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선생 Dec 19. 2015

다른 문화에서 온 사람 2

죄인, 타락한 자들, 신학적 이해

사람들이 세계여행을 하고 안방에서 다른 나라의 풍경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인류역사상 100년도 되지 않은 일입니다. 그것도 길게 잡아서지요.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난 이후,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까지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난 동네에서 살다가 죽었습니다.

그렇게 살던 사람들에게 처음 만나는 다른 나라 사람은 충격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지지난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옛날 사람들은 그들을 괴물이나 신(神)(인간이 아닌 존재)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교류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인식은 차차 변화하게 되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중세시대의 '타락설'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세계에서 발견되는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은 '타락한 인류'라는 설명입니다.

대체 무슨 이야기일까요? 중세 유럽인들의 사고방식은 기독교의 영향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는데요. 타락설의 논리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성경의 창세기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동생을 살해하는 카인 by 만프레디


"최초의 인류, 아담과 이브는 에덴동산에 살았습니다. 그들은 카인과 아벨이라는 두 아들을 두었는데 카인은 농사를 짓고 아벨은 목축을 했습니다. 형제는 자신이 거둔 곡식과 양으로 신께 제사를 지냈는데 신은 늘 동생 아벨의 제사만 받으시는 것이었습니다.

화가 난 카인은 동생 아벨을 죽이고 그 죄로 에덴동산에서 쫓겨납니다. 신은 하루아침에 아들 둘을 다 잃은 아담과 이브에게 새 아들을 주셨고, 그 아들에게서 새로운 인류가 번성하게 됩니다."



여기에 답이 있습니다. 유럽인들은 아담과 이브의 새 아들의 자손이므로 그들이 만난 새로운 인류는 에덴동산을 떠난 카인의 후손이라는 이야기죠. 카인이 아벨을 죽인 죄인이었기 때문에 그 후손들 역시 죄인, 즉 타락한 인류라는 설명입니다.

또 다른 설명으로는 원죄설이 있습니다. 선악과를 따 먹음으로 해서 모든 인류는 원죄(原罪)를 갖고 태어나는데 기독교를 믿는 유럽인들은 그 죄를 용서받지만,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타락한 상태로 살아가기 때문에 죄인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선악과를 따먹는 아담과 이브


지금의 상식으로야 말이 안되는 이야기이지만, 중세 유럽에서 기독교는 사람들의 상식, 철학, 논리, 세계관 자체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아무튼 이러한 논리에 의해 유럽인들은 다른 나라, 다른 문화를 가진 이들을 타락한 죄인으로 보았고, 그런 생각에 맞추어 그들을 대했습니다.

유럽인들은 죄에 빠져 살고 있는 형제자매들을 하루빨리 구원하기 위해 선교사들을 파견하고 그들에게 타락의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개종)를 제공합니다. 선교사는 missionary라 하는데 mission, 즉 사명을 다하는 이들이라는 뜻입니다. 타락한 형제들에게 새 삶을 주는 것이 선교사들의 거룩한 사명이었다는 것이겠지요.


영화 '미션'의 한 장면


그러나 당시는 '대항해시대'로 일컬어지는 유럽의 식민지 개척이 한창인 시기였습니다. 거룩한 사명을 띤 선교사들은 어쩔 수 없이 제국주의의 첨병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죠. 선교사들이 진출하여 지리와 풍토가 파악되고 나서 본국의 침략이 진행되는 건 정해진 수순이었습니다.


선교사들과 동행한 총칼을 든 군인들은 '죄를 씻고 새 삶을 얻을 기회(개종)'를 거부하는 원주민들을 무참히 학살하였고 원주민들의 종교와 문화, 풍습은 타락의 증거이기에 철저히 파괴됩니다.

중남미와 남아메리카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스페인어를 쓰고 카톨릭을 국교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항해시대의 절대강자, 스페인의 흔적이라 하겠습니다. 아즈텍 문명과 잉카 문명이 스페인의 손에 완전히 사라졌지요. 정복자들에 의해 죽어간 사람의 수만 해도 수천만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스페인 군인들의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미의 원주민들에게 과거 식민지 시대에 교회가 저지른 죄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인류가 더이상 다른 문화를 가진 이들을 '타락한 이들'로 보지 않는다는 증거겠지요.

다른 문화를 가진 이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이렇게 어려운 일입니다. 내가 가진 인식에 의해 상대방은 죄인이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상대를 죄인이라고 보는 사람은 상대에게 죄인에게 합당한 대우를 하려고 할 것이고, 상대를 친구라고 생각하는 이는 상대와 친구의 관계를 맺을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인류는 중세 기독교의 실수를 딛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을까요?
(유럽과)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