관적 대상화가 어려운 지점인데요. 객관적인 상황 및 사건에 개인의 특수하고 주체적(agentive)인 면이 작용하여 개인의 경험을 주관적으로 만드는 부분입니다. 


어떤 사건이나 대상에 대한 자신만의 감상이나 해석이 그 예입니다. 같은 것을 보고 들었지만 사람마다 기억하고 떠올리는 내용이 다르게 되는 이유죠. 어떤 사건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나만의 개인적인 것이며 이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죠. 


그러나 현대 심리학에서는 이 부분을 개인차 혹은 오차로 간주합니다. 어떠한 자극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할 것으로 예상했다면, 그들 중 개인적인 이유로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이는 몇몇 경우들을 심리학에서는 연구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이 부분, 즉 개인의 주관적 경험은, 다음의 주인성 마음과 관련하여  한국인의 마음 이해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주인성(agentive) 마음은 마음의 주인인 개인이 관장하고 행사하는 자의적 마음을 말하는데요. 


지난 글에서 한국인들이 마음을 지(知), 정(情), 의(意)의 근원이라 보는 마음관을 갖고 있다고 했었는데요. 지(cognition), 정(emotion), 의(will/action)를 만들어 내는 주체(근원)을 주인성 마음이라고 이름붙인 것입니다. 


이는 한국인들이 자주 쓰는 '마음'에 대한 표현들에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개인은 마음의 주인으로서 상대방에게 마음을 ‘쓰고’, 마음을 ‘부리고’, 마음을 ‘먹고(작심;作心)’, 마음을 ‘놓고(방심; 放心)’, 마음을 ‘싣고 거두는’ 행위를 합니다. 


이때 마음은 개인의 행위를 관조하고 통제하는 주재(主宰)성, 자의(恣意)성을 갖습니다. 주재성이란 마음이 개인의 행위를 통제하는 주체(agent)가 된다는 뜻이며, 자의성은 마음의 작동하는 방식은 매우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라는 의미죠. 


한국인들은 이러한 주인성 마음, 즉 마음을 먹거나, 잡거나, 쓰거나 하는 면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주인성 마음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죠. 한국인들은 상황에 대한 인식(知)이나 일시적인 기분(情)보다는 자신이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의지(意)를 보다 중요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의 대인관계에서도 마음먹기와 마음써주기의 중요성이 잘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내키지 않는 일을 상대방과의 정을 생각해서 ‘큰 맘 먹고’ 해 준다거나, 자신도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친구의 경조사를 잊지 않고 챙겨야 친구의 도리를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 따위입니다. 


같은 논리로, 내게 ‘마음을 써 줄 것’이라 기대되는 친구가 그 기대를 저버릴 때 한국인들은 ‘마음이 상하는’, 서운하고 섭섭한 감정을 느끼게 되죠. 

주인성 마음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는 표현은 많습니다. ‘아낀다, 생각한다, 먹는다, 본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아껴 준다, 생각해 준다, 먹어 준다, 보아 준다’와 같이 ‘준다’라는 보조동사를 추가하여 표현하는 것은 행위의 주체로서 마음의 작용을 강조하는 방식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기질성 마음(성격, 기질 등)과 느끼는 마음(정서, 지각, 인지 등)은 이미 현대 심리학의 주제로서 연구되고 있는 영역입니다. 그러나 경험의 주관성과 관련있는 주인성 마음은 마음관의 차이와 연구의 어려움 때문에 이제까지 관심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일상 언어에서 드러나듯이 마음의 주관성은 한국인 심리를 이해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주제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한국인들에게 주인성 마음이 강조된다고 해서 그것이 한국인에게만 고유한 현상이라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주관적이고 대상화하기 어려운 마음의 영역에서 자신들의 경험을 구성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마음과 행동을 보다 면밀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부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됩니다. 


한국인 마음사전의 다음 글에서는 그 방법에 대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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