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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Nov 14. 2020

행복에 도움되는 비교가 있다?

비교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비교를 하면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있다. 이런 견해는 Lyuormirsky와 Ross(1997)의 연구에서 비롯되었으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연구들에서 지지되고 있다. 요약하면, 사회비교 경향이 높을수록 우울, 스트레스 등의 부정적 정서가 높고 자존감, 주관적 안녕감 등은 낮다는 것이다.



사회비교를 할수록 부정적 정서를 경험하게 되는 이유는 비교를 하는 사람의 자기인식과 사회비교 동기로 설명할 수 있다. 비교의 동기에는 자기인식, 즉 자기를 어떤 존재로 보느냐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사회비교는 자신보다 나은 이들과 비교하는 상향비교와 자신보다 못한 이들과 비교하는 하향비교,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이들과 비교하는 유사비교로 나눌 수 있는데, 비교의 방향을 선택함에 있어 자기인식이 관여된다.

사회비교 동기의 차이는 상이한 형태의 사회비교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고양동기) 하향비교를, 현재보다 더 나은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향상동기) 상향비교를 선택한다. 이 방향에 따라 다른 정서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메드벡과 매데이, 길로비치의 올림픽 메달리스트 연구가 유명하다.


1992년 올림픽 중계 자료를 조사하여 메달이 확정되는 게임 종료 순간의 표정을 분석한 결과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은메달을 받은 선수들보다 행복한 표정을 훨씬 많이 짓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사회비교의 방향에 있다. 은메달을 딴 선수들은 목표했던 금메달을 따지 못했기 때문에(상향비교) 아쉬움과 실망감 등의 부정적 정서를 경험하였고, 동메달을 받은 선수들은 자칫했으면 메달을 따지 못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하향비교) 오히려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사회비교와 자기인식(자기관), 사회비교의 동기와 사회비교의 결과로 경험되는 정서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사회비교를 많이 하면 행복하지 않다’는 명제는 이러한 배경에서 도출된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비교를 많이 한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행복하기 어렵다라는 생각들이 있다. 언젠가 TV에서 한국인들과 외국인들이 스스로를 남과 비교하는 빈도(?)를 비교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아마 한국인들의 행복에 대한 프로였던 것 같다.

TV를 보며 든 생각은, ‘남들이 우리보다 비교를 덜 한다는 것은 왜 비교하고 있지?’라는 생각이었다. 우리가 비교를 한다 치자, 그건 또 왜 남들과 비교해서 굳이 불행해지는가 말이다.

과연 한국인들은 비교를 많이 할까? 그보다, 비교를 많이 하면 불행해질까? 비교는 자기를 어떤 존재로 보느냐에 대한 생각, 즉 자기인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기인식의 차이를 불러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문화다.

이를테면, 서구 개인주의 문화의 사람들은 자신을 맥락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동양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상호의존적인 존재로 정의한다. 마커스와 기타야마는 이러한 개인주의 문화와 집단주의 문화의 자기인식을 독립적 자기(independent self)와 상호협조적 자기(interdependent self)로 개념화하였다.

개인주의 문화 사람들은 자기가 독립적이고 독특하며 상대적으로 변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독립적 자기) 자기를 긍정적으로 인식하여 고양하려는 동기가 우세하고,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들의 자기는 다른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변화가 가능하다고 보고(상호협조적 자기) 집단의 목표나 다른 이들의 기준에 맞출 수 있도록 자기를 성장시키려는 향상동기가 우세하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집단주의 문화에 속하며 따라서 상호의존적 자기가 우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국인들은 자신을 인식하기 위해서 개인의 특성보다는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사회적 지위 등의 외적 단서를 주로 사용하며, 그 과정에서 빈번하게 사회비교를 행한다.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가변적이고 유동적 특성을 지니는 상호협조적 자기는 사회비교시에 향상동기를 불러일으키므로, 집단주의 문화 사람들의 사회비교는 늘 행복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집단주의 문화권에서 사회비교는 자기인식 및 대인관계의 기본적 전제이다.

사회비교를 하지 않고서는 타인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은 물론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 규정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에서 사회비교가 반드시 부정적인 정서를 수반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사회비교를 하면 행복하지 않다고 결론내리는 것은 이르다.

사회비교가 부정적인 정서를 유발하는 이유는 상향비교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상향비교가 부정적인 정서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상향비교를 유발하는 향상동기가 남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사회비교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으며, 이 목표에 의해서 사회비교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이를테면 자신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이 강하면 상향비교를 해도 긍정적 영향을 받으며 상향비교의 대상으로부터 교훈이나 정보를 얻으려 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결과들은 같은 상향동기에서 행해진 사회비교도 경우에 따라 긍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면, 기록 종목의 스포츠 선수가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다른 선수의 기록에 미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부정적 감정들은 선수의 행복을 저해할까? 그래서 다른 선수들은 아무래도 좋으니 너만 만족하면 된다는 조언이 그 선수의 발전에 도움이 될까?

내가 묻고 싶은 건 이거다.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비교도 행복에 부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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