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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Mar 27. 2016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모든 문화에서 나타날까?

말리놉스키와 심리기능주의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못 들어본 분은 아마 안 계실 겁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막장스런 스토리의 주인공 오이디푸스를 모티브로 프로이트가 개념화한 아동기(남근기)의 성격발달 기제죠. 


프로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남근기(대략 4~6세)가 된 아이들은 성(性)적인 본능에 눈을 뜨게 됩니다. 이전 시기(구강기, 항문기)의 성적욕망이 대상이 모호한 것이었다면 남근기의 욕망은 대상을 찾게 됩니다. 남근(성기)은 성교를 위한 기관이니까요.


해서 이 시기의 아이들은 이성 부모, 즉 남자아이는 엄마, 여자아이는 아빠에 대한 이성적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되는데요. 이들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해하는 훼방꾼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동성 부모, 즉 남자아이에게는 아빠, 여자아이에게는 엄마입니다.


남자아이가 엄마하고 결혼하려면 아빠라는 경쟁자를 물리쳐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 연령(4~6세)의 아이들 입장에서 아빠와 엄마는 단순한 경쟁자가 아니라, 키도 크고 힘도 세고 아는 것도 많은 전지전능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당연히 경쟁이 안되겠지요.


4살 아이 시각에서 본 아빠

내가 엄마를 '이성적으로'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빠한테 들키면, 엄마하고 결혼은 커녕 당장 목숨이 위태로울 겁니다. 프로이트는 이것을 '거세공포'라고 했습니다. 아빠가 내 고추를 잘라버릴 거라는 공포감이지요. 꼭 그 공포가 아니더라도 이런 거인을 경쟁자로 둔 아이의 입장에서 엄마를 좋아하는 감정은 드러내서는 안될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들은 이성부모에 대한 공포감을 해소하기 위해 '동일시'라는 방어기제를 선택합니다. 나를 공포의 대상 아빠(혹은 엄마)와 동일시한다는 뜻이지요. 물론 무의식적 차원에서의 일입니다. 동일시에 의해서 아이들은 이성부모의 행동을 따라하는데 프로이트는 이 과정에서 성역할의 학습이 일어난다고 보았습니다.


이것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입니다. 단지 '아이들이 이성부모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불안과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무의식적 방어기제(동일시)의 사용, 그리고 그 결과까지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담고 있는 내용입니다.


프로이트의 설명 이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아동기 성격발달을 설명하는 중요한 기제로 이해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었지요. 이러한 생각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 인류학자 말리노프스키(Malinowski, B)입니다.

Bronislaw Malinowski


말리노프스키는 진정한 의미의 현장연구를 한 인류학자로 유명합니다. 1차 세계대전 중에 트로브리안드 군도에서 현지조사를 수행하였는데 원주민들의 부부관계를 관찰할 만큼.. 가까이에서 그들의 삶을 연구하였습니다. 


이때 그가 관심을 가진 것 중 하나가 과연 트로브리안드 군도 원주민들에게서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나타나는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문화에 관계없이 보편적일 것이라 가정하였지만 실제로 다른 문화권에서 검증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지요. 

트로브리안드 군도; 오스트레일리아 북쪽 파푸아뉴기니 동쪽의 섬들


말리노프스키가 관찰한 바, 트로브리안드 원주민들에게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프로이트는 틀린 것일까요? 말리노프스키는 그렇게 간단하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관찰 끝에, 트로브리안드 원주민 아이들은 아버지에게서가 아니라 '외삼촌'에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느낀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외삼촌'은 엄마와 성적(性的)인 관계를 맺는 사람이 아닙니다. 엄마의 남자 형제들이지요. 그러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우선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는 성(性)적 욕구 외의 다른 어떤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프로이트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을 만들어 낸 오스트리아와 트로브리안드 군도는 가족구조가 다릅니다. 오스트리아가 부계사회인 반면 트로브리안드 군도는 모계사회입니다.  모계사회라면 어머니가 가장으로서 힘을 가지고 대소사를 관장한다고 생각하기가 쉬운데 그런 사회는 인류사에 존재했던 적이 거의 없습니다.


가모장..?

모계사회란 사회가 어머니의 남자형제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회를 뜻합니다. 모계사회의 특징은 어머니의 남자형제들이 실질적인 힘을 갖는다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자녀의 양육도 어머니의 남자형제, 즉 외삼촌들의 몫입니다. 


말리노프스키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즉 아들이 아버지에게 갖는 부정적 감정의 원인을 훈육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네다섯살이 되면 머리도 굵어지고 고집도 세집니다. 슬슬 바깥 활동도 하기 시작하는 나이라서 본격적인 '꾸중을 동반한' 훈육이 시작되는 나이죠. (저도 요새 다섯살짜리 둘째때문에 머리가 빠질 지경입니다 ㅠㅠ)

종아리 걷어라

대개의 가부장 사회에서 아이(남자아이)의 훈육은 아버지가 맡게 마련이고, 꾸지람과 맴매를 동반한 훈육의 과정에서 아이가 아버지를 어려워하는 감정이 생기게 됩니다. 말리노프스키는 이것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본질이라 본 것입니다. 


즉,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가정교육의 결과입니다. 같은 관점에서 프로이트의 이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이성부모에 대한 동일시의 결과로 사회적 역할의 학습이 이루어집니다. 역시 교육이 이루어진 것이죠. 교육이 먼저냐 감정이 먼저냐하는 문제가 있을 뿐입니다.



말리노프스키의 설명은 친족 간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감정이 사회의 유지(교육체계)기능과 관련 있다는 것을 밝혔다는 점에서 기능주의적입니다. 말리노프스키의 이러한 입장을 심리기능주의라고 합니다. 어떠한 문화적 요소 혹은 현상이 사회의 유지에 기능하는 측면을 심리적 이유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특히, 말리노프스키는 문화란 그 사회 구성원이 개개인의 심리적 및 생리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 주장합니다. 요약하자면, 인간은 기본적 욕구(basic needs)가 있고 문화는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체계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문화의 기능이며, 문화는 인간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달합니다. 기능주의에서 찾은 인류학과 심리학의 접점은, 심리기능주의를 통해 점차 확대됩니다. 문화를 설명하기 위해 심리학이 점점 더 필요해졌다는 말씀입니다.


문화심리학의 탄생이 가까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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