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미노트11. 스콘
작년부터 체중 변화에 진폭이 크다. 평생 거의 비슷한 몸무게를 유지해왔건만, 요새는 '물만 먹어도 살 찐다'는 말이 슬슬 이해가 간다. 음식 성분을 까다롭게 따지기 시작한지도 벌써 반 년이 넘었다. 밀가루를 악마의 음식 취급하며, 그 좋아하는 스콘도 잊어버리고 살았다.
그러던 와중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근데 이 친구, 얼굴이 반쪽이 됐다. 반 년 넘게 애써도 3kg 감량이 힘들던 나와 달리 그는 거의 10kg 가까이 감량에 성공했다. 보는 사람마다 놀랄 정도.
"위고비야? 아니라고? 그럼 대체 비결이 뭐야?"
"일단 스콘 하나 시켜서 나눠 먹을래?"
다이어트 성공 화신이 스콘을 먹자는데 중생이 이걸 마다할 이유가 없다. 금기시하던 디저트는 오늘부로 봉인 해제다.
포크로 스콘을 쪼갠다. 덩어리가 포슬포슬 힘없이 부서진다. 오븐에서 파삭하게 익어 골든 브라운이 된 크러스트부터 공략한다. 마치 감자전의 끄트머리가 가장 맛있듯, 마이야르 반응이 확실한 스콘의 겉옷을 먹는 첫 입이 가장 황홀하다.
"이런 거 먹어도 돼?"
"나는 먹고 싶은 거 다 먹었어. 근데 양을 절반으로 줄였지. 그리고 거의 매일같이 웨이트하고 운동 했잖아."
이렇게 명쾌할 수가 있나? 친구는 덜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는 만고의 진리를 실천했을 뿐이다. 롤모델을 찾으려 유튜브를 방황하는 일도 이제 끝이다. 이 친구가 나의 새로운 다이어트 구루가 되었다. 그와 함께 죄없던 스콘 금지령도 완전히 해제되었다.
스콘은 디저트라고 하기에는 단 맛이 애매하고, 식사빵이라고 하기엔 느끼한 편이다. 모양이 팬시하지도 않고, 푸석푸석하고 투박하다. 그럼에도 결국 집어드는 건 늘 스콘이다.
크림과 필링이 잔뜩 들어간 소금빵 같은 유행하는 디저트는 좀 부담스럽고, 화려하고 달달한 케이크는 입에서 녹아내리고 나면 너무 빠르게 아쉬워진다. 충분히 씹어 먹으며 끝까지 약간의 달콤함과 고소함을 느낄 수 있는 스콘이 좋다. 그렇게 카페에 가면 늘 구움과자 코너를 향하게 된다.
맨 위에 잼이나 버터가 탑처럼 쌓여있거나, 캐러멜이나 초코 글레이즈가 용암처럼 뿌려져있는 변종 스콘도 참 많지만, 그저 고유한 스콘 맛만 느낄 수 있는 플레인이 좋다.
보드랍게 부서진 스콘 부스러기를 하나 집어 스무번은 넘게 씹어본다. 충분히 달고 맛있다. 그리고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한 입 마시면, 그보다 더 훌륭한 디저트는 없다.
일이 많아 힘들었던 어느 주말, 작은 사치를 기획해본다. 해가 선명해진 화창한 날씨를 달리기를 하면서 온몸으로 느끼기, 한 3km를 달려 살짝 땀이 날 때쯤 겹벚꽃을 볼 수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기, 그리고 스콘을 곁들이기.
봄볕 아래 봄바람을 가르며 달리기를 한 끝에 은은한 단 맛과 고소함을 맛보는 순간, 이보다 더한 호사는 없을 것 같았다. 올봄 벚꽃이 만개한 때는 다 놓쳤지만 카페 통창 너머로 만발한 겹벚꽃을 바라보니 마치 그 꽃이 모두 내 앞마당의 것인양 마음이 풍족해졌다. 그러면서 갑자기 부자가 된 듯한 기분에 모든 근심과 번뇌가 씻겨내려갔다.
그리고 문득 생각한다.
'인생에 스콘 정도의 단 맛은, 종종 허락해도 좋겠어.'