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던 이를 만난 기쁨
A씨와 B씨는 같은 동네에서 초중고를 함께 다닌 절친이었다. 그러나 각각 다른 지역의 대학에 진학하면서 헤어지고는 근 20년을 만나지 못했다. 가끔씩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는 게 바쁘다보니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최근, A씨는 지인의 sns에서 낯익은 이름을 보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 사람은 B씨가 맞았고 둘은 며칠 뒤 만나기로 했다. A씨는 B씨와의 재회를 기다리며 설레는 나날을 보냈다. 멀리서 B씨의 얼굴이 보이는 순간, A씨는 솟구치는 반가움으로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반가움은 기쁨의 한 종류로 그리던 사람을 만나거나 바라던 일이 이루어졌을 때의 기쁜 감정이다. 기쁨은 무언가를 얻었을 때의 반응이며 보상계의 작동에서 오는 감정이다. 전반적으로 기쁨의 반응과 유사하지만 반가움의 특징은 기다리던 대상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 있다.
반가움: 그리고 바라던 중 만나게 되거나 이루어져 마음이 흐뭇함
생물학적 속성 및 기능
반가움을 느끼면 신체예산이 재배치되어 큰 행동을 하게 만든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거나 그리던 연인을 만나면펄쩍 뛰어올라 큰 소리를 지르며 달려나가는 큰 신체적 반응이 나타난다. (예, 버선발로 뛰어나온다)
반가움은 그리움과 바람(기대)의 고통을 견딜 수 있게 해 준다. 반가움의 기쁨이 조작적 조건형성에서 강화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거나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행위는 괴로운(애타고 안타까운) 일이다.
사람들은 재회의 순간 또는 바람이 이루어질 순간, 그 순간에 찾아올 반가움을 떠올리며 인고의 시간을 참아낸다. 같은 원리가 사람 사이에서도 작용한다. 기다림(그리움)과 반가움이 반복되면 관계가 깊어지고 친밀감도 상승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기쁨과는 달리 반가움은 사회적 감정이다. 모든 문화에는 멀리 떠났다가 돌아오는 이들을 환영하는 풍습이 있다. 사람들은 돌아오는 이들에게 커다란 반가움을 표현하여 재회의 기쁨을 느끼고 집단의 결속력을 확인해 왔다.
기다리던 사람에게 표현하는 반가움은 더없는 친근감과 환영의 메시지가 된다. 크게 놀라고 호들갑을 떨며 옷매무새도 챙기지 못할만큼 서두르는 것은 엄청난 반가움의 표현이다.
반가움의 문화적 맥락
반가움은 순우리말로 오랜 기대가 이루어졌을 때의 기쁨을 뜻한다. 그냥 좋고 기쁜 것이 아니라 기다리던 너를 만나서 기쁘다는 의미다. 반가움에는 오랜 그리움과 기다림이 전제된다. 매일 만나는 사람을 볼 때도 기쁨이 있겠지만 오래 기다리던 사람을 만날 때의 기쁨이 더 크다.
주로 그리던, 기다리던 사람에게 쓰이는 표현이지만 감정이 이입되면 자연이나 무생물에 쓰이기도 한다. (비야, 너 반갑다!!)
물론 다른 문화와 언어에도 기다림 끝의 기쁨을 나타내는 표현은 있겠지만(good to see you에 long time no see를 붙인다든가), 반갑다는 별도의 표현을 쓴다는 점이 한국의 문화적 특징이라 하겠다.
표현/이해의 팁
언어적 표현도 있지만 반가움은 놀람과 기쁨, 접근행동으로 드러난다. 깜짝 놀라며 크게 뜬 눈으로 상대를 응시하거나 하던 일을 내던지고 큰 소리를 지르며 달려든다. 얼핏 보면 분노 및 공격행동과 유사하다. 반가움의 표현은 성격 등 개인차가 존재하지만 반가울수록 표현이 커지는 것이 보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