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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Sep 12. 2020

행복은 과정에'도' 있다

삶에 목표가 중요한 이유

행복연구에는 행복은 빙(being)에 있지 비커밍(becoming)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영어실력과 관계없이 무슨 소린지 잘 와 닿지 않는 분들이 많으실텐데, 이유는 저런 표현이 우리의 일상적 언어생활과 멀리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이다. 누가 평소에 빙이니 비커밍이니 하는 말을 쓴단 말인가.


어찌됐든 이게 무슨 소린가 하면,

무언가 자꾸 되려 하는 것(becoming)으로는 행복을 느끼기 어렵고 자기 자신의 현재 모습(being)으로 행복해질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얼핏 듣기에 맞는 말 같은 이 말은 결론적으로 틀렸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말씀드려보겠다.


물론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자존감(self-esteem)과도 관련된다. 자신을 잘 알고 인정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높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삶에 만족할 뿐만 아니라 삶에서 만나는 좌절과 어려움도 잘 극복할 수 있다. 따라서 자존감은 개인의 정신건강과 행복을 예언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기향상 동기도 높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목표도 높이 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은 빙(being)인가 비커밍(becoming)인가? 무언가 되려 하는 시도는 우리의 자존감과 행복을 떨어뜨릴까?


행복에 있어 비커밍(becoming)이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은 성취 자체가 주는 행복은 그다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강화되어 온 측면이 있으나, 경제학자 폴 돌런이 지적했듯이 목적의식은 행복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행복에 비커밍(becoming)이 중요하지 않다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그려보고 그 모습이 되어가는 경험을 해 보지 않은 것일까? 하다못해 동네 수영장이나 헬스장이라도 다녀봤으면 알 수 있는 그 느낌말이다.     

또한 becoming이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은 ‘과정의 연속’인 우리네 삶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 인생이란 기승전결이 있어서 보고 싶은 만큼 보고나서 적절한 때 끝나는 영화나, 드라마, 게임이 아니다. 아무리 기쁘고 좋은 일이 있어도, 아무리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이 있어도 ‘이 또한 지나가며’ 삶은 계속된다.

이미지 출처: 중도일보

융은 삶이란 결국 진정한 자기를 만나기 위한 과정이라 하였다. 이를 개성화(individuation)라 한다.

개성화란 진정한 개성을 실현한다는 뜻으로 본래의 자기(selbst) The Self 가 되는 것을 말하며,

이런 이유에서 자기실현이라고도 한다. 융 외에도 아들러, 매슬로 등 개성화 혹은 자기실현이 인간의 본능적이고 건강한 심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 사람들은 많다.


개성화라고 하면 철저히 개인의 욕구를 지향하는 것이라 오해할 수 있으나, 개성화는 이기주의 혹은 개인지상주의와는 다른 개념이다. 개성화의 과정은 우선 삶의 중심을 자신에게로 가져오는 것부터 시작된다.


내가 수행해 온 여러 가지 사회적 역할들(persona) 속에서 자신이 진정 바라는 것, 이루고 싶은 것을 발견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결코 내가 속한 사회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꿈을 찾는다고 가족을 저버리거나 직장에서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은 진정한 개성화라고 할 수 없다.


개성화란, 내 삶의 이유와 집단의 가치를 구별하되 사회적 의무와 책임의 필요성을 자기의 개성에 합치되는 범위에서 인정하며, 때로는 능동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때로는 물러나 내면 세계를 탐구하는 것이다. 때로는 인정하기 싫거나 의식하지 못하는 자신의 어두운 면(그림자)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며, 이를 자신으로 통합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런 과정들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리 없다. 개성화는 한두 번의 깨달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또 다른 벽을 만나고 벽에 부딪쳐 깨어지고 깨진 조각을 맞춰가며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다. 개성화는 어느 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옳은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성화의 과정은 빙(being)이 아닌 비커밍(becoming)에 가깝다.


나는 원래 이렇게 생겨먹었으니 난 그냥 이렇게 살 거고, 아무도 내게 간섭할 수 없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겠다는 태도는 철부지의 투정이다. 나는 나답게 살거야, 그게 나니까. '나 답다'는 말을 깊이 생각해보지 않으면 광고에 낚여 신상을 사는 일 따위를 '나 다운'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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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행복연구자들이 말하는 빙(being)이 이런 미성숙함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존재함(being)이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가장 자신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려 하는 노력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빙(being)과 비커밍(becoimg)을 서로 다른 것으로 보고 한 쪽은 옳고 한 쪽은 틀렸다는 인식은 행복에 있어 많은 오해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동양인, 그리고 한국인들은 충, 효, 예 등의 보편적 질서에 자신을 비추어보고(반성), 부족한 면을 채우고 자신을 닦아 이상적인 모습(예를 들면, 군자)에 다가가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의 습관을 가지고 있다.


빙(being)만이 행복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이라면 우리는 영원히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인가? 우리는 그런 존재(being)다. 그럼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런 개성에 적합하게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 빙(being)이 아니겠는가.


행복에 이르는 길은 지금 나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being)뿐만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나아가고 되어가는(bceoming) 과정에서 행복을 느낄 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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